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상외교 성과설명을 하기 위해 여야 4당 대표를 초청해 오찬간담회 하고 있다.(청와대) 2017.7.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들이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을 가진 가운데 또 한 번의 '격식파괴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우선 청와대 인왕실에서 상춘재로 '회동장소의 급'을 높인 것이 화제를 모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대표들과 격의없이 소통과 협치를 강조하기 위해 장소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의 오찬회동도 상춘재에서 진행했다.문 대통령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여야 대표들을 마중나간 것은 물론 이번에는 함께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눴다. 오찬장에서는 문 대통령에게 애견용품 선물이 등장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이날 오전 11시32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약 115분간 오찬회동을 가졌다. 당초 70분으로 예정됐던 회동시간은 50분을 더 넘겨 진행됐다.
비록 제1야당 수장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불참하면서 '반쪽의 오찬자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는 했지만 이날 오찬은 지난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의 회동 못지 않게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문 대통령은 이날도 원내대표들과의 회동 때와 마찬가지로 미리 상춘재 앞으로 여야 대표들을 마중나갔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 앞에 있는 테이블을 보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날씨가 너무 더워 테이블을 옮겨야 그나마 시원하겠다"고 하자 임 실장 등과 함께 테이블을 들어 그늘진 곳으로 옮기기도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첫 번째 손님으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맞았다. 추 대표는 자신을 마중나온 임 실장, 장하성 정책실장과 팔짱을 낀 모습으로 나타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추 대표가 "너무 더운데 건강은 어떠시냐"고 묻자, "추경이고 뭐고 처리가 돼야 하는데"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추 대표는 "저쪽(야당)은 '추' 들어간 건 다 싫어한다고 한다. 고추, 배추, 부추 3종을 다 못드시고 있다고"라는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었다.
뒤이어 도착한 이혜훈 바른정당·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도 문 대통령은 반갑게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이혜훈·이정미 대표는 대표가 되신 뒤 전화로도 인사드렸는데 다시 한 번 축하드린다"며 "바른정당, 정의당 새 대표에 대한 바람과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고 덕담했다.
문 대통령은 박 위원장을 향해서도 "국회부의장을 하면서 당을 끌어가시느라 노고가 많으시다"고 말했다. 추 대표를 향해선 재차 "늘 든든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이후 오찬장으로 이동하기 전 녹지원 냇가의 백악교 주변을 약 10분간 산책했다.
이때 여야 대표들이 연못 위에 줄이 설치된 것을 보고 의아해하자, 문 대통령은 "이게 없으면 왜가리가 (연못의) 잉어들을 공격하고 잡아먹고 한다"고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오찬장에서도 이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지속됐다. 본래 문 대통령 모두발언 후, 여당 대표인 추 대표가 발언할 순서였지만 추 대표는 야당에 순서를 양보해 박주선 위원장부터 모두발언을 했다.
지난 원내대표 회동 때도 우원식 원내대표가 야당에 발언순서를 배려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부터 발언하고 우 원내대표는 마지막에 발언했었다. 이날도 추 대표가 맺음말을 했다.
특히 이정미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유기견 '토리'를 위한 애견용품을 선물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밝아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찡찡이를 안고있는 모습을 많은 국민들이 마약방석이라고 하더라. 편안하게 동물을 보호해주는 대통령이란 뜻일 것"이라며 "새해에 마루나 찡찡이, 토리를 다 안아주기 어려울 것 같아 토리에게 대통령 품 대신 다른 마약방석을 준비해왔다"고 선물을 건넸다.
이 모습을 본 박주선 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이거 대통령 드리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이 대표가 "토리한테"라고 답하자, 추 대표는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겠네"라면서 웃었다. 박 위원장도 이에 "김영란법 위반 안되겠네"라면서 따라 웃었다.
이날 오찬메뉴는 중식 코스요리였다. 전복냉채와 게살 죽생 버섯스프, 일품해삼, 쇠안심 아스파라거스 흑후추소스, 해물덮밥과 야채계란탕, 망고 시미로가 준비됐다.
앞서 원내대표들과의 회동 땐 통합을 상징하는 비빔밥이 식탁에 올랐다. 또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직접 만든 인삼정과가 후식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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