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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터치]'이재용 능력부족·신화만들기' 발언에 삼성人 '갸우뚱'

능력부족? 이회장 쓰러진 후 실적 쑥…유망업종 투자하는 것도 죄인가
집단지도체제? 언제는 총수가 독단적으로 결정한다고 비난하더니...

(서울=뉴스1) 서명훈 기자 | 2017-07-18 06:00 송고 | 2017-08-23 16:37 최종수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4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7.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br><b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4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7.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 내부의 긴장감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연이어 증인으로 법정에 세우면서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졌습니다. 특히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이 삼성인들을 들끓게 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제40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는데요. ‘삼성 저격수’로 정평이 나 있는데다 현직 공정거래위원장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물론 이날 증언은 공정위원장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이뤄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 가운데 삼성인들을 가장 자극한 것은 ‘경영능력 입증에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더 앞서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어 “정의선의 경영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까지 비교를 했는데요. 김 위원장이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이 부회장보다 낫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경영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널리 쓰이는 실적과 주가를 한번 보라고 얘기합니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삼성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17일 253만20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이 회장이 입원한 이후 83% 급등했습니다. 매출 역시 2014년 3분기 47조4500억원에서 올 2분기 60조원(잠정)으로 26.5%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00억원에서 14조원으로 무려 3.5배나 늘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 고위 관계자는 “총수의 경영능력을 평가할 때 일반 최고경영자(CEO)에게 적용되는 주가나 실적을 기준으로 삼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전면에 나선 지 3년이 된 시점에 객관적인 지표가 이렇게 좋은데 경영능력이 모자란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바이오산업 진출과 세계적인 전장업체 하만 인수를 ‘신화 만들기’로 지적한 부분에 대한 평가도 엇갈립니다. 김 위원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거 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성공하는 ‘신화 만들기’가 필요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이나 하만 인수 같은 전장사업 진출을 예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바이오산업의 경우 과거 2010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5대 신수종사업’에 포함되면서 진출이 결정됐는데요.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의 신화 만들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게 삼성 내부의 평가입니다.

기업이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봐야 하느냐는 것에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바이오사업은 LG와 SK 등 다른 기업들도 차세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보고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장사업 역시 전기차와 무인자동차 시대를 맞아 유망한 사업 분야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업들이 현금을 곳간에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요. 사업성이 밝은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한 것을 신화 만들기로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삼성의 항변입니다.

마지막으로 ‘집단 지도체제’에 대한 평가도 엇갈립니다. 김 위원장은 이 회장 입원 이후 삼성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김종중 사장 네분이 매일 사무실에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으로 들었다”며 “이 부회장 스스로도 아직 자신감이 부족해 사실상 집단지도체제로 한다. 이견이 있을 때는 40%만 이 부회장의 뜻을 따른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역시 해석의 여지는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대기업의 문제로 ‘총수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꼽혀왔습니다. 회장이 지시하면 전문경영인들은 이를 반대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이 때문에 부실 투자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이견이 있을 때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기보다는 전문 경영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지도력이나 카리스마가 확립되지 않아서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고집을 부린다면 100%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있다”며 “전문 경영인의 경험과 판단능력을 존중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 최고위층의 의사결정 과정은 그 누구도 정확하게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총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일이 절대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mh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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