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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낙마' 이끈 과기계…"창조과학·편향된 역사관 안돼"

BRIC·ESC 등 불가 여론 주도…"인재등용방식 바꿔야"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2017-09-15 15:1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22일만인 15일 자진사퇴하면서 낙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과학기술계가 주목받고 있다.

과학기술인들은 지난 8월 24일 청와대가 박 후보자를 지명하는 당일 창조과학 활동 경력을 들춰냈고, 청와대의 비호에도 꾸준히 지명철회를 요구하며 여론을 주도했다.
박성진 후보자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 아니어서 지명되자 '깜짝 인사'라며 신선하다는 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과학기술계가 박 후보자의 한국창조과학회 국제위원장·이사 활동을 문제삼으며 논란이 촉발됐다.

창조과학은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유사과학', 기독교 근본주의 종교운동이다. 과학기술인들은 현대과학이 반지성·비과학으로 분류하는 창조론을 믿는 사람이 국무위원 자격이 있는가 논쟁을 촉발했다.
 
일각에선 과학분야 부처가 아니라 문제가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고, 청와대는 "개인의 신앙 차원"이라고 후보자를 두둔했지만 과학자들의 반발은 계속됐다.

생물학자들의 커뮤니티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대표적이다. 센터는 홈페이지에 지난 1일부터 '창조과학 연속기고'를 내보내고 있다. 창조과학의 탄생배경, 창조과학이 한국에서 자리잡게 된 정치사회적 맥락, 문제점 등을 집요하게 들추며 청와대에 박 후보자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브릭은 황우석 박사의 연구 진실성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론을 경악케 한 박 후보자의 "지구 나이는 6000년" 답변을 이끌어낸 것도 브릭 기고글이 단초였다. 정직한 세종대 초빙교수는 지난 4일 기고글에서 "내가 청문회장에서 발언한다면 박 후보자에게 먼저 지구의 나이를 질문하겠다"면서 "지구가 6000년전에 만들어졌다고 믿는 사람을 보면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거나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을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라고 했다.
 
과학·공학자 단체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도 지난 5일 '청와대에 상식적 수준의 과학관(觀)을 요구합니다'라는 성명을 내고 심상치 않은 기류를 전했다.
 
ESC는 "창조과학자의 국무위원 지명은 과학에 대한 청와대의 이해가 얼마나 박약한지를 보여준 사건"이라며 "청와대의 성찰과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기대한다"고 지명철회를 촉구했다. ESC는 앞서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지명자 사퇴에도 큰 역할을 했다.
 
과학기술계에선 박기영 전 본부장에 이어 박성진 후보자 낙마를 계기로 청와대가 과학기술 분야 인재풀, 추천방식 등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우재 오타와대 교수는 "(과학기술분야 잇딴 인사 난맥상은) 문재인 정부가 과학기술에 남다른 비전과 열정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박정희-박근혜로 이어지는 정치권력을 청산하고, 대기업-재벌로 이어지는 경제권력을 바로잡으려 하고 있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선 여전히 박정희 시대의 도구적 과학기술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9년간 캠프를 도운 과학기술계 인사들만 중용하려 한다면 지금같은 일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며 "과학계 원로들에겐 희망이 없으니 과학기술 분야 특성상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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