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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인듯 게임인듯…동양화 붓끝에서 태어난 협객들

'제15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자 손동현 작가 개인전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7-07-28 18:57 송고 | 2017-07-28 19:01 최종수정
손동현 작가의 작품 'Dot Dot' 작품 세부 모습. 2017.7.28/© News1 김아미 기자
손동현 작가의 작품 'Dot Dot' 작품 세부 모습. 2017.7.28/© News1 김아미 기자

근육질의 무사(武士)들이 사각의 프레임을 뚫고 나올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반인반수(半人半獸)의 형상을 한 무사도 있다. 이연걸, 장만옥 등 낯익은 중국 무협영화 주인공들도 있지만, 대부분 '가상의 협객'들이다. '제15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인 손동현 작가(37)의 신작이다.

코카콜라, 버거킹, 맥도날드 등의 로고를 이용해 '문자도'를 그리고, 배트맨, 조커, 슈렉 등 영화 속 캐릭터들을 조선시대 왕을 그린 '어진'(御眞)처럼 패러디하는 손동현 작가가 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채색을 했던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전시에 나온 건 전통 동양화 기법에 충실한 '지본수묵화'들이다. 작가는 중국 남북조 시대 화가 사혁(謝赫, 479~502)이 산수화의 제작과 감상에 있어 필수로 제시했던 '육법'(六法)을 근간으로 여섯 명의 협객을 그린 인물화 연작 '육협'(2016)으로 송은미술대상을 받았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동아시아 회화 기법들을 두루 사용해 무공(武功)을 휘두르는 협객들을 붓과 먹으로만 그린 신작들을 선보였다.
손동현 작가. 2017.7.28/© News1 김아미 기자
손동현 작가. 2017.7.28/© News1 김아미 기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손동현 작가는 그동안 동아시아 회화사에서 오랫동안 다뤄진 전통적인 사조, 기법, 형식, 매체를 바탕으로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소재들을 풀어내는 작업을 해 왔다.

2008년에는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을 어좌에 앉히고, 시대별로 변모하는 얼굴과 복장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왕의 초상화' 연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28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완전히 하얀 종이에 수묵으로만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이전부터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실험의 총체다.

인물화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평필(납작붓)을 이용을 인물화를 표현하거나, 인물화 양식을 빌려 산수화의 표현기법이나 도구의 전환을 시각화한 작업들도 그러한 실험의 일환이다. 

여기에 인물화법을 18종의 옷 묘법에 따라 분류한 중국의 '인물십팔묘'를 적용해 선으로만 묘사한 인물화라던지, 먹을 깨뜨려 농담을 조절해 그리는 '파묵법', 물을 많이 섞어 윤곽선 없이 그리는 '발묵법', 종이의 뒤쪽 면에 그림을 그려 먹의 은은함이 스며 나오게 하는 '배채법' 등 전통 동양화 기법을 총동원했다.
손동현 작가. 2017.7.28/© News1 김아미 기자
손동현 작가. 2017.7.28/© News1 김아미 기자

가장 고전적인 방식으로 가장 SF적인 이미지들을 그리는 작가는 왜 이같은 그림을 그리느냐는 질문에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 답습하는 건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게임 캐릭터 혹은 어느 무협지에서나 볼 법한 인물화 한 켠에 새긴 낙관을 주의깊게 볼 만하다. 한자인 듯 보이나 영어 알파벳을 풀어썼다. 전시는 9월2일까지.

한편 송은미술대상은 유상덕 삼탄 회장(송은문화재단 이사장)이한국의 재능있는 젊은 미술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 2001년 제정된 상이다. 대상 1명과 우수상 3명을 선정하며, 대상 작가에게는 상금 2000만원 이외에 수상 이후 2년 이내에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 기회를 제공한다.

동양화의 전통 배채법으로 그린 손동현 작가의 작품 'The Other Side' 2017.7.28/© News1 김아미 기자
동양화의 전통 배채법으로 그린 손동현 작가의 작품 'The Other Side' 2017.7.28/© News1 김아미 기자


전시 전경. 2017.7.28/© News1 김아미 기자
전시 전경. 2017.7.28/© News1 김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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