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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두순, 가상현실에선 무죄?'…소아성애 다룬 연극 '네드'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8-31 08:03 송고 | 2017-08-31 14:02 최종수정
연극 '네드' 공연장면© News1
연극 '네드' 공연장면© News1

소아성애 성범죄는 그야말로 중범죄다. 미국은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소아성애 중 친족 성폭력이 매년 100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흔치 않은 사건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100만 명당 5000명꼴로 발생한다는 것이 드러나자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가 인구 100만 명당 미국 104명, 한국 63명, 독일 40명 인것과 비교하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연극 '네더'(Nether)는 가상현실 속 소아성애 성범죄를 다룬다. 미국 극작가 제니퍼 헤일리에게 '수잔 스미스 블랙번상'(2012)을 안기고 '오베이션상'(2013) 7관왕을 휩쓴 이 작품의 배경은 동식물이 거의 멸종한 가까운 미래의 지구다. 인류는 현실 속에서 생활하기 힘들어지자 인터넷 속 가상 공간인 '네더'로 생활무대를 옮긴다.
소아성애자 심즈도 네더 속에 가상의 은신처를 만든다. 19세기 전원별장을 흉내낸 은신처는 소아성애자들의 천국이다. 전 세계의 소아성애자들이 네더에 접속해 은신처로 찾아온다. 이들은 맘껏 소아성애를 즐기다가 도끼로 소녀를 살해하기도 한다. 가상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소아성애와 살인은 처벌할 방법이 없을까. 심즈는 자신이 소아성애자임을 깨닫고 현실 속에서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은신처를 만들었다고 무죄를 항변한다.

모리스 형사는 심즈와 생각이 다르다. 그는 심즈를 체포하고 은신처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신처의 충성 회원 중에는 은퇴를 앞둔 고교 과학선생 도일이 있다. 모리슨은 은신처에 접속해 도일에게 접근하고 결국 심즈를 붙잡는 데까지 성공한다. 은신처의 현실 속 위치인 서버 컴퓨터가 어디에 있는지를 밝혀내야 하는데 심즈는 입을 굳게 다문다.

작품은 결말에 가면 충격적 반전을 드러낸다. 일부 관객은 공연 도중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탄식을 지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공연이 선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장면을 그대로 노출하진 않는다. 국내 초연을 만든 제작진은 이 작품이 가상현실과 실제 삶의 관계에 던지는 예리한 질문으로 남기고자 노력했다.
작품 속 공간이 먼 미래라서 '소아성애'가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다. 작품 속 소아성애자들이 가상현실에 접속해 욕구를 풀듯 제1세계 소아성애자들은 제3세계로 여행을 떠나 욕구를 해소한다. 호주 정부는 '동남아시아 원정 아동 성매매 관광'을 막기 위해 자국 소아성애 전과자들의 출국금지 법안을 지난 5월 국회에 제출했다.

'소아성애'가 연극이나 외국에서나 벌어지는 낯선 일도 아니다. 2008년 경기도 안산시에서 벌어진 '조두순 사건'은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트렸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 더 많다.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서울해바라기센터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센터에 접수된 사례가 총 6237건이며 이중 성폭력 피해 사례가 5422건(86.9%)으로 나타났다.

매력적 질문을 던지는 '네더'는 이곤이 연출했고 마정화가 번역했다. 이대연, 김종태, 김광덕, 이원호, 정지안 등이 출연한다. 작품은 오는 9월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3관 무대에 오른다. 입장료 3만원. 문의 (02)742-7563.

연극 '네드' 공연장면© News1
연극 '네드' 공연장면© News1


연극 '네드' 공연장면©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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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네드' 공연장면© News1
연극 '네드' 공연장면©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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