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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축제 체험기] 아이부터 구청장까지 물총 하나로 '행복'

같은 물총 세례에 "환호" vs "짜증"…불편 최소화 노력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7-07-29 17:31 송고 | 2017-07-29 19:23 최종수정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열린 '제5회 신촌물총축제'에서 시민들이 물총싸움을 하며 더위를 날려 보내고 있다. 2017.7.2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열린 '제5회 신촌물총축제'에서 시민들이 물총싸움을 하며 더위를 날려 보내고 있다. 2017.7.2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저기, 안녕하세요. 기자인데 시민들 인터뷰를 하고…"
"뻥치지마 뭐가 기자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물총세례를 받았다. 기자라며 '프레스 카드'를 내보여도 소용없었다. 난데없이 날아오는 물줄기에 손에 든 작은 물총으로 대응해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곧이어 여러 방향에서 물세례가 쏟아졌다.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에서 '제5회 신촌 물총축제'가 열렸다. 기자가 직접 참가한 물총 축제는 오전부터 춤과 노래, 물세례가 섞인 말 그대로 '축제의 현장'이었다. 

사람들 이른 오전부터 거리를 점령한 채 서로에게 물을 뿌리고 있었지만 축제는 이날 정오 개막식을 기점으로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신촌에 불시착한 외계인과 이에 맞서는 지구인' 콘셉트에 맞게 축제의 시작은 '외계인의 침공'으로 시작됐다.

외계인 복장을 한 축제 진행 요원들은 음악에 맞춰 '칼군무'를 추며 연세로 굴다리에서 본무대가 있는 신촌 유플렉스까지 행진했고 이내 지구의 '물의 여신'을 납치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물의 여신이 납치되자 물총으로 무장한 용감한 시민들은 그를 구하기 위해 본무대 행사장에 설치된 UFO에 물총을 난사했고 UFO도 이에 대응해 물대포를 쏘아 올리면서 신촌 일대가 그야말로 '물 천지'가 됐다.

기자도 노점에서 1만원을 주고 물총을 구입해 시민들과 열심히 UFO를 노려봤지만 물줄기는 UFO에 닫기도 전에 애꿎은 다른 참가자의 머리 위에 떨어졌고 곧 보복의 물총 세례를 받아야 했다. 

'물 천지'가 된 신촌에서 시민들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서로에게 물세례를 퍼부었다. 평소 생면부지에 남들에게 물세례를 맞았다면 짜증이 났겠지만 이날 축제 참가자들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공평히 물총 하나로 행복감을 누렸다. 

친구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허근씨(26)는 "지난해에 참가했던 친구가 너무 재미있었다고 해서 찾아와 봤는데 신나게 노는 사람들을 보니까 기분이 좋다"고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문혜정씨(24·여)도 "작년에 오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는데 너무 시원하고 좋다"라며 "서울 도심에서 여름에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축제"라고 평가했다. 

29일 오후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시민들과 함께 물총 축제를 즐기고 있다. © News1
29일 오후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시민들과 함께 물총 축제를 즐기고 있다. © News1

지역 축제인 만큼 신촌이 위치한 서대문구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도 현장을 찾았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입고 온 양복 상의가 다 물에 젖을 만큼 시민들에게 물세례를 받았다. 시민들의 공격을 예상한 것인지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래시가드와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려 보낼 물총축제를 마음껏 즐기자"고 밝힌 문 구청장은 직접 물총을 들고 시민들 사이를 누비며 축제를 즐겼다. 정치인들의 얼굴에 물총을 쏴볼 기회를 주는 것도 물총 축제가 주는 묘미였다.

오후들어 흐렸던 날씨가 개고 참가자들도 늘어나면서 축제의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지만 '참가자'가 아닌 시민들이 느끼는 불만도 점차 늘어났다.

행사가 신촌 일대에서도 상권이 집중되어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연세로에서 열린 만큼 축제에 참가하지 않아도 길을 지나는 시민들이 많았는데 이들을 향해서 통제되지 않은 물줄기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시에서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신촌을 찾은 전모양(17)은 "인도를 이용해서 멀쩡히 돌아다니는 것인데 물 때문에 휴대폰도 젖어 짜증이 난다"며 "축제가 놀러 온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축제가 벌어지는 도로 인근의 상가 점주와 직원들도 울상을 지었다. 인근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오전부터 소음에, 물에 손님이 한명도 없다"라며 "오늘 장사는 틀린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대문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비판이 있었던 만큼 올해에는 안전요원들을 곳곳에 배치하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우회 도로들을 확보해 놓았다"라며 "상인들의 경우에도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 진행되는 축제인 만큼 대부분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주의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자원봉사 요원들을 배치해 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촌 물총축제는 30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특히 29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은 가수 DJ DOC와 개그맨 박명수 등이 DJ로 출연하는 애프터 파티도 열릴 계획이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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