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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더블스타 꽃놀이패…금호타이어 인수 못 해도 '得'

박삼구 우선매수권 부활, 인수무산 위험에도 가격 인하 요구
인수과정 '무형이익'에 실사 비용도 보전, 얻은 것 많아

(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 | 2017-08-20 10:19 송고
© 금호타이어 CI
© 금호타이어 CI

중국 더블스타타이어가 금호타이어 인수 무산 위험을 무릅쓰고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부활에도 채권단에 금호타이어 몸값을 깎아달라고 요구한 더블스타의 속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20일 금융·산업계에 따르면,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매매대금을 낮추는 가격 조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올 상반기 50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로 전환하는 등 매물 가치가 하락해 가격을 깎아야 한다는 게 더블스타의 주장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5% 이상 하락하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계약 파기 가능 조건은 이미 충족됐다. 그런데 인수를 포기하지 않고 가격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양쪽은 거래 종결 후 우발채무가 발생하면 채권단이 더블스타에 물어 줘야 하는 손해배상한도(매매가의 16.2%. 1547억원)만큼 가격을 빼주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거래금액은 9550억원에서 8000억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더블스타는 여기에 더해 추가로 인수자금 부담을 덜어 달라고 채권단에 요구해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가격을 조정하면 주식매매계약(SPA)을 바꿔야 하고, 금호타이어 옛 사주인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되살아난다는 점이다. 더블스타가 매매가격을 낮추면 우선매수권 행사로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요구해 온 '컨소시엄 방식'의 인수자금 조달도 사실상 허용할 계획이다. 박 회장에겐 더없는 기회지만, 더블스타엔 가격 인하 카드가 '양날의 검'인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금호타이어 실적 악화로 협상 우위에 선 더블스타가 박 회장의 자금조달 가능성을 낮게 보고 가격을 대폭 깎는 모험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먼저 나온다. 박 회장은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사재가 거의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 상황도 좋지 않다. 박 회장이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등 국내외 투자자(백기사)를 찾기 쉽지 않다는 판단을 더블스타가 했다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8000억원을 끌어오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기회를 활용해 최대한 싸게 인수하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방산 사업 부문 인수 승인 신청도 인수 의지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란 해석이 많다.  

혹여 인수에 실패해도 '실(失)보다 득(得)이 많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등 더블스타가 인수 추진 과정에서 얻은 무형의 가치도 상당하다"며 "인수를 못 해도 손해보다는 이익이 많아 보인다"고 했다. 글로벌 타이어업계 34위에 불과한 더블스타가 14위 업체인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금전적으로도 아쉬울 게 없다. 채권단은 입찰 당시 인수전 흥행을 위해 80억원(가격조정 기준)에 달하는 실사 비용(매매가격의 0.1%)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인수에 실패해도 귀책 사유 여부에 따라 계약금(매매가 10%, 955억원)을 돌려받을 가능성도 크다. 

해외 매각 반대로 확실히 돌아선 금호타이어 강성 노조의 기류와 악화한 광주·호남 지역 정서를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가 해외 매각 반대로 돌아선 데다 반중 지역 여론도 여전히 힘을 받고 있다"며 "더블스타가 '줄타기 협상'을 선택한 데에는 여의치 않은 인수 환경도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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