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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어린자녀 차에 방치한 판사 부부 진상조사 착수

괌 현지서 체포돼 벌금형…국내엔 법규정 없어
'문화 차이' vs '아동권 차이'…입법 필요성 지적도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2017-10-10 05:00 송고 | 2017-10-10 10:08 최종수정
괌 현지 매체 'KUAM뉴스' 갈무리. © News1
괌 현지 매체 'KUAM뉴스' 갈무리. © News1

아이들을 차에 앉혀둔 채 쇼핑을 해 괌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현직 판사에 대한 징계 논의가 본격화된다.

국내법을 어긴 것이 아닌 만큼 문화적 차이로 인한 해프닝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이르면 10일 설모 판사(35)를 불러 구체적인 사건 경위와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원지법 소속 설 판사와 남편인 윤모 변호사(38) 부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령인 괌의 한 마트 주차장에 주차된 차에 여섯살과 한살배기 자녀를 남겨두고 쇼핑을 하다가 주민신고로 경찰에 체포됐다.

현지 법원은 이들에게 경범죄에 해당하는 '차량에 아동 방치' 혐의를 적용 벌금형을 선고했다. 괌이 포함된 캘리포니아 등 미국 20여개 주에서는 6세 이하 아동을 성인의 감독 없이 15분 이상 차량에 내버려 둘 경우 처벌된다.
수원지법은 우선 현지 법원의 판결 내용과 설 판사의 진술, 마트 영수증 등 자료를 토대로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수원법원장은 진상조사를 통해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설 판사에 대한 징계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현직 판사가 해외법을 어겨 외신에 오르내린 점이 품위 손상에 해당할 순 있지만, 국내에선 범법에 해당하지 않는 경범죄인 데다 방치 시간 등 범죄사실에 대한 다툼의 여지도 있다.

45분간 아이들을 차량에 방치했다고 보도한 외신과 달리, 이들 부부는 실제 자리를 비운 시간이 짧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법원도 이들의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법원은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 외에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에도 법관을 징계할 수 있다. 징계는 △1개월~1년 정직 및 보수지급 정지 △1개월~1년 3분의 1 이하 감봉 △견책(서면 훈계) 등이 있다.

남편인 윤 변호사에 대해서도 변협 차원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조만간 상임이사회를 열고 윤 변호사에 대한 조사위원회 회부 여부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민간단체인 변협의 변호사징계규칙이 정한 품위 손상 규정은 그 수위가 법관보다 높지 않은 만큼 조사위에 회부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경미한 법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법조인은 현지 법률과 문화를 잘 알고 이를 준수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며 "해외 체류시 이를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회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주의를 환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국내 아동보호법을 좀 더 촘촘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름 폭염 속에 차량에 방치해 아동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위험성에 대한 무지나 부주의가 이어지고 있어 법·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동을 차량에 방치하는 행위만으로도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미국과 달리 한국에는 그로 인해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줄 경우에만 처벌의 대상이 된다. 그마저도 아동의 피해와 비교해 처벌이 경미하다. 

지난해 7월에는 광주의 한 유치원 통학버스에 4세 남자아이가 8시간 동안 방치돼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인솔교사와 버스기사, 주임교사 등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각 금고 8개월, 금고 6개월, 금고 5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법·제도 개선은 어린이 통학버스의 창유리를 투명하게 해 방치된 아이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바뀌는 등 미미한 수준이다.


do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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