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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톡스①]김소이 "가정 폭력 피해자 연기, 벗어나기 힘들었죠"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7-11-25 15:00 송고
디엔브라더스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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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소이는 '20세기 소년 소녀'들에겐 여전히 아이돌 그룹 티티마의 '얼굴' 소이로 기억되고 있다. 1999년에 데뷔해 약 2년 남짓 활동한 후 20년 가까이 배우로 활동했지만 대중적인 작품을 많이 하지 않은 탓에 아직까지 '배우 김소이'가 낯선 이들이 많은 게 사실. 하지만 김소이는 "티티마가 히트곡도 없는데 기억해 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또 "노력과 꾸준함에 승부를 걸겠다"며 지금가지 그래왔듯 배우로서 스스로에게 떳떳한 길을 걷겠노라고 각오를 내비쳤다.

김소이가 출연한 독립 영화 '폭력의 씨앗'(임태규 감독)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또 봉준호, 홍상수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던 제65회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에서 신인감독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영화는 후임을 데리고 외박을 나온 군인 주용(이가섭 분)이 겪는 하루동안의 일을 따라가는 작품. 군대 내 폭력과 가정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며 폭력에 물든 한국 사회의 일상을 재조명한다.
극 중 김소이가 맡은 역할은 주용의 누나 주아다. 주아는 신도시 치과의사의 아내지만, 실상은 남편의 반복되는 폭력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캐릭터. 이제 막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인 김소이는 "우리 감독님은 나중에 정말 큰 일을 해낼 것 같다"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은 '폭력의 씨앗'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영화 속 주아의 캐릭터에서 한동안 빠져나오기 어려워 힘들었다는 김소이의 이야기를 뉴스1이 들어봤다.

-'폭력의 씨앗'이 개봉도 했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좋은 반응도 얻었다. 기분이 어땠나?

▶전주영화제 때부터 보신 분들은 다 불편하셨다고 하더라. 하지만 좋은 불편함이었다고. 자기 검열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보신 분은 다 좋아하신다. 다만 보기까지가 힘든 영화인 것 같다. 군대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폭력이 가장 앞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항상 하는 말이 '헬스장 같은 영화'라고 한다. 가기까지는 힘든데 보고 나면 성과가 느껴지는 영화다. 보길 참 잘 했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다.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에 다녀왔는데, 해외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해외 관객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는데 첫날 박수를 계속 쳐주시더라. 영화 상영이 끝나고 기립해주는 분들도 있었다. 관객과의 대화를 할 때도 환호를 해주셨다. 또 이가섭 배우와 함께 걸어가는데, 외국 분들이 막 쫓아오셔서 '영화 너무 잘 봤고, 출연해줘서 고맙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그런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아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안고 돌아왔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물론 나는 숟가락을 얹은 거지만, 같이 작업한 배우들의 연기력에 숟가락을 얹은 거지만 그래도 뿌듯하고 자부심을 갖고 있다.
디엔브라더스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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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한 차례 인터뷰를 했었다. 그 사이 어떻게 지냈나?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그 사이 '더 복서'라는 영화를 한편 더 찍었다. 내년에 개봉하는데 그 영화도 좋은 배우들과 즐거운 작업을 했다. 또 음원도 한 차례 냈다. 영화제도 다녀오고. 나름 알찬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니까.(웃음) 빅이슈에 연재도 한 달에 한 번 하는데, 저번에 한 달 양해를 구하고 연재를 쉬었다. 배우로서 내가 출연한 영화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세상에 보내는 느낌이 사실은 정말 쉽지 않더라.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마치 아이를 세상에 처음 내보내는 느낌이었다. 아마 감독님은 나보다 훨씬 더 그렇을 거다.영화를 홍보하는 일정에서 내가 과연 글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에 한 번, 매달 쓰는 글이지만 저는 정말 솔직하게, 어떻게 보면 제가 느끼는 감정의 날것 그대로를 글로 쓰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면 가공되게 쓸 것 같았다. 신경을 100% 못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양해 구해 한달을 쉬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도 감정의 '업 앤 다운'이 심해 이 감정이 정리된 다음에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최근 들어 감정의 변화가 컸던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하면 주아에 대한 감정, 그때 느낀 힘듦, 그때 주아를 캐릭터를 벗어나는데 힘들었다. 실제로 '관객과의 대화'를 할 때 가정폭력 피해자 얘기를 하면서 울컥울컥 한다.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그래서 '업 앤 다운'도 있었다. 또 요즘 사랑에 대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게 개인적으로는 '업 앤 다운'이 심한 이유다. 내가 여태까지 생각해 온 사랑이 진짜 사랑일까, 하는 생각을 요 몇달 좀 많이 했다. 아직 정리가 다 안됐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무슨 내용인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책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이 실제로 사랑이 아닐 수 있다' 말을 던진다. 그것 때문에 좀 많이 스스로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 가장 감정이 잘 나온다. 연기를 해야한다. 캐스팅이 돼야 한다.(웃음) 이 시기에 캐스팅이 되면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까도 연기 모임에 다녀왔다. 사랄에 관한 장면을 하는데, 하면서 별 거 아닌데, 연기자로 툭 내뱉을 수 있는 '내 심장이 고장났어'라는 연극 '올모스트 메인'의 대사였는데 눈물이 나더라. 연기하기에는 적합한 감정상태가 된 것 같다.(웃음)
디엔브라더스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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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를 연기했다. 실제 폭력을 경험한 적이 없지 않나? 연기를 할 때 그런 부분에서 몰입이 어렵지는 않았나.

▶폭력은 아니지만 '유사 폭력'은 살면서 많이는 아니어도, 한번 쯤은 당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살아오면서 가까운 사람이든, 나보다 권위있는 사람에게 '육체적 폭력'은 아니어도 '유사 폭력'을 경험했다. 더불어 가정 폭력의 피해자 역할이기 때문에 조금 더 세세하게 조사를 많이 했다. 일종의 책임감도 느꼈다. 아직 그런 상황에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냥 가볍게 1차원적으로 연기하는 건 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지지와 연대를 하기 위해서 이 작품을 하기로 한건데, 가볍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정말 많이 찾아보고 읽고 배우려고 노력했다. 영상으로 사례들을 만힝 봤다. 왜 여성들이 가정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를 봤고 마음이 너무 많이 아팠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도 했다.

-'주아'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더 있다면 무엇인가?

▶'주아의 마음은 어땠을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로 주아의 일기를 쓰고 주아가 주용이에게 보냈을 법한 편지 같은 걸 썼다. 그러면서 캐릭터를 많이 잡았나갔다. 그때가 생각난다. 지난해 다이어리에 있는데, 세세한 부분을 이야기를 세워갔다. 구멍이 없게 하고 싶었다. 1차원적으로 연기하기가 싫었다.

[딥:톡스②]김소이 "댓글 봤다가 잠 못잤다…꾸준함으로 편견 이길 것"로 이어집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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