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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미군부대서 사이렌…"칠곡은 전쟁공포에 떨었다"

(칠곡=뉴스1) 정지훈 기자 | 2017-09-28 15:48 송고 | 2017-09-28 16:38 최종수정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미군부대 캠프캐롤의 모습. 해당 부대에서 28일 오전 1시25분쯤 사이렌이 오작동하며 40분동안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2017. 9. 28. 정우용 기자/뉴스1© News1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미군부대 캠프캐롤의 모습. 해당 부대에서 28일 오전 1시25분쯤 사이렌이 오작동하며 40분동안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2017. 9. 28. 정우용 기자/뉴스1© News1

"이대로 죽는 건가 무서워서 울었어요"

28일 오전 1시25분쯤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부대 캠프캐롤에서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렸다.
사이렌은 40분이 지난 이날 오전 2시5분쯤 멎었다.

중간고사 마지막 시험일을 앞두고 2층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김모양(16)은 "갑자기 닥친 공포스러운 상황에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김양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어머니가 1층에 있다 급히 부대로 복귀했다. 너무 불안했는데 잠시 후 돌아와 '오작동이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시험을 마치고 귀가하던 김양의 친구들도 "학교에서 친구들 온종일 새벽에 울린 사이렌 이야기만 했다"고 했다.
김양의 친구들이 보여준 단톡(단체카카오톡)방에는 '부대에서 불이 났나, 무슨 일이지?', '무서워서 손 떨려', '친구들아 사랑해' 등의 글이 가득했다.

이른 새벽 잠자리에 든 미군부대 인근 주민들도 부대 안에서 울린 사이렌을 듣고 황급히 잠에서 깼다.

주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나 보다고 생각했다. 두려운 마음에 TV를 켰지만 내용을 알 수 없었다. 부대로 복귀하는 미군 병사들을 보고나서 불안한 마음이 컸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40년 넘게 삶의 터전으로 부대 인근 마을에서 살아온 상인들은 "이전에는 한번도 이런 일이 없어 더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 박모씨(72·여)는 "미군부대로 출동한 소방차 3~4대가 보였다. 하지만 소방관들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집 밖으로 나온 주민들에게 물어봤다. 부대로 뛰어가는 미군들도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불안감이 더 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근 식당에서 만난 노부부는 "김정은이 (미사일을) 쐈나보다 생각했다. 너무 무서웠다"며 "이곳은 미군부대 작전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지원하고 작전을 수행하는 종합부대가 있는 곳이다. 전쟁이 나면 가장 위험한 곳이 여기"라고 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미군부대 캠프캐롤 인근 모습. 해당 부대에서 28일 오전 1시25분쯤 사이렌이 오작동하며 40분동안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2017. 9. 28. 정우용 기자/뉴스1© News1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미군부대 캠프캐롤 인근 모습. 해당 부대에서 28일 오전 1시25분쯤 사이렌이 오작동하며 40분동안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2017. 9. 28. 정우용 기자/뉴스1© News1

미군부대 인근 주민들이 계속된 사이렌 소리에 놀라 40분간이나 불안와 공포에 떨었지만 미군부대 측은 안내방송을 한번도 내보내지 않았다.

서모씨(72·여)는 "길 건너 미군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를 보니까 모두 불이 꺼져 있어 '큰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지만, 너무 놀라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함께 있던 박모씨도 "'큰 일이 나긴 했는데 미군들끼리만 아는 상황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답답했다"고 거들었다.

캠프 캐롤 기지 인근에서 만난 미군에게 이날 상황에 대해 물었지만 손사래를 치며 "어떤 소리도 들은 것이 없다(I heard sound nothing)"며 답변을 거절했다.

미군 측은 "영내에 화재나 태풍 등 안전재난 상황을 전파하기 위해 설치된 음향시설이 오작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계적 결함으로 판단되며,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작동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부대의 음향시설은 미군이 외부업체에 의뢰해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캐롤 관계자는 "공습경보가 울렸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27일) 오후 10시 이후 야간훈련을 진행한 적이 없지만 훈련 때는 반드시 칠곡군 등 관계기관에 미리 통보를 한다. 훈련상황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작동 직후 알람 작동을 왜 정지하지 못했는지'와 '영내 방송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오작동 상황을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내용을 확인한 뒤 답변을 주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미군부대 캠프캐롤의 모습. 해당 부대에서 28일 오전 1시25분쯤 사이렌이 오작동하며 40분동안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2017. 9. 28. 정우용 기자/뉴스1© News1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미군부대 캠프캐롤의 모습. 해당 부대에서 28일 오전 1시25분쯤 사이렌이 오작동하며 40분동안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2017. 9. 28. 정우용 기자/뉴스1©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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