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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하담 "'아가씨' 보다 '재꽃'으로 알아봐주세요"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7-07-27 16:00 송고
2017.07.11. 뉴스1 본사. 영화배우 정하담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2017.07.11. 뉴스1 본사. 영화배우 정하담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이제 데뷔 4년차인 배우 정하담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알찬 필모그래피를 자랑한다. 일명 '꽃 3부작'인 박석영 감독의 독립 영화 시리즈 '들꽃'(2015), '스틸 플라워'(2016), '재꽃'(2017)의 여주인공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심겨줬다. 또 상업 영화인 '검은 사제들'(장재현 감독, 영주 무당 역), '아가씨'(박찬욱 감독, 하녀 역), '밀정'(김지운 감독, 일본인 하나코 역)에서 작은 역할임에도 불구,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에너지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가씨'나 '검은 사제들'로 아직 저를 알아보는 분들은 없어요.(웃음) 오히려 '스틸 플라워'나 '재꽃'을 보시고 알아보시는 경우가 더 많아요. 출연했던 독립 영화들을 개봉할 때가 되면 홍대나 상수동 부근에서 '그 영화 출연하신 분 아니세요?'하고 물으시는 분들이 간혹 있었어요."
눈을 동그랗게 뜬 정하담은 '재꽃'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을 풍겼다. '재꽃' 속 하담이 굴곡진 인생을 통해 자연스레 깊은 눈을 갖게 된, 속깊고 조숙한 소녀라면 '인간 정하담'은 똑똑하고 호기심 많은, 조용한 표정 이면에 뜨거운 열정을 담고 있는 여배우였다.

'재꽃'은 시골 마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하담(정하담 분)이 갑자기 찾아온 열한 살 소녀 해별(장해금 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다. 해별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빠를 찾기 위해 시골 마을을 찾았고, 하담은 자신을 꼭 닮은 해별에게 연민을 느낀다.
2017.07.11. 뉴스1 본사. 영화배우 정하담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br><br>
2017.07.11. 뉴스1 본사. 영화배우 정하담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이 영화는 차가운 세상에서 방황하는 가출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았던 '들꽃', 추운 겨울 거리를 떠돌며 텝댄스를 추는 소녀 하담의 이야기를 담은 '스틸 플라워'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정하담은 '들꽃'과 '스틸 플라워'에서 그랬듯, 자신의 이름을 그래도 사용한 '하담'이라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처음부터 3부작이 기획돼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들꽃'이라는 영화를 처음 찍었는데 박석영 감독님이 '조금 작은 프로젝트로 너와 함께 해보고 싶다, 더 작게, 더 적은 스태프와 함께. 영화가 잘 될지 모르겠지만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고 얘기하셔서 '스틸 플라워'라는 영화를 찍게 됐고, 그 영화 두 개가 개봉했어요. 감독님이 또 시간이 지나고 '재꽃'이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되셔서 같이 하자고 하셨고, 3부작이 됐죠."

3부작 중에서도 '스틸 플라워'는 신인 배우 정하담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 준 작품이다. 정하담은 이 영화로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 제3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 제4회 들꽃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스틸 플라워'가 준 선물이에요. 굉장히 커다란…. (잠깐 눈시울이 붉어졌다.) 캐릭터의 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재꽃'의 하담은 더 큰 버전인데, 역할이 저(정하담 개인)보다 나은, 큰 사람인데 연기할 수 있었던 게 제게는 굉장히 큰 복인 것 같아요. '재꽃'의 하담이 저보다 큰 사람이라서 생각할 게 많았어요."

세 번의 '하담'을 연기하면서 '배우 정하담'도 성장했다. 처음 가출한 떠돌이 소녀 연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무턱대고 배낭을 진 채 한달간 걸어다녔던 열정적인 '연기자 지망생' 소녀는 어느덧 캐릭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연기하는, 그래서 인물의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할 줄 아는 여배우로 성장했다. 3부작의 마지막 '재꽃'을 끝내고, 같이 성장해 온 '하담' 캐릭터를 떠나 보내는 마음은 어떨까?
2017.07.11. 뉴스1 본사. 영화배우 정하담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2017.07.11. 뉴스1 본사. 영화배우 정하담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섭섭하거나 서운하거나 이런 마음이 있진 않아요. 오히려 '재꽃'을 찍기 전에 심했죠. 이게 감독님과 하는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으니까요. '스틸 플라워'를 너무 좋아해서 이 캐릭터를 해치는 형태로 연기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도 있었어요. 캐릭터가 망가질까 무섭기도 하고요. 그때는 그랬다면, 개봉을 한 지금은 관객이 조금 더 들어서 장기적으로 영화가 상영되고 조금 더 회자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캐릭터가 없어지는 게 참 아까워요."

정하담이 배우로서 갖고 있는 꿈은 "오래오래 연기를 하는 것"이다. 이제 24살인 그는 "34살까지, 80살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꽃'의 하담처럼 더 크고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재꽃'은 그의 배우 인생에서 중요한 지점에 있는 작품이다.

"'재꽃'의 의미는 다 불타버리고 그 위에 꽃만 피어있는 걸 말하는 것 같아요. 모든 것들이 지나가버려서 과거의 상처가 잿더미처럼 확 타버린 느낌. 다 지나갔고 그 다음에 오는 치유와 위로, 그런 의미라고 생각해요. 재는 깨끗하죠. 마음 속에 아쉬움 없이 불타버렸어요. 이 작품이 끝나고 유독 미련이 없었어요. 다 지나갔다는 기분이에요. 따뜻하고 치유와 위로가 되는 영화로 기억이 날 것 같아요. 하담이 해별에게 해준 것처럼 제가 다른 누군가에게 실제로 그렇게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저에게도 하담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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