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윤동한 회장 "1등 기술력이 사드 이겨…세계최초 융합R&D 진검승부"

[뉴스1초대석]"고객사 경쟁NO·융합기술 경쟁력UP"
서울R&D센터 기능·업종별연구소 '투트랙' 전략

(서울=뉴스1) 대담=김정태 산업2부장, 김민석 기자 | 2017-09-18 06:40 송고 | 2017-09-21 18:50 최종수정
윤동한 회장이 13일 한국콜마 서초사옥 8층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윤동한 회장이 13일 한국콜마 서초사옥 8층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한국 기업이 세계 1등이 되려면 기술력으로 경쟁해야 합니다. 브랜드를 키워 최고가 되려면 일단 국가 위상이 필요하고 문화·역사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기술력은 '좋다' '나쁘다'가 실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한판승부를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콜마는 화장품ODM 분야서 이미 세계 '톱(TOP)'입니다."

윤동한 회장(71) 한마디 한마디에는 화장품ODM분야 세계 1위란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13일 오후 한국콜마 서초사옥 8층 집무실에서 만난 윤동한 회장은 '기술력' 'R&D센터', 그리고 '애민(愛憫) 정신' 세 가지를 강조했다.
윤동한 회장이 말하는 한국콜마의 가장 큰 경쟁력은 '융합기술'이다. 한국콜마는 창립 초기부터 제약 연구원을 화장품 연구소에, 화장품 연구원을 제약 연구소에 배치해 선도적인 융합기술을 개발하고자 했다.

융합기술로 탄생한 연고제는 세계에서 단연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무좀약에 매니큐어 기술을 융합해 만들어진 손발톱무좀치료제는 불티나게 팔렸다. 서울 내곡동에 건립 중인 R&D센터가 완공되면 이런 혁신상품이 쏟아져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회장은 "고객사와 절대 경쟁 안 한다"며 브랜드 사업을 하지 않겠단 방침도 확실히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기업은 브랜드가 아닌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실제로 직원의 30% 이상을 연구원으로 구성하고 연매출 5% 이상을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현재 윤 회장은 중국과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서 제2 도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웜저와 손잡고 미국 화장품 ODM기업 '프로세스 테크놀로지스 앤드 패키징'(PTP)을 공동 인수하고 11월엔 캐나다콜마 후신인 'CRS'도 인수했다.

윤 회장은 95% 이상 화장품OEM(주문자 상표부착생산)인 북·남미에 한국콜마가 ODM(제조자 주도개발생산) 모델을 선도해 외형성장을 계속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990년 한국콜마를 설립해 한국·아시아에서 했던 것처럼 말이다.

기획·연구개발·마케팅·영업 등 직원 300여명이 근무 중인 한국콜마 서울사옥은 대웅제약의 옛 본사였다. 윤 회장은 농협 간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대웅제약에서 15년을 재직하며 여섯 번 승진해 최연소 부사장에 올랐다. 직접 세운 한국콜마 회장으로 옛 일터를 찾게 됐으니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윤 회장은 "농협을 다니다 실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기업을 세우겠다'는 꿈을 품었다"며 "제약회사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찾던 중 화장품에 딱 눈길이 갔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윤동한 회장이 13일 한국콜마 서초사옥 4층 미팅룸에서 주력 화장품을 들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윤동한 회장이 13일 한국콜마 서초사옥 4층 미팅룸에서 주력 화장품을 들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시기가 시기인 만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얘길 먼저 꺼내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중국 측이 단체여행 제한에 나서면서 화장품 업황이 매우 좋지 못한데 한국콜마 상황은 어떤가.

▶화장품 분야 영업 환경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한국콜마를 27년을 경영하면서 어느 순간도 녹록했던 적은 없었다. 다행히 사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게 사실이다. 한국콜마는 가격경쟁력을 내세우기보다는 중국 시장에서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프리미엄(고가) 브랜드와 관계를 구축해왔다. 국내 면세점 채널을 주력으로 삼은 저가 브랜드와 영세 제조업체들은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타격이 크겠지만 고가 시장은 요동치지 않았다.

-한국콜마·코스맥스 국내 화장품ODM분야에서 라이벌 관계다. 신세계 측이 이탈리아 인터코스와 합작해 오산공장을, 잇츠한불, 토니모리, 스킨푸드 등도 제조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계책이 있나.

▶라이벌이 있어야 함께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들은 더욱 투자를 많이 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화장품ODM 분야에서의 경쟁은 기술력 경쟁이기 때문에 시장이 확대되면 화장품 기술도 진일보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한국콜마의 가장 큰 경쟁력은 '융합기술'이다. 한국콜마가 만든 연고제는 세계에서 단연 최고다. 손발톱무좀치료제도 융합기술로 탄생했다. 내곡동에 짓고 있는 R&D센터가 완공되면 융합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활발하게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학물질 배출 등을 이유로 일부 주민들이 R&D센터 건립 반대에 나섰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의 수의계약 과정도 문제를 삼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한국콜마에 있어 짓고 있는 R&D센터는 정말 중요하다. 건축물 등록에 '기타화학' 등으로 분류를 해놓다 보니 주민들이 걱정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제약·건강기능식품연구소에서 나오는 물질은 초등학교 과학실험실에서 개구리 해부 시험 때보다 유해물질 농도가 적다.

그래서 주민들 앞에 직접 나서서 설명하기도 했다. 눈으로 확인해보실 수 있도록 짓고 있는 R&D센터를 개방했고 실제로 수백 가구 주민들이 다녀가셨다. 지금은 많은 주민이 오해를 풀어주시면서 R&D센터 건립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R&D센터를 화학 실험실로 보기보다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연구소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장담할 수 없지만 R&D센터가 완공되면 인근 지대가 오히려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다. R&D센터 덕에 한국콜마의 기술력이 훨씬 좋아지는 건 물론이고 세계 기업인들이 찾아오는 지역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R&D센터가 한국콜마 융합기술력 발전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나.

▶내곡동 R&D센터가 완공되면 화장품·제약·건강기능식품 융합연구에 최적화된 세계 최고 연구소가 될 것이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화장품·제약·건강기능식 연구소를 한데 모은 것만으로도 시너지 효과가 있다. 아울러 서울시에 소재하게 되면 인재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부문별 연구원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신소재를 화장품·제약·건강기능식 각 부문에 활용해 연구 효율성과 퓨전 테크놀로지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게 목표다.

아울러 R&D센터가 완공되면 도서관과 카페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전국의 학생들이 우리나라 화장품 역사를 돌아보고 화장품·제약·건강기능식품 융합기술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견학 코스를 만드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R&D센터를 통한 융합기술을 강조하는데 수년 전부터 화장품·제약 업계 간 협업이 활발했고 '코스메슈티컬' '더마화장품'으로 불리며 뜨고 있다. 한국콜마만의 차별화 지점이 있단 얘기인가.

▶물론 세계에서 화장품·제약 연구를 함께하는 기업들이 더러 있다. 국내에서도 양 업계 간 협업과 합작사 설립이 활발했다. 그러나 화장품·제약에 건강기능식품 연구까지 모은 R&D센터 건립은 세계에서 최초라고 자부한다.

그뿐만 아니라 기능별 연구와 업종별 연구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전문성을 한껏 높일 계획이다. 화장품·의약품·건강기능식 연구소를 통해 업종별로 운영하면서 유화(물·기름)연구소, 분체(가루)연구소, 발효연구소 등 기능별 연구소를 세워 업종 간에도 통합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한약재는 효능만큼 독성이 강하기도해 조심해야 하는데 발효연구소에서 융합기술로 연구하면 유효성분은 남기고 독성성분만 빠져나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로따로 연구하면 협소한 결과물이 나오지만 융합하고 통합하면 연구 결과물의 질과 폭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윤 회장만의 '경영철학'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한국콜마 설립 직전엔 외국계 제약회사로부터 최고경영자(CEO)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전해진다. 기업을 세우겠단 의지가 확고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첫 직장은 농협이었다. 지방대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간부사원 시험에 합격했다. 5년 정도 재직하는 동안 여전히 학벌이 중시되는 환경을 경험했다. 실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기업인이 되자'는 꿈을 품었다. 농협을 그만두고 당시엔 중소기업인 대웅제약에 입사했다.

최연소 부사장에 올랐을 때 홍콩의 헤드헌터로부터 제안이 왔다. 연봉 두 배에 고급 차량까지 주겠단 조건이었다. '다른 기업의 CEO로 가는 것도 기업가라는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솔직히 들었다.

하지만 고민 끝에 기업가라는 최종적인 꿈을 이루려면 제약회사와 겹치지 않으면서 비슷한 분야에서 창업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목표를 확실하게 세우니 불필요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대웅제약에서 최연소 부사장 자리에 오른 40대 초반 일본콜마 합작사인 한국콜마를 창업했다. 적지 않은 나이이기도 한데 계기가 있었나.

▶몸담았던 제약분야와 겹치지 않으면서 배운 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보니 화장품 분야에 눈길이 갔다. 한국콜마가 설립된 1990년 이전만 해도 태평양·한국화장품·코리아나 등 업체들은 기획, 제조, 유통 모두를 직접 다루는 구조였다. 당시 미국과 일본에선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조, 판매가 구분돼 있었다. 선진국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국내에 없는 화장품 제조기업을 만든다면 승산이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

곧바로 미국콜마를 찾아 갔으나 오히려 일본콜마를 추천받았다. 일본으로 수차례 건너가 설득 끝에 합작법인(최초지분 일본콜마51%:한국콜마49%)을 설립할 수 있었다. 투자받자마자 제품 개발에 전력을 쏟았고 국내 최초 투웨이케이크를 만들어 상용화에 성공했다.

-한국콜마는 개별법인 합산기준으로 했을 때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외형을 더 확대하기 위해선 화장품 브랜드를 기획해 직접 판매에 나서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고객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모레퍼시픽이 잘해오고 있지만 한국에서 브랜드를 만들어 세계 최고가 되는 건 정말 어렵다. 브랜드로 세계 1위에 오르려면 우선 국가의 위상이 높아야 하고 특유의 문화, 오랜 역사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적어도 100년을 투자해야 세계적인 브랜드로 올라설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나 기술력을 쌓으면 세계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려면 실력과 국력 등이 따라줘야 하지만 세계적인 기술력은 실력에 노력을 더하면 갖출 수 있다.

현재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선 삼성전자 경우도 처음엔 다른 기업 제품을 흉내 내기 바빴지만 기술력을 꾸준히 축적해 세계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브랜드 파워와 달리 기술력은 '좋다' '나쁘다'가 바로 나온다. 한국콜마는 화장품ODM에서 이미 세계 톱 수준이기 때문에 잘 하는 영역에 집중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한국콜마의 매출목표와 포부가 있다면.

▶한국콜마의 또 하나의 경쟁력은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회사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사업장을 확대하고 있단 부분이다. 지난해 9월 윔저와 공동인수한 미국의 화장품 ODM기업 '프로세스 테크놀로지스 앤드 패키징'(PTP)을 인수하고 11월엔 캐나다 ODM기업 'CRS(Cosmetic Solutions Inc)' 지분 85%와 생산공장, 부지도 인수했다. CRS의 전신은 미국콜마가 1953년 100% 지분 투자해 설립한 캐나다콜마로 인수의 의미가 크다.

북미는 아직 95% 이상 OEM(주문자 상표부착생산) 시장이다. 1990년대 한국과 아시아 시장과 같은 상황으로 보면 된다. 우리 회사를 시작으로 화장품ODM 모델이 한국과 아시아 시장을 장악하면서 지금은 ODM이 95%이고 OEM은 2~3%에 불과하다.

한국·중국에서처럼 미국·캐나다에서 ODM(제조자 주도개발생산) 모델로의 전환을 선도해내면 외형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는 이유다. 북미 대륙을 ODM모델로 공략을 가속화해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두 배로 세웠고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콜마 단일 매출 1조원을 넘기겠다. 북미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로의 첫 출장이 추석 전 잡혀 있다.

대담=김정태 산업2부장, 정리=김민석 기자


ideaed@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