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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수사·재판 방해' 수사에 2명 극단선택…檢 무리한 수사?

정 변호사이어 변 검사 투신…"구속 두려움 컸을듯"
"심경변화 등 고려 신병확보 했어야"…수사차질 불가피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김일창 기자 | 2017-11-06 17:26 송고 | 2017-11-06 18:04 최종수정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 방해 의혹을 받는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투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해 과학수사대가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7.1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 방해 의혹을 받는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투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해 과학수사대가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7.1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의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를 받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48·사법연수원 23기)가 6일 투신해 숨졌다. 검찰이 관련 수사에 착수한 뒤 숨진 관련자가 2명으로 늘어나면서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변 검사에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관련 사건으로 역시 수사를 받던 국정원 소속 정모 변호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변 검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으로는 피의사실 공개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과 구속에 대한 두려움 등이 꼽힌다. 검찰 수사가 공개된 후 구속영장 청구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 따른 지나친 비난 등으로 심리적 변화가 있었을 것이란 게 법조계 안팎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하루아침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변 검사의 심경변화 등을 고려, 검찰이 우선 신병을 확보한 뒤 조사를 이어갔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명예를 중요시하는 검찰 조직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검찰이 이를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6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오후 2시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건물 4층에서 몸을 던졌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변 검사에 대한 영장심사는 이날 오후 3시 열릴 예정이었다.
변 검사는 소방당국에 의해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오후 4시쯤 숨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지난 2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변 검사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검사는 후배들에게 조사를 받는 것에 자존심이 상하기 마련이다. 관련 혐의 등이 전 국민에게 다 알려지기 때문에 명예에도 치명타를 입는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점을 고려해) 일단 긴급체포를 하고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생각이 있다"며 "특히 변 검사의 경우 같이 국정원 현안 태스크포스에서 활동한 변호사가 자살했으니 이에 대한 심적 부담감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새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와 관련, 이 사건을 둘러싼 검찰 수뇌부와 언론 등의 관심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변 검사 평판 좋았다. 그가 당시 수사방해에 얼마나 관여했겠나"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변 검사 등은 검찰 내에서 평판이 좋았다. 그리고 2013년 당시 수사방해는 국정원으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일로 알고 있다"며 "'(변 검사를 비롯한) 이 사람들이 얼마나 관여했겠나'는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 수사에 검사가 많이 투입된 것으로 안다. 그리고 아무리 잘못한 것이라고 해도 너무 오래 끌면 (수사가) 장기화되지 않겠나, 이런 예상을 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저렇게까지 수사인력을 투입해야 하냐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6일 오후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투신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변호사 사무실 화장실에서 경찰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17.1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6일 오후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투신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변호사 사무실 화장실에서 경찰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17.1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김 전 회장은 "자기가 잘못 한 것만 책임져야 하는데 이것을 넘어서는 책임을 언론과 국가, 국민이 요구할 권리는 없다"며 "변 검사나 자살한 변호사를 봐도 그런 죄책은 없어 보인다"라고 전했다.

2013년 당시 국정원 법률보좌관이었던 변 검사는 '댓글사건'과 관련,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비해 미리 위장 사무실을 마련한 뒤 허위서류를 작성·비치하게 하고, 대선개입 수사·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에게 증거 삭제 및 허위 진술을 하도록 시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검찰은 국정원이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검찰특별수사팀의 수사가 임박해오자 감찰실장이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변 검사, 법률보좌관실 파견검사이던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 등 현직 검사 3명과 국정원 관계자들로 현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2013~2015년 국정원 근무 이후 대검찰청으로 복귀한 변 검사는 공안기획관으로 발탁됐다. 이후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를 거쳐 올해 8월부터는 서울고검에서 근무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30일에는 변 검사 등과 함께 현안 TF에서 활동한 정 변호사가 숨졌다. 변 검사 등과 함께 현안 TF에서 활동한 정 변호사는 변 검사 등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있기 4일 전인 같은 달 23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정 변호사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변 검사 등 TF에서 활동한 현직 검사와 여러 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직 검사들이 정 변호사를 회유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정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TF의 내부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변 검사의 사망과 관련, "재직 중 따뜻한 마음과 빈틈 없는 업무 처리로 위아래에 두터운 신망을 받아온 변 검사의 불행한 일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수사팀과 마찬가지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ch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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