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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따도 높은 취업문턱…억대 자비유학에 내몰리는 조종사 지망생

[항공시장 급성장 그늘②]한해 불과 300여명만 국내서 자격증
"이러다 큰 일난다…민관 같이 투자 나서야"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2017-07-13 06:00 송고 | 2017-07-13 11:48 최종수정
공군 항공우주의료원 훈련센터  고공저압환경 훈련 모습. 2016.10.27/뉴스1 © News1 추연화 기자
공군 항공우주의료원 훈련센터  고공저압환경 훈련 모습. 2016.10.27/뉴스1 © News1 추연화 기자

항공운송 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조종사 부족이 발등의 불이 됐지만 양성의 문은 여전히 좁다.

13일 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공군과 항공전문기관에서 배출되는 조종사 자격증 소지자는 한해 잘해야 300명 안팎이다. 이는 매년 400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수요에도 못미치는 수치고 그나마 다 취업된다는 보장도 없다.
교육의 사회적 비용을 의식해 민항사들이 '사람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것과 관계가 깊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키워놓아도 다른데 빼앗길수 있다는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항공사들이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결국 조종사 부족이 커지는 악순환이 전개된다. 정부가 어느 정도 나서야 하는 부분이지만 지원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조종사를 위한 수련비용은 지망생 본인의 부담으로 귀결되고 있다.

◇국내서 조종사 되기 바늘구멍…한해 불과 300여명 자격증

민간 항공기 조종사가 되려면 상업용 항공기를 몰 수 있는 면허인 상업용면장(CPL ; Commercial Pilot License)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위 면허인 자가용 면장(PPL : Private Pilot License)과 계기비행 면장 등을 취득해야 한다. 
국내에서 전문기관 교육을 통해 이를 취득할 방법은 두가지다. 군에서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고 민항사로 이직하거나 한국항공전문학교 부설 울진비행훈련원, 항공대 등 국내 민간 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하는 방법이다. 이조차 여의치 않으면 자비를 들여 미국과 영국 등 항공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나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전투기와 군용비행기를 조종하다 퇴역한 군 출신 조종사들은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민항사도 선호한다. 공군사관학교 출신과 한국항공대, 한서대에서 학군단(ROTC)을 거친 재원들은 10년 이상 의무적으로 군에 복무해야 하지만 민항사 이직은 손쉽다.

군 출신은 민항사 취업시 가산점을 받고 승진도 빠른 편이다. 하지만 베테랑 조종사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군에서 의무복무 기간을 늘려가는 추세인데다 매년 배출되는 숫자도 적어 민항사 수급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민간 교육기관에서는 한국항공전문학교 부설 울진비행훈련원이 정부의 비용지원하에 역할을 늘리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총 140명의 조종사를 배출했다. 2015년이후 매년 150명 배출 목표를 잡고 있으나 그대로 된다 해도 국내수요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나마도 민항사 항공기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제트기 교육은 지난달에야 시작됐다.

한진그룹 계열인 정석학원이 소유·운영하는 경기 고양시 소재 한국항공대는 항공운항학과 학생을 해외 위탁비행장, 울진비행훈련원, 제주에 자체적으로 소유한 정석비행장을 통해 훈련, 상업용면장 취득자를 매년 착실히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매년 배출되는 인력은 수십명이고 대한항공 자체 수요 충당을 위한 성격이 강하다. 한서대 역시 해외 위탁 비행장을 통해 비슷한 과정을 제공하고 있지만 규모상 배출인력에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채용 눈높이 높은 항공사…억대 해외유학 다반사

게다가 국내 민간교육기관에서 자격을 취득했다고 해도 곧바로 민항사 조종사 취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채용 눈높이가 높아서다. 민항사들이 조종사 취업요건으로 500~1000시간 이상 비행훈련경력을 요구하고, 제트기 비행 경험에 가산점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행경력 외에 신체능력과 인성 등은 덤으로 갖춰야 할 요인이다. 

한국항공전문학교 울진비행훈련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교육기간 약 1년인 조종사 통합과정에서 실비행은 170시간, 비행훈련은 200시간이다. 국내 민간기관에서 자격증을 취득해도 항공사가 원하는 비행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비를 들여 어디서건 수학을 더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군출신이 아닌 조종사 지망생들이 '스펙'을 쌓기 위해 선택하는 것은 해외유학이다. 비행시간 확보 목적도 있지만 국내에서 제트기 훈련기회가 부족한 것이 더 큰 이유가 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제트기 전환과정을 운영하는 기관은 대한항공의 정석비행장과 울진훈련원 두 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울진훈련원은 지난달에야 제트기 1기생 교육을 시작했고, 대한항공은 자사 수급 목적으로 한정적인 인력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해외유학 교육에는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 가까운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격증을 해외에서 취득하고 비행경력을 해외에서 다 채울 경우 비용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는다.  어느 지역, 어느 학교를 선택하느냐도 변수다.

조종사 준비생들이 모인 인터넷카페 회원 A씨는 "조종사의 꿈을 이루는 것도 좋지만 신중하게 선택하길 바란다"며 "교육비용에 체류비까지 1억원을 넘게 썼다"고 말했다.

그런 유학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상대적으로 고연봉인 조종사가 되려는 수요는 적지않다. 그러나 이들에게 취업문은 그리 넓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수경력이 개인별로 제각각이다보니 업체에서 채용에 신중을 기하는 면이 많은 탓으로 풀이된다.

공군 29전술개발훈련비행전대에서 조종사들이 F-15K 전투기에 탑승한 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2016.8.22/뉴스1 © News1 추연화 기자
공군 29전술개발훈련비행전대에서 조종사들이 F-15K 전투기에 탑승한 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2016.8.22/뉴스1 © News1 추연화 기자

◇10년 이상 부족 우려도…"민관 합동 투자에 나서야"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민관 합동으로 조종사 인력양성의 문호를 넓히고 인프라를 확대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항공사들이 채용 눈높이는 크게 높이면서 양성 투자는 부족한 불균형 상황이 지속될 경우 조종사 부족이 10년이상 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않다.

항공기 조종사는 국가 기반 인력으로 꼽힌다. 늘어나는 항공수요가 새로운 먹거리이자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샘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비행교육기관, 비행훈련장 확충, 산학 연계 교육 등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조종사는 안전은 물론 정전국가로써 안보 문제와도 연관된 특수직종"이라며 "조종사 양성 인프라 구축 초기에는 관이 적극 나선 이후 점진적으로 민간으로 기능을 이양·확대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on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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