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교통사망사고 은폐한 중장비 기사…경찰의 작은 의심으로 범행 밝혀져

(안동=뉴스1) 피재윤 기자 | 2017-08-05 11:04 송고 | 2017-08-05 11:12 최종수정
경북 안동경찰서 서정원 형사 © News1

경북 안동에서 교통사망사고를 낸 중장비 기사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사고 목격자 행세를 하던 그의 범행은 안동경찰서 수사과 강력 3팀 서정원 형사의 작은 의심이 단초가 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오전 10시30분쯤 안동시 북후면의 한 지방도에서 길 가던 노인이 도로에 쓰러졌는데 위독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중장비 기사 A씨(47).

그는 자신이 목격자이고, 쓰러진 노인을 구호 조치한 뒤 119구급대에 인계해 병원으로 옮겼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교통사고 이야기는 없었다.

현장에 도착한 서 형사와 강력 3팀 직원들에게도 A씨는 "굴삭기를 몰고 노인을 지나친 뒤 후사경을 봤더니 노인이 넘어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굴삭기와 길 가던 노인의 폭이 1m20㎝ 정도 됐다"고 설명했다.

무심코 굴삭기가 서 있는 도로를 살핀 서 형사는 ‘굴삭기의 너비가 상당해 갓길과의 폭이 녹록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 형사 등은 A씨의 진술을 듣고 노인이 옮겨진 병원을 찾았다. 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6시간 만에 숨졌다.

노인은 사고현장 인근 마을에 사는 B씨(73)로 이날 객지에 나가 있던 자녀들이 오기로 해 전통시장에서 문어와 고등어를 사가지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형사들은 B씨의 자녀들로부터도 "아버지가 의식을 잃기 전 넘어졌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서 형사는 "모두 넘어졌다고 하는데 B씨의 부상 정도가 너무 심했고 B씨의 바지가 찢어진 것도 이상했다"고 말했다.

넘어졌는데 어떻게 바지가 찢어질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았다는 것이다.

B씨가 시장에서 마을까지 버스를 이용했을 것이라 생각한 서 형사는 버스회사를 뒤져 B씨가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탐문에 들어간 그는 사고 지점 인근 마을에서 목격자를 찾았다.

목격자는 "굴삭기 옆에 할아버지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고, 기사로 보이는 사람이 바닥에 떨어진 생선을 줍고 할아버지의 얼굴과 도로에 묻은 피를 닦았다"고 했다.

이어 "사고가 난 것 같은데 신고는 안 하고 도로를 닦는 모습이 좀 이상하긴 이상했다"고 말했다.

당초 A씨가 목격한 내용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서 형사의 의심은 곧바로 확신으로 바뀌었다.

서 형사는 A씨를 불러 집중 추궁했고, A씨의 신분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됐다.

4차례에 걸친 끈질긴 추궁과 설득 끝에 A씨는 "굴삭기에 B씨가 부딪혔다"고 자백했다.

제대로 된 원인도 모른 채 지나칠 뻔 했던 B씨의 직접적인 사인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이같은 사실을 통보받은 B씨의 유족들은 서 형사를 찾아 "진실을 밝혀줘 고맙다"고 했다.

서 형사는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돌아가신 분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ssanaei@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