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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 이동국, 체력-기량보다 놀라운 '젊은 멘탈'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06-29 11:51 송고
28일 오후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전반 전북 이동국이 선취골을 성공 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2017.6.28/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28일 오후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전반 전북 이동국이 선취골을 성공 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2017.6.28/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당장 1~2년 전만해도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우리 팀은 (이)동국이 아저씨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팀"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정도였다. 이동국이라는 타고난 골잡이에 대한 믿음,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베테랑에 대한 확실한 예우였다. 자신을 신뢰해주는 감독을 향한 이동국의 마음가짐도 한결같다.

언젠가 이동국은 "직장인들도 그렇지 않은가.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내가 널 믿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보여주면 잠을 안자도 피곤한지 모르고 일하게 된다. 운동선수들도 똑같다. 내가 예전보다 한발 더 뛰어도 힘들지 않은 것은 감독님으로부터 그런 믿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 사이에서 그런 믿음은, 놀라운 힘을 끄집어낸다"는 뜻을 전한 적 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뜨거운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의 '관계'를 알고 있다면 올 시즌의 상황은 밖에서 바라보기에도 조금 불편하다. 전북왕조를 건설한 절대적 공격수였던 이동국이 적어도 지금까지는 백업 공격수에 더 가깝다.

17라운드 현재 이동국은 11경기에 출전했다. 나온 경기 자체는 그리 적은 게 아니지만 대부분이 교체였다. 따라서 28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벌어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원정경기에서의 맹활약은 박수가 아깝지 않다.

이날 이동국은 오랜만에 선발로 필드를 밟았다. 지난 5월3일 대구 원정 이후 처음이었다. 이 자체만으로도 이동국의 현 상황을 알게 한다. 이동국은 김신욱이나 에두의 컨디션에 따라 영향을 받는 입지가 됐다. 자칫 감각이 떨어질 수도 있었으나 외려 긍정적 효과가 나왔다. 오랜만에 필드를 밟아서일까. 이날 이동국은 에너지가 가득 충전된 '득점기계' 같았다. 
이동국은 전반 5분 만에 친정팀 포항에 비수를 꽂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왜 그를 타고난 골잡이라 하는지 클래스를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다. 박스 안에서 수비수를 앞에 두고 공을 가볍게 터치한 이동국은, 때릴 듯 때릴 듯 속임 동작을 쓰면서 타이밍을 빼앗은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묵직했다.

그리고 이동국은 전반 23분, 자신이 박스 안으로 돌파해 들어가다 파울을 유도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성공시키면서 멀티골을 만들어냈다. 이전까지 올 시즌 단 1골에 그쳤던 이동국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간의 체증을 날릴 수 있는 축포였다. 이동국의 활약을 앞세운 전북은 난적 포항을 3-1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질주할 수 있었다.

이동국은 1979년생이다. 서른여덟. 대부분의 또래들이 지도자로 출발을 했다. A대표팀 코치로 재직하고 있던 설기현, 영혼의 파트너라 불리던 김은중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동국은 아직 살아 있는 전설로 필드를 누비고 있다. 체력이야 전성기에 비하면 떨어질 수밖에 없으나 포항전 첫 골을 보면 실력까지 퇴보했다 말하기 어렵다.

보다 놀라운 것은 사실 '젊은 멘탈'이다. 어쩌면 올 시즌 자신의 역할은 자존심이 크게 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늘 최고의 자리에 있던 이동국은, 특히나 전북에서는 절대적이던 그가 시나브로 누군가를 위한 조연이 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동국은 20대 새내기처럼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 
28일 오후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전반 전북 이동국이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 시킨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7.6.28/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28일 오후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전반 전북 이동국이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 시킨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7.6.28/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이동국은 포항전 2골로 커리어 통산 195호골을 기록하게 됐다. 이미 K리그 개인통산 최다골 보유자인 이동국은 상징적 숫자인 200호에 5골을 남겨두게 됐다. 뛰는 시간과 벤치에 있는 시간이 엇비슷할 때는 굉장히 멀게만 느껴지던 목표였는데 이제는 고지가 보이는 느낌이다. 그의 '젊은 멘탈'이 스스로를 다시 뛰게 만들었다.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과는 딱히 면담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최 감독은 "못 믿으니까 확인하는 거다.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도, 잘하고 있느냐 물어보는 것도,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다 믿지 못해서다. 서로 믿으면, 그러면 자기 일만 하면 된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언젠가 이동국은 "나를 믿어주는 사람에게 절대 실망을 주지 말아야한다는 다짐이 나를 한발 더 뛰게 한다"고 했다. 이동국도 최강희 감독도 실력 이상으로 정신력이 좋은 축구인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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