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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에서 대통령궁 주인으로…印 '불가촉천민' 대통령

인도 사상 두번째 '달리트(불가촉천민)' 국가원수
당선 일성 "근면, 성실한 이들의 대변인될 것"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7-07-21 15:15 송고 | 2017-07-21 15:16 최종수정
람 나트 코빈드 인도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지지자들을 상대로 승리 소감을 전하고 있다.  © AFP=뉴스1
람 나트 코빈드 인도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지지자들을 상대로 승리 소감을 전하고 있다.  © AFP=뉴스1

인도 뉴델리의 1만9000 m2(약 5747평) 부지에 340개 방을 갖추고 우뚝 서 있는 대통령궁(라슈트라파티 바반)의 주인이 된 람 나트 코빈드(71) 대통령 당선인은 20일(현지시간) 밤 대선 승리가 확정되자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상하 양원 의원들과 주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한 간접선거에서 65.6%의 득표율을 기록, 인도 역사상 두번째 '달리트'(불가촉천민) 국가원수가 되는 코빈드는 승리 연설에서 "감정이 벅차오르는 순간이다"고 운을 뗐다.
인도 14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코빈드는 "아침부터 뉴델리에 비가 내리고 있다. 비를 보니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며 "가족들이 초가집에 살았는데 벽은 흙으로 만들어졌다. 우기 동안에는 지붕에서 물이 계속 샜다. 나는 형들 그리고 누나들과 구석에 서서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코빈드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2년 전인 1945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데라푸르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부친은 당시 북인도에서 극심한 차별과 고립을 겪었던 달리트에서도 하급 카스트(계급)였던 콜리 직공(織工)이었다. 모친은 5살 때 화재로 사망했다.

그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살았다. 초교 졸업 후에는 매일 6km나 떨어져 있는 학교를 걸어 다녔다. 이후 칸푸르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변호사로 일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속해있는 인도국민당(BJP)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에는 상원 의원을 2차례 지내며 시골 교육 인프라 확충에 힘썼다. 또 비하르 주 주지사도 지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 당선인과 20년 전 그리고 최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 모디 총리 트위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 당선인과 20년 전 그리고 최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 모디 총리 트위터

이날 코빈드는 "(지금) 비에 흠뻑 젖어 있는 수많은 람 나트 코빈드가 있다"며 "많은 이들이 생계비를 벌기 위해 빗속에서도 일하고 있다. 나는 이 모든 근면한 국민들을 대변한다. 이번 선거는 정직하고 근면하게 생계를 꾸려나가는 이들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달리트는 인도의 카스트에서 가장 낮은 신분이다. 1949년 인도 헌법이 시행되면서 법제도상의 신분 차별은 폐지됐지만 일상적 차별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았다. 이에 인도 정부는 법적으로 불가촉천민들을 규정해 이들의 처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특별 교육혜택과 직업상의 혜택 등을 주고 있다.

이날 코빈드는 "나는 대통령에 당선되리라고 생각지도 않았고, 내 꿈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회와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불굴의 정신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며 "이 정신은 인도의 전통이다. 이번 당선은 인도 민주주의의 위대함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날 모디 총리는 코빈드의 당선을 축하하며 두 사람이 20년 전 함께 찍었던 사진을 공개했다. 모디 총리도 하위계급인 '간치(상인)'에 속하는 식료품 잡화상 집안 출신이다.

달리트 출신의 첫 대통령은 코체릴 라만 나라야난로 1997년에 10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또 인도 대통령직은 대체로 상징적이다. 하지만 총선에서 과반 정당이 탄생하지 않을 경우에 정부 구성권 부여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코빈드의 당선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하층 카스트 유권자를 노린 BJP의 전략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수개월 동안 BJP의 정책으로 하층 카스트들이 정부에 등을 돌렸다. 힌두 극우 성향의 BJP가 소 매매에 제한을 두려는 정책을 펴면서 인도 내 이슬람 국민뿐 아니라 육류 및 가죽 산업에 종사하는 다수의 달리트들도 우려를 제기했다.

아울러 상위 카스트 유권자에 영합하기 위해 인도 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우타르프라데시의 주총리로 요기 아디티야나트를 지명했던 것도 하위 카스트들의 반발을 샀다. 


allday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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