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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추기경, '마약과 전쟁' 비판…"힘없는자 죽인다"

17세 소년 죽음에 '의혹 제기'까지…일파만파
타글레 추기경 "마약은 단순 범죄 아니다" 간청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17-08-21 14:14 송고 | 2017-08-21 14:19 최종수정
숨진 필리핀 마약 용의자의 친인척인 미란다가 장례를 치르며 눈물을 떨구고 있다. © AFP=뉴스1
숨진 필리핀 마약 용의자의 친인척인 미란다가 장례를 치르며 눈물을 떨구고 있다. © AFP=뉴스1

필리핀 가톨릭교를 이끄는 추기경이 최근 17세 소년을 숨지게 한 정부의 '마약과 유혈전쟁'을 끝내 달라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간곡히 촉구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인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은 20일(현지시간) 마닐라 미사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힘없는 이들조차 살해한 사람들의 양심에 대고 우리는 문을 두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타글레 추기경은 "불법 마약이란 정치나 범죄에 국한된 문제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며 "이는 우리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인도주의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지난 주 필리핀 경찰은 마약 사범을 '일망타진'(One Time Big Time) 형식으로 단속한다는 명목 하에 단 사흘 만에 80여명을 사살했다고 발표, 국제와 현지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1년째를 넘어선 두테르테의 마약과 전쟁이 부쩍 희생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17세 소년이 경찰 진압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내 여론조차 악화되고 있다. 유가족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소년은 경찰에 의해 체포된 뒤 외딴 장소로 끌려간다.

타글레 추기경이 지목한 '힘없는 이들'에는 이 소년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타글레 추기경은 지난 한 해 동안 마약 진압 과정에서 숨진 이들을 기리기 위해 9일 간의 추모일을 선포했다.

그는은 "측은지심과 깨어난 양심을 지닌 이들은 성직자를 찾아가 당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하라"며 "우리는 더욱 나은 사회를 위해 그것을 기록하겠다"고 전했다.

필리핀 경찰의 '마약과 전쟁' 단속 중 숨진 키안 로이드(17)의 어린 가족이 관 옆에 서 있다. © AFP=뉴스1
필리핀 경찰의 '마약과 전쟁' 단속 중 숨진 키안 로이드(17)의 어린 가족이 관 옆에 서 있다. © AFP=뉴스1

◇의혹싸인 10대의 죽음…두테르테 '걸림돌'되나


고등학생인 키안 로이드(17)의 죽음은 두테르테가 추진하는 마약 근절 정책에 대한 여론을 악화하고 있다.

키안의 사망 사실이 공표된 뒤 경찰은 진압 당시 마약 사범들이 무장 상태로 저항했으며, 따라서 적법한 자기 방어권을 발동해 이들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지 ABS-CBN방송과 유가족이 입수한 CCTV를 보면 경찰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키안은 숨지기 전 이미 경찰에 의해 체포된 상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찰이 키안을 반드시 죽일 필요는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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