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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법원 행정에 '세기의 재판' 아수라장…"한숨 쉬지마라" 막말까지

박근혜·이재용 등 '세기의 재판' 몰린 서울중앙지법, 방청객 "시민들에게 갑질" 분통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7-08-02 15:37 송고 | 2017-08-02 16:44 최종수정
서울중앙지방법원. © News1
서울중앙지방법원. © News1

'세기의 재판'이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로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서울중앙지방법원(법원장 강형주)의 일관성 없는 운영도 도를 넘고 있다.

아침부터 법원 앞에서 직원들과 시민들의 싸움이 벌어지는가 하면 재판 취재를 위해 법원을 찾은 외신기자들은 '아수라장'이 된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서울중앙지법의 모습은 법원행정이 얼마나 수준미달인지를 보여주는 압축판이었다. 이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증언이 예정돼 있어 오전 5시30분부터 시민들이 몰렸다. 오전 10시에 재판이 시작되지만 방청석이 한정돼 있어 방청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기 위해 일찍 법원을 찾은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재판에 모여드는 시민들은 '세기의 재판'을 공부하기 위해 오는 로스쿨 학생부터, 시민단체 관계자, 삼성 해고 노동자, 국내 및 외신 기자, 삼성 등 대기업 관계자, 태극기 집회 참가자, 법조계 관계자 등까지 다양하다.

지난 4월7일 시작된 이재용 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과 달리 방청권 추첨이 아닌 도착 순서대로 방청권을 주는 터라 오전 6시부터 줄이 길게 늘어선다. 재판 초기에는 가방으로 줄을 세워두고 3시간 넘게 대기하는 수준이었다면, 4개월차에 접어들자 신분증을 두고가라고 윽박지르는 천태만상이 벌어지고 있다.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로 법원에선 고성이 오가기 일쑤다.

이날은 예고없이 방청권 배부 방식을 바꾸면서 처음부터 혼란이 가중됐다. 지난 4개월간은 법원 안 서관 5번출입구 앞에서 줄을 선 시민들에게 방청권을 배부했다. 하지만 이날은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법원 측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시민들은 고스란히 뜨거운 볕을 맞으면서 밖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바뀐 규칙에 우왕좌왕하며 법원은 금세 소란해졌다. 한 시민은 "법원 직원들 전부 자기들이 판사인줄 안다"며 연신 부채질을 했다.

오전 7시30분까지 문이 열리지 않자 80명 넘는 시민들은 땡볕에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부 시민들이 법원 관계자에게 직원들의 감독 하에 안에서 줄을 서게 해주거나 밖에서 도착한 순서대로 번호표를 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 측은 이같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고 급기야 시민들은 자체적으로 쪽지 번호표를 만들어 질서를 지키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국정농단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가방을 두고 자체적으로 번호표를 만들어 붙이는 등 질서 를 지키고 있다. © News1 장은지 기자
서울중앙지법 국정농단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가방을 두고 자체적으로 번호표를 만들어 붙이는 등 질서 를 지키고 있다. © News1 장은지 기자

다짜고짜 신분증을 두고가라고 강압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그동안은 방청권을 받을때 신분증을 보여주고 핸드폰번호를 적고 서명을 하면 됐다. 하지만 이날부터 갑자기 규칙이 바뀌었다. 법원 관계자는 중간에 전화통화 등 용무를 보러 법정 밖으로 내려가는 방청객들에게 이미 신원검사를 끝내고 받은 방청권을 회수하며 신분증까지 같이 맡기라고 엄포를 놨다.

신분증을 맡기는 규정이 원래 있었냐고 묻는 방청객에게는 "불만이 있으면 민원을 제기하라"며 고압적인 자세로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방청객이 "신분증을 보여주기만 했지 두고가란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원래 그런 규정이 있다"고 했다가 "오늘부터 규정이 생겼다"고 말을 바꾸는 촌극도 벌어졌다. 

공항처럼 가방을 수색할 때는 입장하는 방청객에게 "한숨은 왜 쉬느냐 불만있냐"고 발언하는 등 법원의 갑질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달째 국정농단 재판을 방청하고 있는 이모씨(37·경기 부천)는 "법원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논란에도 불구, 선고를 생중계한다면서 정작 법원에서 재판을 지켜보는 시민들에게는 갑질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불만이 있으면 민원을 하라는 식의 대응은 시민들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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