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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건물에서 몸을 던진 한국인 입양아…왜?

NYT "시민권 없는 美입양자 3만5000명…추방은 사형선고"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17-07-03 17:43 송고 | 2020-04-06 15:14 최종수정
지난 5월21일 한국인 입양아 출신의 필립 클레이(42·김상필)가 서울의 한 건물 14층에서 몸을 던졌다. 한국으로 추방을 당한 지 6년째였다.

클레이는 1984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2012년 시민권이 없는 그는 갑작스러운 추방 명령을 받았다. 29년 만에 온 한국엔 아는 이도 없었고, 한국어도 몰랐다.
클레이는 알코올·약물 중독과 조울증을 앓고 있었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고립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한국으로 추방당한 입양아들을 집중 보도했다. 클레이처럼 미국 시민권이 없는 성인 입양아들의 수는 3만5000명이다. 신문은 클레이의 자살이 미국 내 국제입양아들의 권리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1950년대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어린이들의 수는 11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미국 시민권을 가진 것은 아니다. 미국이 입양아들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한 건 2000년 '입양아 시민권법'(Child Citizenship Act)이 제정된 이후다.
이 법은 당시 성인이던 입양아들에게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때문에 시민권 없이 성인이 된 입양아들은 전과 등의 이유로 고국으로 추방됐다. 미국 이민관세청(ICE)은 클레이 역시 20년에 걸친 전과 기록이 주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 절도와 마약 관련 범죄 기록을 갖고 있었다.

애덤 크래프서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과거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른 크래프서는 2012년 새 인생을 살기 위해 영주권을 신청한 것이 문제가 됐다. 정부가 그에 대한 배경 심사를 실시한 것이다. 그는 결국 41세가 되던 지난해 한국으로 추방당했다.

크래프서는 미국에 있는 부인과 딸 3명을 15개월째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크래프서는 "어렸을 때 나는 미국에 보내달라고 한 적이 없다. 나는 영어를 배우겠다고 한 적이 없다. 나는 미국인이 되고 싶다고 한 적도 없다"며 "나는 강제로 한국에 왔고, 미국에 있는 내 가족들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추방자 몬테 헤인즈는 30년간 미국에 거주하다 2009년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언어 장벽과 생활고를 털어놨다. 서울에서 바텐더로 일한다는 그는 시간당 5달러(약 5740원)을 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운영하는 중앙입양원 소속 수석 상담사 헬렌 고는 "추방은 그들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미국 생활에 적응하는데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그들이 본국으로 추방 당했을 때는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으로 추방 당한 입양아의 수는 파악되지 않는다. 미국이 한국에 입양아들의 추방을 알리지 않아서다. 공식적으로 보고된 수는 최소 6건에 불과하다.

NYT는 2015년 최소 30여명의 입양아들이 추방 위기에 처했거나 이미 추방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베트남·태국·브라질 등 타국 출신의 입양아들도 추방당하지만 한국인 입양아들의 수가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soho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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