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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국내기업 역차별 해소' 외면하는 국회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2017-11-01 17:32 송고 | 2017-11-01 17:35 최종수정
 
지난달 30일과 31일 양일간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말그대로 '네이버 국감'이었다. 이해진 네이버 총수가 처음으로 국감증인으로 출석한 터라, 이해진 총수에 질문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내용이 문제였다. 네이버의 뉴스편집으로 지난 대선에 패배했다고 믿는(?) 야당은 모든 것을 네이버 탓으로 몰았다.

의원들의 수준낮은 질의에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한 야당 의원은 "네이버가 초기화면의 실시간검색어를 30초 단위로 바꾸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윽박질렀다. 네이버는 이 내용을 이미 수개월전 보도자료를 통해 알린 바 있다. 또다른 의원은 "이해진 총수는 조폭같다"며 막말도 서슴치 않았다. 이해진 총수가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자 소리를 지르는 의원들도 있었다. 9시간동안 같은 질문이 반복되자,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집에 가도 되냐"고 묻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실 올해 국감은 이해진 총수 외에도 그동안 출장을 핑계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던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와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등 외국계 IT CEO들도 총출동했다. 이들 모두 첫 출석한 국감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향한 질문은 서너건에 그쳤다. 세금 문제와 유튜브에 음란 동영상이 판치는 문제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구글과 페북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대략 5조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기업들은 미국이 주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국내법으로 규제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규제기관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최근 방통위는 미국 IT기업 A사에 이메일로 성인물 규제검토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때문에 입법기관인 국회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해진 총수는 국감 내내 '국내 기업 역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에 귀를 기울이는 국회의원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이 총수의 '역차별' 발언을 가로막았다. 이쯤되면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의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해외 IT기업들이 지켜보는 국감장에서 그들과 경쟁하는 국내 대표 IT기업을 조롱하고 윽박지르는 의원들의 모습을 지켜본 기자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싸이월드가 사라졌더니 중소기업에 매출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이 돈을 벌었습니다. 정치인들께서 법을 만들 때, 국내가 아닌 해외업체들도 꼭 봐주셔야 합니다." 

초췌한 모습으로 국감장을 나서기전 이해진 네이버 총수가 남긴 이 한마디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lsh5998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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