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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독일]①'영원한 수상' 메르켈, 끝이 보이나

녹색당-FDP와 연정협상 결렬…남은 선택지 3개
외신들 "어느 길도 쉽지 않지만 메르켈은 견딜것"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17-11-25 09:10 송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AFP=뉴스1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AFP=뉴스1

독일 메르켈 시대에 '끝'이 보인다는 분석이 많다. '끝의 시작' '메르켈 없는 세상' 등 비관적 문구가 외신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정말일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은 지난 20일 자정까지 이어진 이른바 '자메이카' 연정협상이 갑자기 결렬되면서 나왔다.
지난 9월 총선 승리로 4연임 가도에 들어섰다는 보도가 나온 지 불과 2개월 만이다.

사실 메르켈 총리의 연정협상은 시작부터 험로가 예상됐다. 메르켈의 기민·기사연합(CDU·CSU)은 총선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여기에 메르켈 총리와 손을 잡으면 쉽게 과반 의석을 넘길 수 있던 '대연정' 파트너 제1야당 사회민주당(SPD)이 메르켈과 연정을 한사코 거부했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SPD는 당 재건을 위해 "야당으로 남겠다"고 고집했다.
이제 메르켈 총리의 앞엔 세갈래 길이 나 있다. 하지만 어느 쪽도 확실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일부 외신이 메르켈의 시련을 두고 '끝의 시작'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가장 그럴 듯한 시나리오인 △SPD와의 대연정은 마틴 슐츠 SPD 대표가 지금껏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다른 선택지인 △소수정부는 메르켈이 원치 않는다. 4선 총리에 올라서까지 임기 내내 야당에 협조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조기 총선을 실시해 보수 연정의 과반 확보를 노리거나 연정협상을 새 토대 위에 시작하는 건 어떨까. 이러한 △재선거는 사실상 효과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비용이나 복잡한 절차 또는 정치적 도박을 꺼리는 메르켈의 신중한 성격 때문도 있지만,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워낙 확고하기 때문이다.

23일 여론조사기관 INSA에 따르면 재선거가 치러져도 의석 분포는 지난 총선에서 거의 바뀌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메르켈이 이전에도 그러했듯, 도박이 아닌 타협을 통해 정부를 구성하라는 것이다.

독일 최신 여론조사를 정리한 그래프. 연정협상 난항에도 직전 총선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출처 : 선거정보제공전문 비정부기구 '발레히트')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독일 최신 여론조사를 정리한 그래프. 연정협상 난항에도 직전 총선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출처 : 선거정보제공전문 비정부기구 '발레히트')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이처럼 메르켈 총리가 어떻게 정부를 구성할지는 안갯속이다. 그러나 많은 외신은 "독일의 위기가 과장됐다"고 평가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메르켈 총리 앞에 난 모든 갈래길이 불확실하긴 해도 전부 수용 가능한 타협점으로 수렴한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아직 독일에서 '대체 불가한' 존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정계가 마주한 3개 선택지 모두에서 메르켈 연임은 확실시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2일자 기사에서 독일 정치권 특유의 '대타협' 문화를 신뢰하라고 주문했다. 독일 정치체제는 연정협상이 실패하더라도 무정부 혼란이 찾아오지 않도록 설계됐다. 전임 정부와 총리가 계속 임시(caretaker)로 활동하는 극도로 안정적 체제다.

독일 헌법은 총선 뒤 정부를 구성하기까지 기한을 규정하지 않는다. 또 재선거는 결정부터 실시 사이 유예기간(60일)이 필요한 것 외에는 정해진 데드라인이 없다. 대통령은 협상이 길어져도 재선거를 미뤄둘 수 있다. 메르켈은 시간에 상대적으로 덜 쫓긴다는 의미다.

이런 안정적 바탕에서 메르켈 총리가 정치권 기저 대타협 문화를 건드려 SPD와 대연정을 성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또 재총선이나 소수정부 등의 선택지에 있어서도 메르켈이 치밀한 전략을 준비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결론적으로 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메르켈이 시험대에 선 것은 맞지만 그의 시대에 '끝'은 지금 바로 오지 않는 게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퀜틴 필 영국 채텀하우스 협동연구원은 "우리는 메르켈 시대에 끝이 오는 것을 보고 있지만 지금이 진짜 끝이라면 나는 놀랄 것이다"고 애틀랜틱에 말했다.

필 연구원은 "메르켈이 한 번 더 총리직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마 전임보다는 짧은 기간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메르켈이 견뎌낸다"고 덧붙였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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