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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암 걸리면 수술이 최선?

게리 홀츠, 로비 홀츠의 ‘가만히 끌어안다’

(서울=뉴스1)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 | 2017-07-12 09:35 송고 | 2017-07-12 18:36 최종수정
© News1

책 ‘가만히 끌어안다’로 인해 퍼뜩 세 가지가 생각났다. 하나는 예전 어떤 책에서 봤는데 ‘B에게 C를 욕하는 A, 그 욕을 C에게 전달하는 B, 그 욕을 먹은 C가 있다면 A가 맨 먼저 죽고, 욕을 전달한 B가 다음으로 죽고, C가 가장 늦게 죽는다’는 것이다. 전혀 틀린 말 아닌 것 같은 것이 욕을 해봐서 알지만 욕을 한다는 행위는 분노(스트레스)를 의미한다. 분노의 감정이 몸의 안정된 상태를 흐트러지게 해친다는 것은 동서양 의학 공히 부정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최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목격한 사실인데 엊그제 대통령 선거기간 내내 상대 진영에 독설을 퍼붓던 어떤 이의 와병 소식이다. 독설 자체가 분노와 증오를 바탕으로 하는 거라 그때 ‘저 사람 저러다 몸져눕지’ 생각했었다. (‘거 봐라. 쌤통이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덧붙이건대 그의 와병 소식에 역공의 저주와 증오를 퍼붓는 그 상대 진영의 일부 냉혈한들 역시 자신의 독설들이 필시 자신의 몸을 해칠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는 중학생 때 가장 친한 친구의 어머니께서 갑자기 왼쪽 다리에 마비가 왔던 일이다. 이 병원 저 병원 백방으로 다녔지만 낫지 않던 차 어느 날 침술에 용하다는 먼 동네의 할아버지께서 오셔서 침을 놨는데 친구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었다. 그때부터 ‘아무 근거 없이’ 침을 신봉하게 됐다.

우리나라를 포함 동양의 전통적 심신수련법, 심지어는 득도를 위한 것 중에 단전호흡이 있다. 심장이 아닌 배꼽 아래 단전(丹田)으로 숨을 쉬어 기(氣)를 온몸으로 순환시키는 수련이다. 어느 단전호흡 고수는 우리말 ‘기막히다’의 어원이 몸 속 어딘가의 경혈(經穴)에서 기(氣)가 순환되지 못하고 막혀 예상치 못한 심신 상태를 맞는 것에서 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서양의 과학과 합리로 무장한 의술 전문가에게 가장 설명하기 힘든 것이 바로 이 경혈과 기에 관한 개념이다. 신체와 질병에 대한 접근 자체가 둘이 상극이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쓴 ‘가만히 끌어안다’는 그래서 우리에게 몹시 익숙하다. 공감도 크다. 단전호흡, 기, 경 혈 같은 ‘비과학적, 비합리적’ 의식구조가 바탕이라 그렇다. 저자 게리 홀츠가 가만히 끌어안는 것은 홀츠 자신과 그의 병마다. 그는 1983년 다발성경화증을 진단받는다. 잘못된 면역체계가 정상의 신체를 공격하는 것인데 미국(서양)의 첨단 의과학을 공부한 의사들은 ‘치료법 없음’을 통보한다.
그리고 1994년 병세가 더욱 악화돼 2년 시한부를 선고받는다. 그의 나이 43세였다. 그때 그가 운명적으로 간 곳이 호주 오지의 원주민 마을. 물리학자이면서 엄격하고 냉정한 논리를 중시했던, 우주항공회사 대표였던 이 ‘서양의 엘리트’는 그곳에서 5만 년 역사의 호주 원주민 치유법을 경험하면서 사고틀의 대전환을 이룬다. 물론 병도 완화돼 이후 13년을 미국의 질병인들에게 ‘전체론적 치유’를 전도하다 2007년 세상을 떴다.

당연히 이 치유법은 몸에 칼 대는 서양의 ‘메스, 햄머’ 대신 ‘정서적, 영적, 신체적’ 치유를 시도하는 대안의술이다. ‘병의 원인이 내 마음속의 분노, 좌절, 증오 등으로 받은 상처에 있고, 그 극복 또한 내 몸과 마음에서 이뤄지므로 나로부터 출발해 나로 돌아오는’ 영육의 단련이다. 암이나 다발성경화증만 병인 것은 아니다. 탐욕, 우울, 분노, 결핍, 좌절, 경쟁, 실패 등이 부르는 모든 ‘피로’도 (정신)병이다.

이 책의 가치는 저자 스스로의 경험으로 알게 된 ‘전체론적 치유’의 과정과 방법을 따라 읽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법한 ‘피로’를 치유(힐링)할 길을 찾게 되는 것에 있다.

◇가만히 끌어안다/ 게리 홀츠, 로비 홀츠 지음/ 강도은 옮김/ 행성B잎새/ 1만4000원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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