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20. 연남동 봉황당. 리듬파워 지구인(왼쪽부터), 보이 비, 행주 컴백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 뒤풀이: 어떤 일이나 모임을 끝낸 뒤에 서로 모여 여흥을 즐김. 또는 그런 일.공들인 프로젝트 또는 앨범, 작품을 끝낸 이들이 회포를 푸는 '뒤풀이' 자리에 직접 찾아가는 인터뷰 코너입니다. 작품을 완성시킨 이들의 작업 과정을 조금 더 '딥(DEEP)'하게 들어보고, 뒤풀이에서만 접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뒷 이야기들을 전해드립니다.


"뒤늦게 높아진 인지도요? 언젠가 우리가 제대로 한 번은 보여줄 자신은 늘 있었어요."(리듬파워)

리듬파워(보이비, 지구인, 행주)는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다. 성격도, 스타일도 달랐던 세 사람은 오직 '음악'으로 똘똘 뭉쳤다. 세 사람은 개인적인 음악을 할 땐 확고한 신념이 있지만 리듬파워로 뭉칠때만큼은 잡음 없이 뜻이 통했다. 유쾌하고 어깨가 들썩이는 멜로디와 자신감 넘치는 스웨그, 그것이 리듬파워만의 독보적인 색깔이다.

리듬파워는 22일 지난 2월 발표한 '방사능' 이후 9개월만에 신곡 '동성로'를 발표했다. 보이비의 반전 음색으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단번에 귀를 사로잡았고, 행사차 간 동성로에서 파티를 벌이겠다는 세 남자의 당찬 포부(?)가 유쾌하게 담겼다. 이 곡에는 소속사 식구인 크러쉬가 피처링했다. '동성로'는 멤버 행주가 지난 9월 종영한 엠넷 '쇼미더머니6'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처음으로 선택한 음악적 행보라는 점에서도 의미있다. 넘쳐나는 힙합 실력자들을 제압하고 정상에 오른 뒤 그에게 쏠린 스포트라이트를 리듬파워에 고스란히 쏠리게 만들었기 때문. 행주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곡 '동성로'의 음악 작업이 완벽히 끝이 난 날, 종종 찾는다는 연남동의 한 펍에서 리듬파워를 만났다. 9개월만에 리듬파워의 이름으로 내는 신곡 작업을 막 끝낸 멤버들의 얼굴에는 살짝 홍조가 띄어있었고 발걸음도 가벼워보였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행주는 콜라를, 보이비와 지구인은 맥주를 주문했다. 멤버들은 신곡 소개와 작업 과정, 리듬파워의 히스토리를 꺼내며 비워진 잔에 웃음과 추억을 채워넣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신곡 작업이 끝난 기념으로 모였어요.

행주 "녹음이 끝나면 맛있는 걸 먹어요. 지구인이 맛집을 잘 찾아서 믿고 따라가죠."

2017. 11.20. 연남동 봉황당. 리듬파워 지구인(왼쪽부터), 행주, 보이 비 컴백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Q. 신곡 발표는 9개월 만이죠. 타이틀 곡을 '동성로'로 정한 이유가 있다면요.

보이비 "좋은 곡이었어요. 저희 셋이 만든 곡들 중에서 이게 베스트였고, 이걸로 나가는 데 셋 다 동의를 했죠. 지난해에 만들었는데 이번에 편곡은 바뀌었어요."

지구인 "원래 '동성로'를 작년에 면도랑 같이 하려고 했어요. 리듬파워와 면도가 같이 해서 비주얼 F4 느낌으로 하려고 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곡도 바뀌고 해서 함께하지 못했어요."

Q. 이번 신곡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지구인 "저희가 여태 했던 음악류는 아니에요. 조금 더 세련됐다고 해야 할까요. 크러쉬와 작업한 것과 연관이 있는데, 예전에 크러쉬랑 작업했던 곡과 결이 비슷해요."

보이비 "음악을 만들어놓고 음악에 대해 설명하기 너무 힘드네요.(웃음)"

지구인 "인천 스타일의 경쾌한 음악이죠."

보이비 "리듬파워를 기억하고 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상반돼요. 자연스러운 변화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구인 "'동성로'와 함께 발표하는 곡 '집앞으로 갈게'라는 곡이 있는데 보이비가 전 여자친구와 싸우던 내용을 키워드로 생각해서 만든 곡이에요. 상남자 스타일이죠."

보이비 "담백한 가사가 담긴 곡이에요. 그렇지만 지금은 그 친구에 대해 많은 얘기는 안 하려고 해요.(씁쓸)"

2017. 11.20. 연남동 봉황당. 리듬파워 지구인(왼쪽부터), 행주, 보이 비 컴백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Q. 이번 신곡에 대한 느낌을 소개해준다면요.

지구인 "현재의 리듬파워 같아요. 이 노래가 주는 적당한 신남과 약간의 세련됨 같은 게 지금의 우리 같다는 얘기를 했어요."

보이비 "사람들이 날씨 때문에 발라드를 많이 듣잖아요. 음악은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상관없는데 사람들이 많이 들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행주 "'집앞으로 갈게'라는 노래는 지금 이 계절이랑 너무 잘 어울려요. '동성로'에서 '집앞으로 갈게'로 넘어갈 때 느낌이, 그 연결이 되게 좋아요. 저희 입장에서는 재밌는 두 트랙인 것 같아요."

Q. '동성로'를 초반에 나오는 보이비 음색이 정말 감미로워요.

행주 "보이비 성공했네요." 지구인 "(보이비가) 목소리 하나는 잘 생겼어요." 보이비 "목소리는 어디 가서 빠지진 않죠.(일동 웃음)"

Q. 세 분 모두 인천 출신인데 왜 대구의 동성로인가요.

보이비 "프로듀서 친구가 그루비룸인데요. 그 친구들이 비트를 들려주면서 바다, 해변이 생각난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했는데 부산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았어요. 하하 형님도 (노래가) 있고 해서 '어디가 좋지'하고 우리끼리 본 곳이 동성로였어요."

Q. 원래 동성로에 자주 다녔었나요.

보이비 "20대 초반에 행사하면서 처음 가봤어요." 지구인 "2004년인가. 서울 외에 처음으로 공연한 곳이 대구 동성로에 있는 클럽이었어요. 처음 동성로를 갔을 때의 설렘이 있죠."

2017. 11.20. 연남동 봉황당. 리듬파워 지구인(왼쪽부터), 보이 비, 행주 컴백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Q. 처음을 기억하자는 의미인가요.

행주 "처음을 기억하자는 말은 솔직히 너무 포장 같고요. 처음 갔을 때 그 느낌이 너무 강해서 두 번, 세 번 가도 너무 좋았던 곳이 동성로였어요. 또 인천 래퍼들이 다른 지역을 외치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 재밌잖아요."

지구인 "외국 뮤지션들이 캘리포니아나 마이애미 이런 데를 약간 가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 설렘을 우리 식으로 풀어간 게 '동성로'예요."

Q. 미녀가 많아서는 아닌가요.

행주 "그것도 맞아요. 부산 같은 경우는 해운대도 있고 광안리도 있고 번화가가 여러 군데잖아요. 그런데 대구가 매력적인 게 번화가가 동성로 하나예요. 동성로 안에 다 집결돼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처음 봤을 때는 되게 미인이 많았어요. 길거리를 걷는데 그냥 행복했어요.(웃음) 그것도 한 몫했다고 봐요."

지구인 "여성들에게 잘 보이는 게 음악 하는 목표 중에 하나죠. 원동력이자 동기.(웃음)"

행주 "여자한테 더 멋있어 보이고 잘 보이기 위해서 랩을 열심히 하는 것도 있어요."

보이비 "어떻게 보면 이게 초심이죠.(진지)"

Q. 행주가 솔로가 아닌 리듬파워로 컴백하는 것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요.

행주 "포장해도, 안 해도 좋은데 당연한 거예요. 리듬파워로 나오는 건 언제나 그랬으니까요. 그리고 리듬파워로 활동을 하다가 (개개인으로) '쇼미더머니6'에 나간 건, 리듬파워로 나갈 수 없으니까 그런 거였죠. 모든 게 자연스러운 것이에요."

지구인 "우리는 음악을 세 명이 함께 시작해서 다른 친구들과 생각 체계가 달라요. 어찌 됐든 우리에게 우선시되는 건 리듬파워예요."

Q. 행주가 '쇼미더머니6'에서 우승한 다음에 더 빨리 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요.

행주 "그거랑은 별개인 것 같아요. '쇼미더머니6' 프로젝트는 그냥 그걸 위한 거였어요. 일단 '쇼미더머니6'에 들어갔으니까 래퍼로서 우승을 하면 좋잖아요. 행사나 공연이 따라오면 좋지만 그걸로 끝이죠. 그런데 이 (신보) 프로젝트는 이 친구들이 계속 준비를 해주고 있었어요."

지구인 "지금 저희가 행주 덕분에 일이 많아졌어요. 바쁜 와중에 최대한 빨리 내려고 한 게 지금이에요."

보이비 "사실 두 곡 다 작년에 스케치를 끝내 놔서 이때 내는 게 가능했죠."

[딥:풀이②]리듬파워 "행주, '쇼미6' 후 섹시해져..여심 쏠렸다"로 이어집니다.


hm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