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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카톡지시 사정은 알겠는데…법적규제 '고민'

고용부, 지난달 카카오 만나 퇴근 후 카톡금지 논의
카톡금지 여론 공감대 형성…"노사협약 등 대안도"

(세종=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9-17 09:01 송고 | 2017-09-17 09:44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이용한 퇴근 후 업무지시 금지와 관련해 정부가 카카오 본사를 방문해 논의하는 등 물밑 추진이 이뤄짐에 따라 향후 제도의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다양한 근무형태로 바뀐 현대 직장문화의 트렌드를 감안해 일괄적인 법적 규제보다는 노사협약, 근로시간 인정 등의 유연하고 포괄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 실무진은 지난달 카카오 본사를 방문해 카톡을 이용한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양측은 퇴근 후 카톡 지시로 인한 직장인들의 고충에 공감하고 문화개선 캠페인 추진 등을 협의했다. 이 과정에서 카톡을 늦은 밤 대신 다음날 보낼 수 있는 '예약전송기능' 신설 제안도 제시됐으나, 의견교류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부가 카카오 본사를 찾은 배경에는 그만큼 제도 마련에 대한 여러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상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정도 형성됐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717명을 대상으로 '퇴근 후 카톡 금지법'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7.8%'가 금지 법안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막상 66.1%의 직장인들은 '법안 제정은 가능하지만 현장 정착은 어렵다'고 답해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우선 근로시간 외 업무지시 제한 등 근로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한 캠페인 등은 추진 중"이라며 "지침 마련이나 근로감독 등 법적 측면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부분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해 '근무혁신 10대 제안'을 마련해 퇴근 후 업무 연락 자제 등을 명시한 바 있다. 하지만 관리자의 인식개선이나 행동변화를 통해 업무연락을 자제한다는데 그쳐 실효성은 미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근로시간 외 업무 지시 금지 등이 포함된 '칼퇴근법' 제정 공약도 했지만, 막상 지난 7월 발표된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는 반영을 유보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 움직임이 뎌디자 국회에서는 다양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팔을 걷어부치는 모습이다.

지난해 6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시간 외에 카톡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해 업무지시를 내리는 것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지난달 4월과 7일에는 국민의당 손금주, 이용호 의원이 각각 카톡금지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특히 이용호 의원 법안의 경우 SNS을 통한 직접적인 업무 지시뿐만 아니라 단체 채팅방을 통한 간접적인 업무 지시까지 제한 대상에 넣었으며, 업무 지시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연장근로로 인정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하는 등 상당한 구체성을 띄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퇴근 후 카톡 등을 금지하는 법적 규제는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양한 근무형태와 복잡한 상황이 존재하는 만큼 포괄성이 부족한 제도로 자칫 노동시장의 혼란과 부작용만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업종마다 업무지시 기준과 수요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일괄적인 법적 규제는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며 "정부는 퇴근 후 업무지시에 대한 일정 부분 룰을 정하는 가운데 노사 간 자율적 협약으로 이끄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미 퇴근 후 연락금지를 골자로 하는 정책을 마련한 주요 선진국의 사례도 주목된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1월 사용자는 근로자들의 휴식시간 등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디지털기기 사용에 대해 매년 근로자들과 교섭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의 노동법을 마련했다. 노사 교섭을 통해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근로자의 개인적 여가시간 중 이뤄지는 업무상 연락 등에 대해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는 조치를 골자로 하는 '안티스트레스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도 퇴근 후 근무와 관련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한다는 골격이 있다"며 "우리도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먼저 마련한 뒤 기업의 노사협약 토대를 만들 필요가 있고, 퇴근 후 연락으로 인한 업무에 대해선 일정 부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k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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