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출생증명서 위조에 아동 매매까지…출생신고 이대로 괜찮나

법 개정으로 인우보증제 폐지…아직 허점 남아
출생신고 한달 기한 지나도 과태료는 5만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2017-09-03 06:00 송고
서울 중구 묵정동 제일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 중구 묵정동 제일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 News1 신웅수 기자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했던 A씨(41·여)는 2010년과 2012년 2명의 아이를 출산한 것처럼 허위 신고를 했다. 서류상으로 A씨는 두 여자아이의 어머니였고 양육수당과 고용보험 등으로 4800여만원을 챙길 수 있었다.

A씨는 의료기관에서 발급해주는 출생증명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2007년 사망한 산부인과 의사 명의로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구청에 출생신고를 했다.
A씨의 허위 신고는 서류상의 아이가 취학연령이 됐는데도 예비소집에 나오지 않자 해당 초등학교가 경찰에 소재파악을 의뢰하면서 발각됐다. 경찰은 신고 내용을 토대로 6개월간 수사한 끝에 28일 오전 인천 청라국제도시 모처에 은신하고 있던 A씨를 검거했다.

이처럼 출생신고의 허점을 노린 범죄가 발생하자 출생신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출생신고의 책임은 출생신고 의무자인 부모에게만 있다. 의료기관에서 발급해주는 출생증명서만 가지고 있다면 출생신고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출생증명서를 위조하더라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확인할 의무는 없다.

심지어 지난해 11월까지는 의료기관에서 발급해주는 출생증명서가 없어도 신고가 가능했다. 성인 2명이 보증을 해주면 출생증명서가 없어도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인우보증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에는 여성 2명이 SNS를 통해 2달 된 아기를 판매한 사건도 발생했다. 윤모씨(30·여)와 이모씨(30·여)는 지인 B씨가 출산한 아이를 다른 사람의 자녀로 출생 신고한 뒤 함께 기르다, B씨가 집을 나가자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 김연하 판사는 지난달 10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매매) 혐의로 기소된 윤씨, 이씨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정부는 이처럼 인우보증제로 인해 아동 매매나 외국인 자녀를 한국인 자녀로 둔갑시키는 등 폐해가 많아지자 개정안을 만들어 지난해 11월30일부터 인우보증제도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지금은 출생증명서나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하지 않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가족관계등록예규 제501호에 나와있는 출생사실 증명서면 서식. © News1
가족관계등록예규 제501호에 나와있는 출생사실 증명서면 서식. © News1

개정안으로 출생신고제도가 보완되긴 했지만 아직도 허점은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 44조에 따르면 출생의 신고는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하지만 기한을 넘겨 신고하더라도 과태료 5만원만 내면 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출산하게 되면 신고를 반드시 해야 하지만 과태료가 5만원 밖에 안 되기 때문에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며 "과태료만 내면 아이를 출산한 뒤 몇 년 있다가 신고해도 되는 폐해가 있다"고 전했다.

노원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노원구청에 30일 이내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만 해도 46건에 달한다.

출생신고제도 개선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자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6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증명서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의무적으로 송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분만에 관여한 의사·조산사 등에게 아동 출생후 14일 이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출생 사실을 통보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소재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출생신고제도에 허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며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통보하는 방식으로 해야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 교수는 "출산뿐만 아니라 임산부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도 필요하다"며 "임신에서 출산까지의 과정에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아이가 산모가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anantway@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