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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노사 모두 표결 참여 비결은…최저임금 막전막후

"양측 최종안 동시에 표결"…어수봉 위원장 전략 '효과'
공익안 제시 없이 노사 표결로 이끌어

(세종=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7-16 18:49 송고 | 2017-07-16 22:35 최종수정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표결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2017.7.1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표결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2017.7.1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내년 최저임금 7530원은 올해(6470원)보다 16.4%나 올라 상승률로는 17년 만에 최고, 상승폭(1060원)으로는 역대 최대치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예년과 달리 노사 어느 쪽도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을 뛰쳐나가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끈다. 
노동계, 경영계, 정부측(공익위원) 위원 모두가 표결에 참석한 것은 2010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던 2009년 회의 이후 8년 만이다. 2010년부터는 매년 노사 한 쪽이 불참한 상태에서 표결이 진행됐다. 

올해 성공적 표결의 핵심은 노사 양측의 최종안을 동시에 표결에 부쳐 어느 한 쪽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도록 만드는 전략이었는데, 과거 오랜 최저임금위원 경험을 가진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의 아이디어였다는 후문이다. 

◇노사 팽팽한 기싸움…공익위원 "수정안 달라" 재차 요청

15일 오후 3시30분 '제11차 전원회의'를 열어 막판 협상에 돌입한 최저임금위원회는 회의 시작 이후에도 여전히 노사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해 시한(16일) 내 타결을 장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밤샘협상을 벌여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회의 시작 후 공익위원은 협상에 물꼬를 트고자 노사 양측에 최저임금에 대한 '추가(2차) 수정안'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계산이었으나 노사 의견은 다시 엇갈렸다.

노동계 측은 수정안 제시가 소모적이고 반복적이라며 공익위원의 '심의촉진구간' 사전 제시를 요청했다. 공익안을 먼저 보고 협상 전략을 세우겠다는 입장이었다.

통상적으로 협상 막판까지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은 최저치와 최고치를 정한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한 뒤 그 안에서 협상을 유도하고, 그래도 타결이 어려울 경우 최종적으로는 표결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경영계는 수정안을 반복하더라도 격차를 좁혀나가자고 맞섰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2차 수정안을 준비해 놓은 채 제출할 준비를 마치기도 했다. 

양측의 이러한 전략은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됐다.

노동계 측은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들의 제시안에 일종의 자신감이 있었지만, 경영계는 인상폭을 최소화한 수정안을 재차 내놓으며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이 상황에서 공익위원 측은 일단 경영계의 손을 들어줬다.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더라도 노사 간 절충할 수 있을 정도의 범위를 우선 만들어야 한다며 재차 수정안 제시를 요청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 위원들이 1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11차 전원회의에서 표결을 위해 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2017.7.1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 위원들이 1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11차 전원회의에서 표결을 위해 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2017.7.1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공익안 제시했던 관행 깨져…노사 협상 승부수

'수정안 제출' 줄다리기로 회의는 시작 직후 3시간 가량 정회됐다. 결국 이날 오후 7시 속개된 회의에서 2차 수정안으로 노동계는 시급 8330원(28.7% 인상), 경영계는 시급 6740원(4.2% 인상)을 꺼내들었다.  

앞서 지난달 30일 회의에서 노동계는 시급 1만원(54.6% 인상), 경영계는 시급 6625원(2.4% 인상)을 각각 최초안으로 제시했고, 지난 12일 회의에서 노동계는 시급 9570원(47.9% 인상), 경영계는 시급 6670원(3.1% 인상)을 1차 수정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  

노사 양쪽의 격차는 1차 수정안까지 2900원에서 2차 수정안으로 1590원까지 줄었지만, 공익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기에는 간격이 여전히 크다며 수정안을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노사가 고민을 거듭하자 어수봉 위원장이 뜻밖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노사가 각자 내놓은 '최종 수정안'을 토대로 표결을 진행하겠다는 것이었다.

보통 과거에는 노사가 평행선을 달릴 경우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 등의 공익안을 제시해 논의를 이끌어 왔다. 최저임금위가 시작된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익위원의 안을 통해 최종적으로 표결을 한 경우는 총 30번 중 16번으로 절반이 넘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지정하지도 않았고, 자체적인 최저임금안으로 표결을 진행하지도 않았다. 

어 위원장은 양측의 안을 동시에 올려놓고 표결을 하겠다면서 국민이 납득할 수준으로 노동계는 최대 하한선을, 경영계는 최대 상한선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공식적인 심의촉진구간 제시는 아니지만 공익위원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하한선과 상한선을 비공식적으로 양측에 언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위원 9명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표결에 부칠 최종안을 정할 때 이 구간을 크게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의미였다. 

노사는 정회와 속개를 반복해 가면서 각자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실제 공익위원들이 생각했던 범위 내에서 각각 최종안을 내놓았다. 노동계는 7530원(16.4% 인상), 경영계는 7300원(12.8% 인상)이었다.

노사 차이가 불과 230원밖에 나지 않는 파격적인 두 안으로, 결국 정부가 공약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한 첫번째 단추인 15% 내외 인상률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노사가 공익위원들의 마음을 얻고자 스스로 공약을 의식한 최종안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공익위원은 "어수봉 위원장이 이미 과거(4~6대) 공익위원을 지냈던 만큼 협상 방식이 굉장히 노련하고 빨랐다"며 "심의촉진구간을 끝까지 아껴두다가 노사안으로 표결 방침을 정했는데, 2010년 이전에는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노사 합의를 최대한 끌어내고자 의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 최종안이 나오자 표결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공익위원(정부측), 사용자위원(경영계), 근로자위원(노동계) 각 9명씩 27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한 결과 노동계 안은 15표, 경영계 안은 12표를 받았다. 노사 각자는 자신들의 안을 지지했다고 보면 공익위원 9명 중 6명이 노동계 안을, 3명이 경영계 안을 지지한 셈이다. 

표결 결과에 경영계 위원들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일부는 위원직 사퇴 의사까지 밝혔지만 이미 모두 표결에 참여한 터라 정당성을 훼손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 7년간 이어진 안 좋은 관행을 깨뜨렸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공익안을 놓고 진행한 표결에서 7번 모두 노사가 번갈아가며 퇴장하는 바람에 '반쪽 타결'이라는 오명을 얻어오곤 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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