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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이 낳은 거짓말…연극 '말들의 집'

[연습실 탐방] 국립극단 11월17일~12월3일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11-12 08:18 송고
연극 '말들의 집' 연습 장면. 김벼리(왼쪽)와 백혜경 배우 © News1

여고생 이서진 역을 맡은 김벼리 배우(24)는 청소년극 '말들의 집' 공연 내내 무대에서 머물러야 한다. 김벼리는 퇴장 없이 자살한 친구 이진주를 잊지 못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극의 흐름을 이끌어야 한다.

김벼리는 지난 10일 청소년극 '말들의 집' 연습실인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스튜디오A에서 약속된 연습 시간보다 일찍 나온 동료들과 장면을 분석하고 있었다. 이들은 시선 처리, 손동작 하나 등 사소한 부분을 계속 바꿔가며 자연스러운 동작을 찾고 있었다.

오는 17일부터 12월3일까지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선보이는 연극 '말들의 집'은 경찰이 여고생 이서진을 취조하는 형식을 취한다. 서진은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가 자살을 염려한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서로 끌려온다. 그는 취조 과정에서 본명을 대신에 1년 전에 죽은 친구 이진주의 이름을 댄다. 또한, 보호자 연락처엔 상담 선생의 전화번호를 기재한다.

작품은 경찰서에서 벌어지는 현재와 학교에서 벌어지는 과거를 오가며 이서진의 거짓말을 하나씩 풀어간다. 이 과정에서 이서진은 부족함 없는 가정에서 태어난 우수한 학생인 반면에 이진주는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음이 밝혀진다.

김벼리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이서진의 감정선을 끌고 가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현재 상황인 경찰서 취조 과정에서 1년전 과거가 수시로 중첩된다"며 "인물의 감정선이 현재와 과거에서 완전히 다른데 이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더구나, 여고생 이서진은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의 퇴장 없이 무대에서 극의 진행을 이끌어야 한다. 이 역할은 경험이 부족한 24살 신인 배우가 맡기엔 커다란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대 연극학과 연기 전공 3학년을 다니다가 휴학 중인 김벼리는 지난 3월 연극 '목란언니'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는 등 무대 경험이 아직 짧다.

연극 '말들의 집' 연습 장면. 김벼리(왼쪽)와 김태근 배우© News1

김벼리와 더불어 연극 '말들의 집'의 주인공 이진주 역을 맡은 백혜경 배우(26)도 신인에 가깝다. 청주대 연극학과를 졸업한 백혜경은 극단 신야(대표 신아리)에서 배우로 활동한 바 있다.

백혜경은 왕따를 당하던 이진주가 학교 화장실에서 구타를 당한 이후 무대에 등장하는 제7장 '그녀들의 옥상: 변태'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제6장에서 이진주를 구타하는 장면은 상징적인 영상으로 처리된다"며 "제7장에서 구타를 당한 직후의 이진주를 연기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진주 역할에 흠뻑 빠져 있는 백혜경은 자신의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는 "중고교때 한 반에 이진주처럼 왕따가 항상 있었다. 나는 왕따가 나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습할수록 내가 맡은 역할인 이진주가 타인에게 마음을 닫아버리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켜낸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평소 부러워했던 이서진이 이진주에게 살갑게 대하자 그만 마음의 벽을 허물고 만다. 어쩌면 이서진이나 상담선생의 책임질 수 없는 호기심이 이진주를 파멸로 몰고 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김벼리는 연극 '말들의 집'이 '이서진의 성장통'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고2, 고3은 청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있는 불안한 시기"라며 "이서진은 죄책감에 의해 자살한 이진주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이상행동을 보이지만 이것은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작품이 진짜 자신의 꿈을 찾고 싶은 청소년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내 꿈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학원과 학교를 쳇바퀴 돌듯 다니는 것이 청소년의 현실"이라며 "이런 현실에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다"고 했다.

반면에 백혜경은 "청소년이 자존감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서진과 진주는 비록 거짓말과 환상이라는 수단을 썼지만 자존감을 회복하려고 노력한 인물"이라며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이들의 노력은 청소년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문제가 닥쳤을 때 한번에 정답을 찾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관람료 3만원. 문의 1644-2003.

연극 '말들의 집' 연습 장면. 백혜경 배우© News1

연극 '말들의 집' 연습 장면. 김수아(왼쪽) 김벼리 배우© News1

연극 '말들의 집' 연습 장면. © News1

연극 '말들의 집' 연습 장면© News1

연극 '말들의 집' 연습 장면©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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