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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정리뷰] '상대배역·출연장면' 관객이 당일 정한다…연극 '1111'

혜화동6기동인 가을페스티벌 '거짓말' 개막작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17-08-25 18:35 송고 | 2018-06-24 11:47 최종수정
연극 '1111' 공연장면 @공연영상촬영 및 캡쳐=박영민
연극 '1111' 공연장면 @공연영상촬영 및 캡쳐=박영민

아들이 죽었다. 슬픔을 견디지 못한 젊은 부모가 이상한 성적행동을 보인다. 2인극 '1111'의 내용을 압축하면 이렇다. 지난 24일 서울 대학로 혜화동1번지 소극장서 개막한 이 연극은 젊은 부부의 성적 이탈을 담은 충격적 희곡에, 관객이 출연 배우의 남녀 조합을 무작위로 고르는 형식적 실험을 추가했다.

이번 국내 초연은 영국 극작가 앤소니 닐스의 작품에 연극계의 대표하는 두 명의 '수정'이 의기투합했다. 영국 연극 번역으로 정평이 나 있는 성수정이 번역했다. 그는 파격적 내용을 소화할 극단을 찾지 못해 15년 이상 작품을 묵혔다가 극단 신세계에 흔쾌히 넘겼다. '1111'은 원제가 '바느질'(Stitching)이다. 윤색연출한 김수정 극단 신세계 대표는 숫자 1을 세로로 배열하면 바느질한 실의 모양과 비슷해 제목을 바꿨다.
착하고 슬픈 '거짓말과 침묵'을 다룬 이 작품은 총 11장으로 구성했다. 막이 오르면 아들이 죽은 뒤 몇 개월 이상 지난 시점이다. 젊은 아내는 다시 아이를 낳고 싶어하지만 남편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부부는 임신을 하기 위해 '창녀-손님'이라는 역할 놀이극을 벌인다. 젊은 부부는 인터넷 등에서 수집한 매춘부의 행동을 직접 따라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성기를 실로 꿰맨 사진도 포함돼 있다. 이를 보며 역겨워하면서도 부부는 위태로운 놀이를 이어간다.

관객은 젊은 부부의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극의 중반부인 7장에 와서야 서서히 눈치채게 된다. 몽유병에 걸린 남자가 꿈속에서 아들의 태명인 '튼튼이'를 부르면서 애타게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사랑이 식어버린 권태기 부부의 성적 일탈로만 보이던 행동은 아들의 죽음이 밝혀지면서 전혀 다르게 보이게 된다.
9장에서 아내가 사진 속 행동을 직접 실행한다. 남편은 이 사실을 확인하자 아내를 업고 응급실로 뛰쳐간다. 이후, 작품은 헤어진 부부가 몇 년 뒤 길에서 우연히 재회한 장면을 담담히 그린다.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결말의 일부를 리뷰에 공개하는 까닭은 내용을 알고 봐도 작품이 전해주는 충격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극단 신세계가 이번 작품에서 시도한 연출적 실험 때문이기도 하다. 김수정 연출은 2인극인 이 작품에 남녀배우 각각 5명 총 10명을 출연시켰다. 한쌍의 부부가 미리 정해진 상대 배역과 연습을 거쳐 맡은 공연회차에만 출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극단 신세계는 당일 입장한 관객이 추첨한 결과대로 출연 배우의 상대역을 결정하도록 설정했다. 관객에 의해 무작위로 부부가 된 남녀 배우는 총 11장면 중에서 2개 장면에만 출연한다. 조합되는 부부의 수는 총 25쌍으로 늘어난다. 이런 설정을 위해 출연배우 10명은 대본 전체를 외워야 했다.

배우의 상대역과 출연할 장면이 공연 당일 정해지는 이런 설정은 관객 10명이 '뽑기통'에서 남녀배우 한명씩 고르는 순간부터 극장 전체에 긴장감과 몰입을 유도한다. 상대 배우가 미리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연기하는 장면마다 즉흥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극단 신세계는 "우리 누구도 언제, 어디서,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상대 배역과 출연장면 등) 모든 것을 우연에 맡겼다"고 밝혔다. 독창적이며 색다른 시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내용에 맞는 형식적 실험인가'라는 질문의 여지가 있다. 출연배우가 매 장마다 바뀌다보니까 이야기의 흐름이 쉽게 들어오지 않았고, 이런 연출적 시도가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을 잘 표현하는 형식이 맞느냐는 질문이 떠나질 않는다.

관람료 3만원, 9월3일까지. 문의 (010)8484-0534.

연극 '1111' 공연장면 @공연영상촬영 및 캡쳐=박영민
연극 '1111' 공연장면 @공연영상촬영 및 캡쳐=박영민


연극 '1111' 공연장면 @공연영상촬영 및 캡쳐=박영민
연극 '1111' 공연장면 @공연영상촬영 및 캡쳐=박영민


연극 '1111' 공연장면 @공연영상촬영 및 캡쳐=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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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1111' 공연장면 @공연영상촬영 및 캡쳐=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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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1111' 공연장면 @공연영상촬영 및 캡쳐=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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