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수년째 적자행진 발렌시아가, 단번 30%가격인상에 '호갱' 논란

루이비통·구찌도 평균 7%올렸는데 대폭 인상은 무리수
유통업계 "30% 인상률 이례적…프리미엄화 나선듯"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17-10-19 07:4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프랑스 명품브랜드 발렌시아가가 국내 시장에서 에르메스·샤넬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제품 라인을 단번에 최대 30%를 올려 '호갱' 논란이 일고 있다.

발렌시아가의 가격 인상폭이 경쟁 브랜드 대비 이례적으로 높기 때문인데 업계에선 비쌀 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를 활용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발렌시아가는 국내 직진출한 이후 브랜드 간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수년 째 수십억원대 연속적자를 내고 있다.

◇문자로 "전품목 최대 30% 오르니 15일까지 혜택받으세요"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발렌시아가는 이달 16일부터 핸드백·액세서리·슈즈 등 거의 전 품목가격을 최대 30% 인상했다.
대표적으로 '클래식 메탈릭 엣지 벨로'의 경우 290만원대에서 12% 정도 올라 32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미니시티'는 210만원대에서 250만원대로 약 20% 올랐고 '시티스몰'는 269만원에서 308만원으로 올랐다.

그런데 발렌시아가는 지난주 단골 고객들에게 '거의 전 카테고리 최대 30% 가격이 인상되니 15일까지 방문해 혜택 받길 바란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제품 가격이 오른다는 사실을 미리 흘려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 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재고를 소진하면서 매출도 올려 '일석이조'일 수 있지만 발렌시아가가 한국 소비자를 '호갱'으로 여기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발렌시아가코리아 관계자는 "카테고리별 가격 인상 폭이 각각 다르다"며  "글로벌 본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폭 인상한 이유를 묻자 "설명할 부분이 없다"고 답했다.

'발렌시아가 클래식 메탈릭 엣지 벨로' 290만원대에서 320만원대로 가격이 올랐다.© News1
'발렌시아가 클래식 메탈릭 엣지 벨로' 290만원대에서 320만원대로 가격이 올랐다.© News1

명품 수요가 증가하는 혼수철이 되자 발렌시아가·구찌·샤넬 등이 줄줄이 가격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소위 명품 브랜드들은 연말·연초, 그리고 봄·가을 혼수철을 앞두고 연례행사처럼 가격을 올려왔다.

유통 업계에서는 발렌시아가의 가격 인상률이 유독 높은 것은 비싸면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를 활용하기 위해 리포지셔닝에 나선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베블런 효과는 고소득층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로 제품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사회 현상을 의미한다. 미국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1899년 출간한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발렌시아가의 인지도·선호도가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3대 명품으로 꼽히는 브랜드 대비 뒤떨어지자 가격을 대폭 올려 소비자들이 같은급 제품으로 인지하도록 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실제 최근 에르메스의 매출 신장률이 샤넬·루이비통을 크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제품 경우 에르메스가 1200만~7000만원으로 가격이 가장 높고 샤넬은 400만~1000만원대, 루이비통은 200만~500만원대다. 발렌시아가의 주요 핸드백 가격대는 150만원~350만원 정도로 파악됐다.

발렌시아가와 비슷한 가격대인 루이비통·구찌 등이 평균 7% 올린 것과 비교했을 때 이례적으로 높은 인상폭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보통 3%에서 높게는 10% 정도 가격을 인상하는데 15%에서 30%에 이르는 가격 인상은 이례적"이라며 "프리미엄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브랜드 관계자도 "가격을 대폭 인상해 고가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며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가격 인상만으로는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발렌시아가코리아는 2012년 우리나라에 직접 진출했지만 수년째 연속 적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발렌시아가는 4년째 적자행진을 달리고 있다. 영업손실 규모는 △2013년 7억원에서 △2014년 19억원 △2015년 24억원 △2016년 36억원 등으로 점점 늘어났다.

지난해 경우 매출은 328억원으로 전년(242억원)대비 35.5% 늘었지만 적자 폭도 24억원에서 36억원으로 50% 증가했다. 매출총이익이 25억원 늘어나는데 그친데다 △인건비 △광고비△ 판매촉진비 △지급임차료 △지급수수료 등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ideaed@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