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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방' 인수한 中랑시그룹, 中진출 자신했지만 '지지부진'

중국 매출비중 계속 줄고 국내비중 오히려 늘어
'저출산의 늪' 빠진 유아복업계…탈출구 찾을까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17-07-06 07:40 송고 | 2017-07-06 09:38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토종 유아동복 업체 아가방앤컴퍼니를 인수한 중국 랑시그룹 신동일 회장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오히려 국내 매출비중이 늘었고 국내 시장 경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서다.
이마트 PB브랜드 '데이즈'와 글로벌SPA '유니클로' 등 유통망을 잘 갖춘 브랜드들이 유아동복 영역으로 발을 넓히면서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출산율 감소·장기 침체·경쟁심화 '삼중고'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가방앤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은 1523억원으로 전년대비 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6억원을 거뒀다. 2011년 103억원에서 2012년 49억원으로 반토막났고 2014년엔 73억원 영업손실, 2015년엔 흑자전환(1억원)했다.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62억원으로 전년동분기 대비 5.8% 감소하고 영업이익도 7억4000만원에서 적자전환(640만원)했다. 다만 매년 분기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1분기 실적이 3·4분기와 비교했을 때 저조한 경향성이 나타났다.

아가방앤컴퍼니 매출액은 2011년 2047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매년 줄고 있다. 2013년 1946억원에서 2014년 1601억원으로 17.7% 줄었고 2015년에는 1573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출산율의 하락으로 내수시장이 침체되자 아가방앤컴퍼니는 미국·아랍에미리트·중국·동남아 등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아가방앤컴퍼니는 1979년 창립 후 유아동복 업계 1위를 유지해오다 2010년대 들어 '제로투세븐'과 '서양네트웍스'에 추월당한 상태다.

신동일 중국 랑시그룹 회장(왼쪽) 김욱 아가방앤컴퍼니 전 회장.  2014년 10월 랑시코리아가 아가방앤컴퍼니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News
신동일 중국 랑시그룹 회장(왼쪽) 김욱 아가방앤컴퍼니 전 회장.  2014년 10월 랑시코리아가 아가방앤컴퍼니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News

◇신동일 회장 "중국 신생아 국내 50배, 한국브랜드 선호해"

신동일 랑시그룹 회장은 중국교포 3세로 2007년 랑시그룹을 설립했다. 현재 아가방앤컴퍼니 대표이사는 신상국 부회장이 맡고 있다. 

신동일 회장은 2014년 10월 아가방앤컴퍼니를 인수할 당시 '아가방'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성공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신 회장은 당시 "중국의 신생아 수는 약 2000만명으로 국내 40만명의 약 50배에 앞으로 연간 신생아수가 3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1980년대 출생인 '바링허우' 세대는 한국의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중국의 신생아 수도 압도적으로 많고 여성들이 한국 브랜드를 선호해 충분히 승산 있다고 봤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사업보고서에서 아가방앤컴퍼니의 중국포함 아시아 매출 비중은 2014년 6%, 2015년 5.6% 2016년 3.5%로 오히려 계속 하락했다. 올해 1분기에는 2.4%까지 떨어졌다.

반면 국내매출 비중은 83.4%로 여전히 높다. 랑시그룹에 매각된 해(2014년) 80.6%에서 2015년 78.5%로 소폭 하락했다가 지난해 재차 상승해 79.2%를 기록했다.

중국 주요지역에서 6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패션기업이 아가방 브랜드를 품었지만 시장 공략은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아가방앤컴퍼니 관계자는 "중국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진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가방앤컴퍼니는 250억원대 매출규모 브랜드 '엘르'를 2015년 철수하고 최근 아동복 편집숍 '쁘띠마르숑'을 인수했다. 편집숍 '타이니플렉스'를 론칭하고 '이야이야오'는 리뉴얼하는 등 소품을 함께 판매하는 편집숍 사업을 집중하고 있다.

아가방앤컴퍼니 편집숍 ‘타이니플렉스’© News1

◇마트PB·SPA 영역확장에 패션업계 지각변동

국내 유아동복 시장에서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대형마트 기반 PB브랜드와 글로벌 SPA브랜드 유니클로가 '가성비(가격대비 만족감)'를 앞세워 유아동복 영역으로 발을 넓히면서 기존 유아동복 업체들이 나눠가지던 '파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SPA브랜드 '데이즈'(DAIZ)는 PB브랜드들을 통합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데이즈 매출규모는 2000억원에서 2014년 35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4680억원 수준으로 올라 7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엄마와 주부들이 접근하기 쉬우면서 품질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는 대형마트 내 의류브랜드 제품을 즐겨 구매하게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마트에 따르면 데이즈 의류품목 전체 매출서 유아동복 비중은 24.1%(1월1일~6월28일)로 이를 통해 데이즈유아동복 매출을 추정하면 약 600억~800억원대다.

단 이마트는 의류와 잡화를 합친 데이즈 매출만을 외부에 공개한다는 방침이어서 정확한 유아동복 매출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유아동복 업계 특성상 계속 하락하는 출산율이야말로 큰 걱정거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출생아 수가 전년분기 대비 12.3% 감소했다.

유아동복업계 관계자는 "저출산도 문제지만 SPA들이 키즈까지 팔기 시작하면서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토종 브랜드들이 함께 잘됐으면 하는데 국내 시장 규모론 한계가 있어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아동복 전문 업체들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엄마의 소비패턴을 고려해 O2O서비스와 모바일로 전환하고 편집숍으로 전환하는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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