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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확대로 '수포자' 늘었나?…'보통학력 이상' 학생 감소

일반고 학업성취도평가 분석결과…수학만 줄어
일반고·자사고 보통이상 차이도 수학서 가장 커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7-08-20 11:17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최근 2년새 일반고 학생들의 수학학력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영어와 달리 '보통학력 이상'의 학생비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 비중이 70%를 넘으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기 위해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늘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2014~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분석했더니 수학과목에서 일반고의 '보통학력 이상' 학생비율이 2년 연속 감소했다.
수학에서 보통학력 이상인 일반고 학생 비율이 2014년에는 83.6%였으나 2015년 79.0%, 2016년 76.9%로 뚝 떨어졌다. '보통학력 이상'은 '보통학력'(50~80%)과 '우수학력'(80% 이상)을 합친 것으로 최소한 교과과정의 50% 이상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다른 과목에서는 최근 들어 보통학력 이상 학생비율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어, 영어도 2015년에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전년에 비해 줄었지만 2016년에는 소폭 증가했다.

국어에서 일반고 학생들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2014년 85.9%에서 2015년 80.3%로 감소했지만 2016년에는 83.2%로 증가했다. 영어도 같은 기간 84.0%에서 83.1%로 줄었다가 지난해 85.2%로 늘었다.
2014년과 2016년을 비교하면 수학뿐 아니라 국어, 영어 모두 보통학력 이상인 일반고 학생비율이 감소했다. 특히 국어는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비율이 2014년 1.4%에서 2015년 2.7%, 2016년 3.3%로 꾸준히 증가했다. 기초학력 미달은 교과과정을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다.

시험 주관기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2015년 학업성취도평가부터 2009개정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되면서 교과별 성취수준을 다시 설정했기 때문에 2014년과 2015~2016년 평가결과를 직접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 맞추기 위해 국어·영어에 집중" 분석

교육과정이 바뀌고 난 뒤 유독 수학만 보통학력 이상 학생비율이 감소한 점을 두고 대학입시환경의 변화가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입에서 수시모집비중이 70%를 넘으면서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기 위해 수학을 빨리 포기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그것이다.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국어, 수학, 영어, 탐구영역 가운데 성적이 좋은 2~3과목을 반영하는 식이다. 수시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기 위해 공부해도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 과목은 빨리 포기하고 다른 과목에 집중하자는 전략인 셈이다.

특히 2016년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른 고2 학생들은 대입 수시모집 비중이 처음 70%를 넘은 세대다. 올해 고3이다. 이들이 치르는 2018학년도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중은 74.0%에 달한다. 2019학년도에는 수시비중이 76.2%로 더 높아졌다.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2016학년도(66.7%)와 2017학년도(69.9%)만 해도 60%대를 유지했다. 그나마 30%대를 유지하던 정시모집 비중이 2018학년도 대입부터 20%대로 줄었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수학에서 보통학력 이상 학생비율이 줄어든 까닭은 대입 정시모집 비율 하락이 큰 원인으로 보인다"라며 "정시비중이 크면 수학을 포기하기 어렵지만 수시비중이 커지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기 위해 수학을 포기하고 국어, 영어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수시모집에서 수능은 최저학력기준으로 4과목 중 성적이 좋은 일부 과목만 반영한다"며 "정시까지 가려면 수능에서 수학을 버릴 수 없지만 수시비중이 확 늘면서 특히 일반고 학생들은 정시까지 갈 생각을 못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능성적 위주인 정시모집에서는 일반고보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나 특수목적고 학생들이 강세일 수밖에 없다.
2017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르고 있는 고등학생. /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2017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르고 있는 고등학생. /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자사고, 보통학력 이상 비율 95% 넘어…수학은 일반고와 18%p 차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들의 학업성취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1986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시험이다. 고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 학생이 평가대상이다. 초등학교 6학년은 2013년 폐지됐다. 개인성적표에는 '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4단계로 표기되지만 학교알리미에는 '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학생비율만 공시한다.

학업성취도평가는 2008년부터 모든 학생이 응시하다가 올해부터 일부 학생만 추려서 시험을 보는 표집평가로 바뀌었다. 점수로 학생들과 전국 시·도 교육청을 줄세운다는 비판이 컸다. 2016년 평가가 전수평가로 치러진 가장 최근 시험이다.

학업성취도 평가에는 일반고에 재학 중인 2학년 학생뿐 아니라 자율고(자율형 공립고·사립고) 특수목적고(외국어고·과학과·국제고) 학생도 모두 평가에 참여한다. 교육부는 평가결과 분석자료를 매년 발표하지만 일반고, 자사고 등 학교 유형별 분석결과는 따로 발표하지 않는다. 이번 평가결과 분석자료는 전체 고교 2학년이 아니라 일반고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을 엿볼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자율형 사립고와 일반고 간의 학력차이도 컸다. 2016년 평가에서 자사고는 보통학력 이상 학생비율이 95% 이상이었다. 보통학력 이상 학생비율이 국어는 95.4%, 영어는 94.9%, 영어는 96.6%였다. 일반고는 보통학력 이상 학생비율이 국어 83.2%, 수학 76.9%, 영어 85.2%로 낮았다.

일반고와 자사고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차이는 수학이 18.0% 포인트로 가장 컸다. 국어는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12.2% 포인트 높았고, 영어의 보통학력 이상 학생비율 차이는 11.4% 포인트였다. 2015년에 비해서는 격차가 약간 줄었다. 2015년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자사고와 일반고 간의 보통학력 이상 학생비율 차이는 국어 15.5%p, 수학 18.2%p, 영어 14.1%p로 2016년과 마찬가지로 수학에서 격차가 가장 컸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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