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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테이퍼해도 괜찮을까?…'대마불사' 이탈리아 주목

WSJ "伊 부채 지속가능성, 구조적 개혁에 달렸다"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2017-07-10 08:37 송고 | 2017-07-10 11:01 최종수정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 © AFP=뉴스1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 © AFP=뉴스1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종료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유로존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지난 2008년과 2011년, ECB의 긴축은 유로존의 경기침체로 이어진 바 있다. 특히 2010년대 초 재정위기를 겪다가 지난해 회복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이탈리아 경제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중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로서 즉각적인 문제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유로존 다른 국채와 마찬가지로 지난 2주 간 급등해 2.2%를 웃돌았다. 이탈리아 국채의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독일-이탈리아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상승해 1.7%포인트에 머물렀다. 지난해의 바닥이었던 1.3%포인트보다 높지만 지난 5월 프랑스 대선 직전 2.2%포인트까지 급등했던 것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 상승이 국내 조달비용을 높여 실물 경제에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탈리아 경제가 금리 상승에 민감한 이유는 부채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32%에 달한다. 이런 나라에서의 금리 상승은 이자 비용을 높여 재정 부담을 높인다.

이탈리아의 올해 경제 성장은 1.4%를 넘어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인플레이션 역시 1%를 하회하고 있다. 마첼 알렉산드로비치 제퍼리스 인터내셔널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가 국채 수익률 2%까지는 그럭저럭 견뎌내겠지만, 3~4%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이탈리아는 내년 2월 이전에 총선을 치러야 한다. 만약 유로존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운 오성운동이 승기를 잡는다면, 유로존은 그야말로 출구 없는 위기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ECB 관계자들은 이같은 우려를 공유하면서도, ECB 의사 결정에 영향력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ECB는 개별 국가가 아닌 유로존 전체를 위해 통화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ECB의 자산매입프로그램 축소가 위기를 불러온다는 이유도 없다며 금리 상승이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만큼 위험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높은 가계 투자 수입이 지출과 성장을 부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탈리아 정부는 비교적 탄탄한 자국내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을 쉽게 빌리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탈리아 가계 부문은 3조 유로 규모의 유동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GDP의 8% 이상을 저축한다.

무엇보다 이탈리아 정부는 현재 원천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 부채를 차환하고 이자 비용을 충당하는 목적 외에는 새로운 부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음을 의미한다. 이미 이탈리아 정부는 기존의 부채를 저금리에 고정해 두었고, 부채의 만기는 늘려 놓았다.  

이탈리아 역시 현재 세계 경제 회복세에 힙입어 경기 상승세를 누리고 있다. 또한 최근 금융 시스템을 정비하고 악성 부채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최근 실시한 사법제도 및 노동시장 개혁이나, 자본시장 접근 제한을 완화해 주식 투자를 장려한 것도 성장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WSJ는 이러한 개혁이 이탈리아의 장기적인 부채 지속가능성 우려를 없앨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 서비스의 질은 유로존 중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가장 낮았다. 이는 이탈리아의 1인당 GDP 성장이 유로존 최하위에서 정체돼있는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한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WSJ는 이탈리아 경제 성장의 지속 가능성은 구조적 개혁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 구조적 개혁은 경제의 가장 생산적인 부분으로 자원을 재배치하고, 지대추구 활동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을 포함한다. WSJ은 이를 위해 개혁을 실시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정부가 필요하다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위기의 유령'은 이탈리아와 유로존을 쫓아다닐 것이라 내다봤다.


mins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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