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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에 제보한다"…'을의 신분' 악용하는 대리점

불공정 관행근절 의지 악용하는 대리점 늘어날수도
대리점 전수조사 기폭제…'제보 진위' 어떻게 가릴까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이준규 기자 | 2017-08-23 06:20 송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2017.8.1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2017.8.1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1. 생필품 판매업체 A사는 일부 대리점주의 언론 제보로 몇년째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도 A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 혐의를 신고했다. A사는 "해당 점주가 누군지 알고 만난 적도 있지만 해결이 안 된다"며 "공정위에서 무혐의 종결건도 있지만 사회 분위기상 대리점주의 의견을 묵살하는 기업으로 보일까봐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2. 최근 택배회사 B사는 택배기사 열악한 처우에 대한 기사를 볼 때마다 비난의 화살이 자신들로 향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택배기사 처우 개선 방향은 공감하지만 본사가 아닌 대리점과 택배기사간 갈등의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B사 관계자는 "택배기사 유니폼을 보고 일반인들은 모두 우리 회사 직원이라고 오해할 것 같다"며 "본사, 대리점, 택배기사로 이어지는 구조인 탓에 기사와 대리점 갈등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리점을 둔 본사의 속앓이가 심해지고 있다. 

본사는 일부 대리점이 정부의 불공정 관행 근절 의지를 악용하는 상황까지 대응하지 못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23일 중견·중소기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 업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달 13일 공식석상에서 "김 위원장 취임 이후 '김상조 효과'가 괜한 말이 아니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말할 정도다. 
프랜차이즈의 갑질 관행에 대해 대대적인 쇄신작업을 두고서도 산업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급진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초 공정위의 대리점 70만곳 전수조사가 기폭제가 된 분위기다. 공정위는 전국 4800여개 본사와 70만개 대리점에 대해 설문방식 서면조사를 진행 중이다. '불공정 혐의 조사가 아니라 대리점 실태 파악을 위한 기초 조사'라는 게 공정위 입장이지만 업계는 잔뜩 움츠러든 분위기다. 

C기업 관계자는 "대리점이 몇백곳에 달하기 때문에 어느 대리점주가 어떤 말을 할지 알 방법이 없다"며 "조사가 마무리되길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려점은 이번 조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제보의 진위'를 공정위가 어떻게 가려낼지 여부다. A사의 경우처럼 일부 대리점주가 공정위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최근 취재 분위기도 기업에는 부담이라는 전언이다. 약자 보호 기조 아래 대리점의 일방적인 주장을 보도하다가 본사가 억울한 상황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B기업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는 기사는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며 "무혐의로 결론난 몇년 뒤 결과를 기억하는 국민은 거의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본사와 대리점간 관계가 되레 악화될 수 있다. 양 측이 자율이 아닌 규제(공정위)를 통해 상생을 맺는 상황은 서로에 대한 불신을 부치길 수 있어서다. 

공정위는 일단 이번 대리점 전수조사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다고 선을 그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점검은 법 위반 행위를 파악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거래내용을 파악하는 게 목적"이라며 "그동안 어느 기업의 대리점 수가 몇 곳인지, 특정업종 점포를 대리점으로 봐야할지 등 전체적인 자료가 없었다"고 말했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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