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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순방 끝낸 트럼프, 어떤 성과? 일단 '무사고' 인정

외신·전문가들 "큰 성과 없지만…"
美 헤게모니 상실 관측에도 트럼프 "큰 걸음" 자찬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17-11-14 19:45 송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그에 대한 평가에 관심이 쏠린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13일간 대장정에 구체적 성과가 없었다는 데 모두 동의하는 모양새다.
다만 '스캔들 메이커'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만큼은 '돌발 언행'을 자제했다는 점에서 지금껏 트럼프에게 비판적이던 미 CNN조차 일부 긍정 평가를 내렸다.

또 트럼프 스스로 "누구도 받아보지 못한 레드 카펫"이라고 자신할 정도로 역내 지도자들이 성대한 접대 경쟁을 벌인 사실도 긍정적으로 볼 대목이다.

AFP통신은 "사고뭉치 트럼프가 사건 없이, 느긋하고 편안한 상태로 5개국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호들갑스러운 접대 속에서 골프를 쳤고 중국은 자금성과 천안문 광장을 통째로 비우는 파격을 통해 '국빈 방문 플러스'라는 약속에 걸맞는 환영 방식을 택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배를 권하며 그가 "이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반면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 점은 엄연한 맹점으로 지목된다. 이번 순방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한 주안점은 2가지였다. 대북 압력 강화와 미국 기업의 아시아 시장 접근성 강화다.

AFP는 이런 주안점과 관련해서라면 "수사와 기념 사진 촬영을 제외하고는 트럼프가 실상 어느 하나에서라도 진전을 봤는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보면, 북한과 관련해 바뀐 것은 없다"면서 비록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더 많은 대북 압력을 요구했으나 중국은 "현재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간 성과가 아닌 '중장기'를 노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쳉샤오헤 베이징 런민대 교수는 "시진핑은 트럼프를 성대하게 환영했다. 미중 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 지점에 다다랐다. 이런 분위기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의 요구를 완전히 물리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우선순위인 무역과 관련해서도 중대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방중 중 외국인 지분율 제한을 49%에서 51%로 풀며 트럼프에 대한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이조차 경미한 상승으로,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 중 양국 기업 간 2500억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도 의심을 갖고 봐야할 부분이다. 이 계약은 이행 의무가 없는 양해각서(MOU)가 대부분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헤게모니의 몰락도 엿볼 수 있었다는 냉정한 평가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유력 일간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필리핀 학자인 리처드 자바드 헤이다리안 드라샬대 교수는 WP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슈퍼 강대국의 자살"로 표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5개국 방문 동안 "미국이 수십년간 지역에서 가져온 헤게모니의 끔찍한 침식이 고통스럽게 드러났다"며 특히 미국의 '소프트 파워' 상실과 '팍스 시니카'(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의 강화를 관측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소프트 파워 약화와 팍스 시니카의 부상은 서로 연관돼 있다. 미국은 '하드 파워'인 군사력 부문에서 여전히 중국에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오늘날 주요 전장인 무역·투자 부문에서는 천천히 패배하고 있다는 것이 헤이다리안 교수의 분석이다.

이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 APEC 회원국들은 미국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다자간 무역을 지지하는 성명을 채택한 데 이어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 도중 이러한 헤게모니 추락 기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APEC 연설에서 미국을 "만성적 무역 위반 행위들"의 희생자로 표현하고 다자주의 협정이란 "미국의 손을 묶는다"고 비난했다.

이에 버락 오바마 전임 정권에서 아시아 지역 고문을 지낸 라이언 하스는 "아시아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반면, 미국은 뒤를 돌아보고 있다"고 일침했다.

이렇듯 인정과 비판이 혼재된 외부 평가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순방에 매우 만족한 듯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로 떠나면서 "우리는 무역과 관련해 매우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것은 당신들이 아는 그 무엇보다도 더욱 큰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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