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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배넌' 백악관 어디로…누가 '세력' 쥘까

배넌 주입한 인종차별·극우 '트럼피즘' 퇴색 가능성
'군기반장' 존 켈리 일단 勝…결국은 트럼프 선택

(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2017-08-21 10:42 송고 | 2017-08-21 10:46 최종수정
백악관에서 나가게 된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AFP=뉴스1
백악관에서 나가게 된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은 그를 '가짜뉴스'까지 동원해 대통령으로 만들고 정치철학(?)을 세운 인물인 스티브 배넌 이후 어떻게 될까.
관측은 엇갈린다. 아무리 '기강잡기' 임무를 띠고 군 출신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더라도 변화는 별로 없을 것이란 예상, 스티브 배넌이 이미 '적(敵)들의 리스트'를 갖고 나간 만큼 태도를 180도 바꿔 백악관을 맹렬하게 공격할 것이란 예상이 있는가 하면 백인우월주의와 이민자 배척 같은 국수주의, 우경화 등 배넌의 뼛속깊은 철학의 실행으로 인해 당할 만큼 당한 백악관이 조금씩 변화해 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 트럼프, 주류여론에 조금 기울듯

배넌 쫓아내기의 일등공신은 미 해병대 출신의 존 켈리 비서실장이었단 것은 누구나 짐작할 만한 것. 전임자 라인스 프리버스 자리를 맡을 때 '막말'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보국장 해임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켈리 비서실장은 일단은 흩어져서 세력 암투나 하던 백악관을 쇄신하는데 앞장설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다만 배넌의 조언, 배넌이 보여주는 증거자료들에 많이 기댔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세워놓은 어젠다를 적절히 변경해야 하는 것이 큰 숙제다.
뉴욕타임스(NYT)도 20일(현지시간) '배넌이 세워놓은 어젠다가 배넌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란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한두가지가 아니다. 중국과의 무역, 기후변화, 이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까지 대부분 배넌 입맛에 맞게 세워진 어젠다들 천지다.

NYT는 배넌이 떠남으로써 백악관은 다소 주류 여론에 따라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워낙 '음흉한' 스타일의 배넌 전 수석 전략가를 따라 움직이던 백악관 내 인사들 몇몇이 이탈할 수도 있을 것이고 매주 화요일 루즈벨트룸에서 갖던 정례 오전 모임을 갖지 못하면서 배넌의 정보력은 확실히 떨어질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배넌은 종종 개리 D.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과 은근한 경쟁을 했다. 중국과의 무역 같은 이슈에 대해.

하지만 반(反)이민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긴 어려운 것이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무슬림에 대한 입국허가를 막자고 주장해 온 스티븐 밀러로부터 브리핑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 온 크리스 루디는 "트럼프 대통령과 배넌의 이민정책에 대한 입장은 거의 유사하다"면서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븐 밀러에 비해 더 많이 실행력이 있고 실용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NYT는 그래도 켈리 비서실장이 있는 한 배넌이 주문해 왔던 '폭탄 던지기 스타일'의 정책들이 무분별하게 나올 것 같진 않다고 봤다. '군기반장' 켈리 비서실장은 약속도 없이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 참모들이 들어가 직보하는 일 등은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뒤에서 국가기밀이 담긴 민감한 정보들을 수군수군대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고 업신여겨왔다고 전해진다. 특히 배넌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옵션은 없을 것"이라고 한 말이 그러니까 결정타였던 셈이다.

◇ '군기반장' 존 켈리 비서실장 역할 커질 듯  콘 NEC위원장은 '물음표'

켈리 비서실장의 역할은 적어도 당분간은 좀더 분명하고 강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만들기 공신들이 줄줄이 퇴출된 이후 남은 참모들 가운데 누구에게 힘이 실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가운데)와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 고문(오른쪽) 등이 백악관 내에서 걸어가고 있다. © AFP=뉴스1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가운데)와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 고문(오른쪽) 등이 백악관 내에서 걸어가고 있다. © AFP=뉴스1


특히 경제 참모인 개리 콘 NEC 위원장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의 위치는 불확실하다. 이들이 남고 배넌이 떠난 것은 대중 무역 등에 있어 백악관이 '상식적'이며 '예측 가능한' 경제정책을 펼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콘 위원장의 경우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직에 현 재닛 옐런 의장과 함께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워낙 티격태격하던 배넌의 '외부 공격'에는 상당히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두고 이 둘은 상당히 수위높게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배넌이 자신이 세운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 회장으로 돌아가자마자 매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맥매스터 보좌관을 공격하는 기사를 냈다.

일부에선 배넌의 역할에 대해 그동안 너무 부풀려져서 알려진 것도 많다고 본다.

지난 수십년간 대통령들에 대한 비공식 자문 역할을 해 왔던 로저 스톤은 "배넌은 곧바로는 백악관 바깥에서 더 위험한 발언이나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게 백악관 내부에 영향력을 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중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수석 전략가를 맡았던 데이비드 악셀로드는 "배넌이 백악관 밖에서 뭘 하든 정책에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이다. 모든 결정이 내려지는 테이블(회의)에 직접 앉아있지 않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이제 많은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렸다"고 언급했다.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백인우월주의, 극우, 인종차별 등과 같은 것이 대표적인 '트럼피즘'(Trumpism)을 믿고 있는 것은 배넌이었을 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배넌을 해고한 이유에도 '트럼피즘'에 신념이 없었을 뿐 아니라 기존에 알려진 트럼피즘이 없어지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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