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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폭우피해’충북 주민들 소송, 배상받을 수있나

피해원인 입증 쉽지않아 행정기관 책임묻기 어려워
우면산 산사태 서울시 48만원, 정부 780만원 배상

(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 | 2017-07-21 10:55 송고 | 2017-07-21 12:00 최종수정
16일 오전 충북 청주지역에 시간당 8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흥덕구 비하동 롯데아울렛 인근 도로가 빗물에 침수됐다. 이 비로 일부 차량이 침수되고 인근 도로가 통제됐다.(SNS) 2017.7.16/뉴스1 © News1 엄기찬 기자
16일 오전 충북 청주지역에 시간당 8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흥덕구 비하동 롯데아울렛 인근 도로가 빗물에 침수됐다. 이 비로 일부 차량이 침수되고 인근 도로가 통제됐다.(SNS) 2017.7.16/뉴스1 © News1 엄기찬 기자

충북을 휩쓴 최악의 폭우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주민들이 자치단체의 부실한 대처 등을 성토하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이 자치단체나 행정기관의 책임을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어 손해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피해 우면산 산사태 서울시 책임 48만원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1년 7월 서울 우면산 산사태로 피해를 본 주민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가 청구한 구상권 청구소송에서 서울시의 책임을 48만원만 인정했다.

2011년 7월26일 서울 관악구와 서초구, 강남구 일대에는 시간당 최대 112.5㎜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 비로 다음날이 27일 우면산에서는 150차례에 산사태가 났으며, 모두 16명이 숨지고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를 본 일부 주민은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고, 피해 보상금 등으로 모두 2억9000여만원을 지급한 보험사는 정부와 서울시에 ‘보험금의 50%를 지급하라’며 구상권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행정기관의 책임을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해 정부에 780만원, 서울시에 48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법률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당시 법원은 정부와 자치단체(서초구)가 예방 조치를 다 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대비를 잘못한 책임을 주민들에게 따졌다.

유례없는 집중호우가 내린 데다 산사태 발생까지 걸린 시간이 짧았던 점 등 불가항력의 자연재해를 인정해 정부와 자치단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한 것이다.

지난해 7월 대구에 내린 집중호우로 피해를 당한 주민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가 대구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16일 300㎜에 가까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충북 청주시 비하동 석남천 다리에 하천 공사현장의 대형 철구조물이 떠내려와 물길을 막고 있다.2017.7.17/뉴스1 © News1 엄기찬 기자
16일 300㎜에 가까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충북 청주시 비하동 석남천 다리에 하천 공사현장의 대형 철구조물이 떠내려와 물길을 막고 있다.2017.7.17/뉴스1 © News1 엄기찬 기자

◇책임 30~50% 사례도…피해 고통에 비할 바 아냐

극히 제한적이긴 하지만 정부와 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의 부실 대처나 평상시의 예방관리 미흡 등을 인정해 책임을 물은 사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6월 우면산 산사태로 16개월 된 아들을 잃은 부모가 산사태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예방, 산사태 경보발령과 주민 대피 조치 미흡 등의 이유로 서울시와 서초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자치단체(서초구)가 호우의 정도와 추이, 산사태 발생의 현실적 가능성, 주민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위험 발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즉시 경보를 발령하고 산사태 위험지역 주민에게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대피 지시를 할 주의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1억40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자연력과 가해자의 과실이 경합해 발생했다”며 “2011년 호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국지성 집중호우였던 점을 살펴 손해배상 범위를 50%로 한다”고 그 책임을 제한했다.

명백하게 확인된 자치단체(서초구)의 잘못과 과실인 산사태 주의보나 경보발령, 주민 대피 조치 미비에 대해서만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보험 가입자에게 자동차 침수 보상금을 지급한 보험사가 ‘도로 배수시설 관리를 소홀히 책임이 있다’며 자치단체와 국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도 서울중앙지법은 국가의 책임을 30%만 인정해 870만원 지급 판결을 내렸다.

이때도 법원은 배수시설을 제대로 점검·보수하지 않아 도로가 침수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인 원인이 불가항력의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력이라고 봤다.

결국 집중호우와 같은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는 자치단체나 행정기관의 책임을 묻거나 따지기 쉽지 않고, 책임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라 피해로 가족을 잃거나 삶의 터전을 몽땅 잃은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다.

청주의 한 변호사는 “심증만 있고 명확한 물증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입증책임의 원칙으로 돌아가고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입증해야 해서 자치단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충북 청주와 괴산, 증평 등지에 3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져 지금(21일 오전 7시 기준)까지 주택 1375채가 침수되거나 부서졌으며, 차량 1379대가 침수됐다. 423억8000만원의 피해가 났고, 이재민만 2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피해가 극심했던 일부 지역의 주민은 ‘자치단체와 행정기관의 부실한 대응과 치수관리에 책임이 있다’며 집회와 함께 서명을 하고 집단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16일 오전 충북 일부지역에 시간당 8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증평군 보강천이 범람해 화물차량이 침수돼 있다. 2017.7.1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16일 오전 충북 일부지역에 시간당 8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증평군 보강천이 범람해 화물차량이 침수돼 있다. 2017.7.1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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