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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이재용에 경영훈수…"내말대로 하면 삼성에 축복"

난상토론에 경제학 강연…재판부 고심 끝 '제지'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7-07-15 13:08 송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외 4인의 뇌물공여 등 40회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7.1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외 4인의 뇌물공여 등 40회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7.1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재용 재판 증언대에 섰지만, 기대했던 결정적 한방은 나오지 못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손에 땀을 쥐게하는 치열한 법리공방이 아닌 '경제학 강연'이 펼쳐졌다. 김 위원장은 '삼성은 법만 지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글로벌 기업 위상에 걸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영장이 기각된 후 난감해진 특검에 이 부회장의 구속 논리를 '완성'해준 '특급 도우미'로 꼽히는 인물이다. 현직 장관급 인사인 김 위원장의 증인 출석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4월 이 부회장의 첫 재판에 나온 뒤 재판에 나오지 않던 박영수 특검도 재판에 직접 나와 예우했다. 김 위원장은 한성대 교수이자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지내며 삼성 등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비판하는데 거침없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오래 삼성을 연구한 학자 출신답게 김 위원장은 삼성에게 앞으로 가야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법원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학자로서의 '견해'를 밝히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경영 훈수를 뒀을 뿐, 특검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할만한 증언은 없었다. 명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꽉 들어찼던 기자석도 재판이 '강연'으로 흐르자 빈자리가 늘어났다. 다만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에 걸맞게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작심 비판은 수위가 높았다. 

◇해박한 삼성 지식에 김상조식 훈수…이재용 면전에 '디스'

14일 실질적으로 특검 측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한 김 위원장은 삼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아낌없이 풀어놓았다. 증인신문이 경제 전반에 관한 난상토론으로 번지자, 재판부는 "증인 의견을 듣는 것이지 증인이 의견을 피력한다고 해서 적법한 것이 불법이 되고 불법적인 것이 적법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다.
특검과 삼성 양측의 질문을 받은 김 위원장이 현행 금융제도와 공정거래법, 보험업법, 삼성의 지배구조 역사, 지분구조 등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길어지자 재판부가 고심 끝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얼굴을 마주하고 쏟아낸 '디스'는 수위가 높았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이재용보다 낫다", "삼성바이오로직스나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는 이재용 신화 만들기의 예다", "정권이 달라졌으니 (금융감독규정) 얘기가 달라지지 않겠나", "이건희 회장의 가신들이 정보를 왜곡하고 올바른 판단을 주지 못해 오늘의 결과를 가져왔다" 등의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과 이 부회장은 증인신문 시작 후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눈인사를 나눴다. 이 부회장은 본인의 경영능력 부족을 지적하는 김 위원장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러다 김 위원장이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최지성 부회장-장충기 사장-김종중 사장'의 4인 집단지도체제로 매일같이 4명이 회의를 한다"고 증언했을 때나 "삼성이 6개월간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공시한 것은 안하겠다는 뜻이다"라고 말했을때는 환히 웃으며 변호인과 귓속말을 나눴다.

◇김상조 "이재용이 내가 말한 방향대로 가면 나라 경제와 삼성에 축복"

그는 자신이 교수·시민단체 시절 삼성이 찾아와 사전에 삼성의 주요 경영결정을 전해주고 조언을 구했다고도 증언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CFO(최고재무책임자)였던 김종중 전 사장이 주로 대화 파트너였다"며 "김 전 사장은 에버랜드와 제일모직 합병,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그룹 최고위층의 결정 사항이 이사회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 내게 알려주고 의견을 물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선 재판부가 "왜 증인에게 삼성이 의견을 구한 것이냐"고 묻는 등 관심을 나타냈다. 위 질문에 김 위원장은 "제 반대를 극복할 수 있는 논리를 삼성이 못만들면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고 보완대책을 달라고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큰 손짓을 쓰는 등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본인이 생각하는 삼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이재용이 자유로운 신분이 되어 경영 의사결정을 하게 되었을때 제가 말한 방향으로 가게되면 이재용 본인과 삼성과 우리나라에 축복되는 결과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의 삼성에 대한 훈수가 계속되자 재판부는 "증인의 의견을 듣는데 불과하고, 이같은 의견을 왜 들어야 하는지 상당히 의문이다"라며 "증인 의견이 결론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제지했다. 김 위원장이 삼성을 오래 연구한 학자이자 시민운동가로서 '의견'을 들을 뿐이지 그의 전문가적 의견이 법적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주지시킨 것이다.

재판부는 "오늘 기대한건 지금까지 개별 현안과 승계에 대해 증인이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서 (특검에) 논리를 제공하신 분이라 그에대해 양측에서 공방을 하고 탄핵을 해야 우리가 사건에 대해 판단을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박영수 특검이 재판에 나왔지만 특별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 박 특검은 재판이 끝난 후 문강배 태평양 변호사 등 삼성 변호인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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