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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이 '데프콘4' 비상…안보 불감 아닌 의연함

[윤석민의 팩토리]

(서울=뉴스1) 윤석민 대기자 | 2017-10-18 08:00 송고 | 2017-10-18 08:11 최종수정
북 위협에 맞서 동해로 항진하는 미 핵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단..(미 해군)2017.10.10/뉴스1
북 위협에 맞서 동해로 항진하는 미 핵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단..(미 해군)2017.10.10/뉴스1

상황이 엄중하다. 전쟁은 100% 안 난다는 믿음이지만 전망에서 ‘절대’라는 단어를 이제 뺀다. 1%의 가능성에도 우리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만약 전화의 불씨가 댕겨진다면 후세 사가들은 비이성적 국가지도자 간의 말싸움이 도화선이 된 기막힌 사례로 꼽을 것이다.
   
책임은 분명 핵,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으로 전 세계의 안정을 흔들고 있는 북한에 있다. 자명한 결과는 굳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철저한 응징과 3대를 이어온 김정은 정권의 처절한 몰락이다. 다만 그 한가운데에서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다. 전후 60여년간 고생 끝에 쌓아온 가치와 자산은 일순 재가 되고 아름다운 산하는 다시 민둥산 폐허로 돌아갈 것이다.
   
북한 리용호 외상이 미국이 선전포고했다고 생떼를 쓴 날 LA타임스는 전 나토총사령관의 입을 빌려 북한이 괴멸될 때까지 한국인이 하루 2만명씩 죽어나갈 것이라고 예단했다. 장사정포를 비롯한 1만여 문의 야포로 수도권 일대에 집중 공격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거지들의 핵무기’로 불리는 생화학무기도 세상에서 제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한미 연합군은 유사시 북한 전력을 수일이면 무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얼추 10여만명이 희생되면 민족의 철천지원수 김 정권은 지구상서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최후의 순간 김정은이 핵 버튼을 누를 가능성이 10%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참 거지 같은 상황이다.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감에 안보 불안은 싹튼다. 정치권에서는 북핵 위기를 잡을 대책은 무엇이냐는 지난한 질문만 되풀이한다, 해법이 있었다면 북의 핵 프로그램이 진척되어온 지난 25년 동안에 벌써 해결됐을 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대북정책이 수십억 달러를 주고도 얻은 것 하나 없는 실패였다고 단정하며 “단 한가지만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은 하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만에 하나 한반도에 불꽃이 튈 결정이라면 우리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이다. 그래서 답이 없는 딜레마다.
   
이에 더불어 안보 불감증에 대한 논란도 나온다. 북핵을 둘러싸고 미국과 일본내 긴장이 고조되던 일전 서울을 찾은 외신이 한국민이 너무 평온해 보인다는 르포를 내보내며 해석이 분분했다. 한 일본 매체는 한국민을 강심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일부 국내 언론도 미국과 일본에 비해 태평하다고 맞장구치며 국민의 무사안일주의를 꼬집었다. 만사불여(萬事不如) 튼튼. 안보 앞에서는 한치의 허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불안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언론의 정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의도는 남한 사회의 불안 조성이라고 귀에 익히 들어왔다. 우리의 불안감이 커질수록 '북한 리스크'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증폭된다. 우리의 일상도 흐트러진다. 바로 그들이 노리는 바다.
   
우리에게 북한 핵무장은 전후 지속돼온 북측 도발과 위협의 연장선에 놓인 사태의 진전이다. 핵탄두를 완성하고 탄도 미사일 거리를 늘려 강도(强度)를 높였다고 새삼 무릎 꿇거나 겁먹을 일도 아니다. 다만 미일 주변국의 변수가 생겨 불확실성이 커졌을 뿐이다. 따라서 흔들림 없는 평상심이 더더욱 중요하다. 3·11 도호쿠 대지진 한방에 3만명 가까운 사망실종자가 나는 등 하루가 멀다하고 땅이 흔들리는데 어찌 살까 걱정도 들지만 도쿄의 일상은 평온해 보인다. 그들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북의 호시탐탐(虎視眈眈)은 평생을 함께 해온 실존하는 위협이다.
   
우리는 지난 60여년간 전력을 다해 이에 대비해 왔다. 이 결과 제2의 6.25 같은 비극을 막으며 평화를 지켜왔다. 실증의 하나가 ‘데프콘(DEFCON· Defense Readiness Condition)) 4’이다. 대한민국은 한시도 평시인 적이 없었다. 1953년 총성은 멈췄지만 전투준비태세(Combat Readiness Condition) 5단계 중 4단계인 데프콘4가 전후 상시 발령돼 있는 비상 상황의 연속이다. 적과 대립하고 있음을 늘 상기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 대한민국 남아라면 국방 의무를 다한다. 지구상 징병제 국가도 몇 안 되지만 복무 기간도 타국에 비해 길다. 구속의 의무는 예비군, 민방위 등 긴 세월을 거쳐 마무리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사회 진출 연령도 늦추는 개인들의 무한 희생이다. 여기에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3% 가까이 되는 거액의 국방비 투입, 제반 방호 설비와 민방위 훈련 등등 나름 충실히 대처해 왔다. 국력, 인구에서도 북한을 압도한 지 한참 됐다. 핵 하나 더했다고 쫄 이유 하나 없다.
   
문제는 긴 세월에 따른 피로도다. 충분한 매뉴얼이 있어도 그저 형식에 그치고 대충 때우기식 진행이 있어왔음은 숨길 수 없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차제에 우리의 안보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워커끈을 다시 매자.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면 다시금 가다듬자. 흔들림 없는 의연함속에 우리는 앞으로도 안보와 평화를 지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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