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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블랙리스트 컴퓨터' 사라질뻔 했었다

비품교체 이유로 본체 별도 보관
기획조정실 업무 인수한 법관이 되찾아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11-11 09:00 송고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3차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대표 판사들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
2017.9.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김명수체제의 대법원이 사법개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특히 김 대법원장이 ‘법관 블랙리스트’에 대한 추가조사 방침을 밝힘에 따라 다시 한 번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3일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 현안인 '사법부 블랙리스트' 논란의 의혹을 해소하고, 법원 구성원 사이에 발생한 갈등과 혼란을 없애기 위해 '추가조사'를 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문제의 행정처 기획조정실 컴퓨터에 대한 조사 등 '추가조사'를 요구하고 있던 가운데 해당 컴퓨터를 교체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컴퓨터는 비품교체를 이유로 별도의 장소에 보관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법원 행정처 판사로 새로 발령받은 L모 판사가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문제의 컴퓨터 본체를 찾아와 보관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 3월로 8개월여 만에 돌고돌아 실체적 진실확인을 위한 대법원의 행보가 시작됐지만 아직도 지난한 과정이 남아있다. 

법관블랙리스트 의혹이 증폭될 무렵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컴퓨터를 대상으로 한 직접 조사를 불허하자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법원행정처 컴퓨터가 이미 사라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도 했었다.
일선 법원의 A 부장판사는 "당초 컴퓨터 교체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 들었는데 (기획조정실 업무를) 인수한 법관이 교체된 컴퓨터 본체를 찾아와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 부장판사는 "만일 해당 법관이 (컴퓨터 본체) 교체 이후 따로 문제의 컴퓨터를 챙겨 두지 않았다면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은 정리되지 않고 계속해서 사법부 내 갈등의 원인으로 남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소속 L모 판사의 컴퓨터 본체 확보로 물적조사 등 의혹해소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 추가조사 방침 정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미정  

현재까지 대법원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방침만 밝힌 상태다. 누가 추가조사의 주체가 되고 어떤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할지 등 세부적인 방법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B 부장판사는 "사법개혁 실무추진단과 마찬가지로 블랙리스트 추가조사를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법관대표회의에 추가조사에 참여할 법관들의 추천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물적 증거인 문제의 컴퓨터를 들여다 보는 게 블랙리스트 실체규명을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법관들이 스스로 포렌식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B부장판사는 "결국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포렌식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컴퓨터에 비밀번호가 걸려있는지 여부 등에 따라 포렌식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결정되겠지만 그래도 본체 하나 포렌식을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 판사는 "지금까지 법관대표회의가 진행되는 과정과 방식에 비춰볼 때 절차적 정당성 확보 등을 위한 논의 과정이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오늘 당장 추가조사 TF 구성방안을 확정한다고 해도 어떤 판사를 추가조사 TF에 추천할지에 대한 의견 수렴과정, 추가조사 방법론에 대한 협의 등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신임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개혁작업이 이뤄지는 데 있어서 작든 크든 절차적인 문제에 따른 비판을 예방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에 방점을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관 블랙리스트 실체규명을 위한 물적 조사 등을 반대했던 주요한 논거는 '사법부 독립 침해'였다. 법관의 컴퓨터를 들여다 볼 경우 사법독립이 훼손되거나 법원 내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대법원 산하 '전산정보국'이 있지만 코트넷 내 '익명게시판' 운영을 위해 법관들로부터 메일을 받아 직접 게시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던 것에 비춰 포렌식기술을 갖추고 있을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

이 때문에 문제의 컴퓨터를 대상으로 '포렌식'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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