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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일까 기대했으나 무리수로 끝난 '수비수 이청용'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10-11 00:41 송고
유럽 원정 2연전을 통해 신태용 감독이 실험했던 '수비수 이청용' 카드는 실패로 끝났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유럽 원정 2연전을 통해 신태용 감독이 실험했던 '수비수 이청용' 카드는 실패로 끝났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혹 묘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좀처럼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의 답이 '이청용의 변신'이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앞선 실험(러시아전)에서 공격 쪽으로는 긍정적인 면을 보았기에 더 관심이 집중됐는데 두 번째 시도는 실망스러웠다. 역시 수비수의 제1 덕목은 수비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0일 오후 스위스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1-3으로 완패했다. 지난 7일 모스크바에서 펼쳐진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2-4로 대패해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던 한국으로서는 더 깊은 수렁 속에 빠지게 됐다.
경기 내용부터 결과까지, 또 다시 좋은 평가를 듣기 힘든 경기가 나왔다. 그래도 러시아전에는 작은 소득이라도 있었다. 권창훈이 공격 쪽에서 재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윙백으로 변신한 이청용이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 축구 팬들을 위로했다. 하지만 모로코전에서는 그마저도 한숨으로 바뀌었다. 

신태용 감독은 모로코전에서도 러시아전과 같은 변형 스리백 전술을 가동했다. '포어 리베로' 장현수를 중심으로 한 스리백을 가동하면서 좌우 윙백을 배치했다. 그 오른쪽에 다시 이청용이 출격했다. 관전 포인트였다.

유럽 원정길에 오른 멤버들 중 전문 측면수비 자원이 2명뿐(임창우, 오재석)이라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험이기도 했다. 풀백이든 윙백이든 측면 수비 쪽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청용을 변신시키는 승부수가 통한다면 묘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무리수로 끝났다.
러시아와 비교해 공격 속도가 더 빠르고, 특히나 측면을 활용한 공격빈도가 높은 모로코를 상대하던 수비수 이청용은 숨길 수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 공격수 역할이 몸에 배어 있는 이청용이 짧은 시간에 수준 높은 수비수로 변신하기를 바란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다.

공격수가 높은 위치에서 상대 수비수를 수비하는 것과, 수비수가 낮은 위치에서 달려드는 상대 공격수를 수비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전자가 익숙한 이청용은 계속해서 마크맨을 놓쳤다. 적극적인 접근이 어려워 너무도 쉽게 크로스를 내준 것도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달려들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 대한 판단이 정확치 않아 소위 '쉽게 벗겨지는' 장면도 많이 보였다.

후반 2분 만에 나온 3번째 실점은, '측면 수비수 이청용 카드'가 실패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왼쪽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공이 한 번에 넘어갔을 때 이청용의 커버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자유롭게 공간을 확보한 엘 하다드가 슈팅을 시도할 때까지도 이청용은 발을 내밀지 못했다.

종료 때까지 이청용의 오른쪽은 불안불안했다. 일부러 전진을 자제한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의 참혹한 실수가 두려워서인지 이청용은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도 잘 보이지 못했다. 장점까지도 퇴색됐다는 뜻이다.

신태용 감독이 또 다시 실험을 감행할 것인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모로코전을 봤을 땐, 이 승부수는 무리수였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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