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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택시운전사' 감독 "5.18 소재 부담, 일주일 고민했죠"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7-08-04 11:50 송고
2017.07.19. 삼청동 카페 영화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2017.07.19. 삼청동 카페 영화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택시운전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장훈 감독의 작품 목록을 읽어보면 왠지 그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영화는 영화다'(2008)와 '의형제'(2010), '고지전'(2011)까지. 소재나 장르는 다양했지만, 그의 연출작에서는 착하고 인간적인 냄새가 난다. 그래서일까. 신작 '택시운전사'는 장훈 감독에게 꼭 맞는 옷, 그가 꼭 입어야 했던 옷인 것만 같은 느낌이다.
처음 '택시운전사'의 연출을 제안받고, 장 감독은 꽤 오랜시간 고민했다. 가까운 현대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택시운전사'는 큰돈을 준다는 말에 1980년 5월,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내려간 서울 택시운전사 만섭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송강호가 주인공 만섭 역을,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 전세계에 광주 민주화 항쟁의 현장을 가장 먼저 선보였던 기자 故 위르겐 힌츠페터 역을 맡았다. 

"광주 민주화 항쟁을 시대 배경으로 한 부분이,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을 다뤄야 하는 부분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창작자로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확실히 있어 일주일을 고민했죠. 하지만 그 사건이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이는 점과 시나리오 안에 있는 광주에서 만나는 분들, 주변 인물의 캐릭터가 너무 인간적이고 따뜻했고, 그 부분이 마음에 많이 남아 연출을 결정하게 됐어요."

장훈 감독은 송강호부터 유해진, 류준열, 토마스 크레취만까지 "운이 좋게도" 0순위의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기쁨을 표했다. '의형제'에서 이미 함께 했던 영화계 선배 송강호에 대해서는 여전히 "팬이다"라고 말할 만큼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송강호 선배님은 제가 영화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팬이었습니다. 관객으로서 그분의 영화 속 연기를 보면서 너무 신기했고, 그래서 영화를 시작하고 나서는 그분과 작품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도 못했고요. '의형제'도 운이 좋아 인연이 됐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의형제' 때보다 더 감사하고 좋았죠. 최고의 지점에 있는 배우가 작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어떤 한계를 넘어 다른 지점의 연기를 해나가는 걸 지켜보는 게 연출자로서 되게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그런 선배님이 있다는 게 감사하고 존경스러워요."
2017.07.19. 삼청동 카페 영화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div style=" align="absmiddle" border="0" />
2017.07.19. 삼청동 카페 영화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택시운전사'의 말미에는 특별한 영상이 등장한다. 보통 실화 영화들은 영화 마지막에 그 당시 실제 주인공들의 사연이 담긴 영상물이나 기록 등을 내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택시운전사'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영화에서 토마스 크레취만이 연기한 '푸른 눈의 목격자' 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영상 편지가 나오는 것. 이 영상은 '택시운전사'를 준비할 당시 감독이 직접 힌츠페터의 집을 방문해 찍은 영상이다. 당시에는 영화에 넣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감동적인 내용 덕에 대미를 장식하게 됐다.

"시나리오가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이런 영화를 만드려고 합니다'라면서 줄거리를 읽어드렸고요. 그 때 힌츠페터 기자님이 되게 좋아하시고 응원해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김사복 씨에 대한 궁금한 것도 여쭤보고요. 영화에 등장하는 동영상은 순간, 택시기사 김사복 씨 얘기를 하다가 그러면 혹시 전하고 싶으신 게 있느냐? 하고 즉흥적으로 부탁을 드린 건데, 그렇게 얘기해주셨어요."

힌츠페터 부부와의 저녁은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힌츠페터 부인이 따뜻한 저녁과 직접 구운 케이크를 대접했고, 영화에 대해, 35년도 더 된 그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따뜻한 만남을 갖고 난 이듬해 1월, 거짓말처럼 힌츠페터 기자가 세상을 떠났다.

"또 뵐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초대해서 영화를 꼭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 사이에도 연락을 하고 싶었고요. 그런데 갑자기 1월 말에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만남이었죠. 두 번째는 장례식이었고요. 연락을 받고 독일까지 장례식에 참석하러 갔어요. 같이 와셔 보셨으면 참 좋으셨을 텐데. 개봉 직후에 사모님이 오세요. 힌츠페터 기자님은 상식적이고 점잖은 분이었고, 사모님은 소녀 같은 분이에요."

위르겐 힌츠페터가 그렇게도 궁금해 했던 '김사복 씨'는 끝내 찾을 수 없었다. 당시 이미 40-50대로 추정되는 그는 지금 살아있다고 해도 백발이 성성한 노인일 터. 장훈 감독은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실화 주인공을 제작사에서 찾아다녔던 비하인드스토리를 알렸다. 

"제가 영화에 합류하기 전부터, 초고 제안을 받기 전에 제작사에서 그분을 찾으려고 전국적으로 알아봤다고 하더라고요. 힌츠페터가 얘기해주신 비슷한 연령대 전후로 실존 인물들을 찾아서 그분의 사진들을 보내드렸는데 그 중에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제작사에서는 더 이상 찾을 수 있는 정보나 단서가 없어서 그만 두게 됐고요."

장훈 감독이 영화를 찍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은 '사람'이다. 성수기 천만 기대작 중 하나지만, 큰 흥행에 대한 기대는 없다.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그저 손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만큼의 흥행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그냥 손해가 안 나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하면서 만나요. 기대가 감사하고 부담이 되는데, 같이 작업했던 분들이 그래도 어느 정도. 그게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네요.(웃음) 만족하실만한 관객들의 반응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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