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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전인지-박성현 다음은? '핫식스' 이정은, 여왕 자리 예약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7-10-02 06:00 송고
올 시즌 '여왕' 자리를 예약한 이정은. (KLPGA 제공) © News1
올 시즌 '여왕' 자리를 예약한 이정은. (KLPGA 제공) © News1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최근 몇 년간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해왔다. 2014년 김효주(22)를 시작으로 2015년 전인지(23), 2016년 박성현(24)까지. 이들은 모두 그해 KLPGA투어를 제패한 뒤 이듬해 미국무대로 진출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화수분' KLPGA투어는 올해도 새로운 스타를 배출해냈다. 올 시즌 '퀸' 자리를 예약한 이는 투어 2년차의 이정은(21·토니모리). 그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2017 KLPGA투어에서 명실상부한 대세 반열에 올라있다. 그의 이름 뒤에 붙는 '6'에서 비롯된 새 별명, '핫식스'가 잘 어울리는 시즌이다.
△'시즌 1승'이 목표였던 이정은, 우승 트로피만 4개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한 뒤 이정은이 말한 올 시즌 목표는 '1승'이었다. 이제와 돌아보면 소박하기 그지 없어보이지만, '무관'의 신인왕이었던 지난해 그에게는 간절한 바람이었다.

목표는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다. 이정은은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올해, 세 번째로 출전한 롯데 렌터카 오픈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로 우승을 차지했다.
두 번째 우승을 달성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던 이정은은 전반기 휴식을 앞두고 열린 7월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후반기 들어서는 본격적인 독주체제를 일궜다. 그는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장하나(25·BC카드)와 연장 접전을 벌인 끝에 시즌 3승째를 달성했다. 기세를 이어 9월 박세리 인비테이셔널까지 제패하며 4승 고지를 밟았다.

이와 함께 주요 부문 타이틀도 가까워졌다. 시즌 상금은 9억9940만원으로 1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 경우 2014년 김효주(12억897만원), 2016년 박성현(13억3309만원), 고진영(10억2244만원)에 이어 역대 4번째 단일 시즌 상금 10억원 돌파를 달성하게 된다. 2위 김지현(7억7064만원)과의 격차도 2억원 이상이다.

대상포인트에서도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현재까지 565포인트를 쌓아 2위 고진영(368포인트)과 100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와 함께 평균타수 부문도 평균 69.67타로 선두다. 공동선두 고진영(69.65타)과 함께 유이한 60대 타수를 기록 중이다.

시즌 1승이 목표였지만, 4승에 주요 3개 부문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그다. 지난 3년간 KLPGA투어를 제패했던 김효주-전인지-박성현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정은(21·토니모리). (KLPGA 제공) ⓒ News1
이정은(21·토니모리). (KLPGA 제공) ⓒ News1

△우승보다 돋보이는 꾸준함…'닥공' 자질까지 갖춰

우승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꾸준함이다. 이정은은 올 시즌 23개 대회에서 무려 17차례나 '톱10'에 들었다. 우승 4번을 포함해 '톱5'도 12차례이고, 톱10 피니시율은 73.91%에 달한다.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톱10 피니시율이 50%를 넘기고 있는 선수는 이정은을 비롯해 3명 뿐이다.

KLPGA투어 역대 최다 톱10은 2014년 김효주가 달성한 18회다. 이정은은 남은 대회에서 2번 더 톱10에 들 경우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된다. 신지애가 최강으로 군림하던 2007년 달성한 한 시즌 최다 톱5(16회) 기록에도 근접해 있다.

또 이정은은 올 시즌 투어에서 가장 공격적인 골퍼이기도 하다. 그는 드라이브 비거리가 252.95야드(15위)로, 상금랭킹 5위 안에 이정은보다 드라이버를 멀리 치는 선수는 없다. 그럼에도 페어웨이 안착률이 78.12%(16위)로 준수하다.

상대적으로 긴 비거리를 바탕으로 많은 버디를 낚아낸다. 이정은은 라운드당 4.21개의 버디를 잡아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이정은 이외에 라운드 평균 4개 이상의 버디를 잡는 이는 없다. 안전한 플레이보다는 매 홀에서 버디를 낚겠다는 생각으로 곧장 핀을 겨냥하는 공격적 성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정은은 이에 대해 "지난해에는 신인왕이 지향점이었기 때문에 모든 대회의 목표가 예선통과였다. 그래서 안전하게 플레이 했다. 하지만 올해는 매 대회 목표가 우승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플레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닥공'의 결과물은 성적에서 드러난다.

아버지 이정호씨와 이정은. (KLPGA 제공) © News1
아버지 이정호씨와 이정은. (KLPGA 제공) © News1

△탁구선수 아버지를 끔찍히 아끼는 '효녀골퍼'


이정은이 누구보다 강한 집중력과 정신력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아버지의 존재가 크게 작용했다. 아버지 이정호씨는 덤프트럭 기사로 일하다 추락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때 이정은의 나이는 4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정은의 부모님은 누구보다도 헌신적으로 딸을 지원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서 골프선수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이정은의 뒷바라지에는 모든 것을 뒤로 제쳐뒀다.

이정은이 프로가 된 이후에도 아버지의 헌신은 계속됐다. 이씨는 장애인 전용 승합차를 집적 몰며 딸의 운전사 역할을 했다. 이정은은 언제나 "아버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며 공을 돌리곤 했다.

아버지 이씨는 탁구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사고를 당한 이후 탁구에 빠졌고, 운동 신경이 뛰어난 덕에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이정은의 데뷔 이후 한동안 탁구채를 놓았던 그는 올 시즌 딸의 권유로 다시 '탁구선수'로 돌아갔다. 지난달 19일에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탁구 남자 단체전에서 전남 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딸의 '성공'을 뒷받침한 뒤 일군 자신의 성취였기에 더욱 의미가 컸다.

이정은은 "아버지가 대회에 나가 실때는 통화도 하지 않는다. 잠시 그만뒀던 탁구선수 생활을 다시 시작하셔서 나 역시 기분이 좋다. 아버지도 아버지의 길이 있지 않나"며 누구보다 기뻐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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