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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버스기사 750명 채용"…비행기 타고 제주로

민영버스 운전원 지원자 ‘외지인’이 절반 이상…관광버스 운전사도 기웃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2017-06-27 15:40 송고 | 2017-06-27 17:07 최종수정
27일 제주도 민영버스 운전원 면접이 이뤄지고 있는 제주웰컴센터. 2017.06.27/뉴스1 © News1
27일 제주도 민영버스 운전원 면접이 이뤄지고 있는 제주웰컴센터. 2017.06.27/뉴스1 © News1

“좋은 공기 쐬면서 버스 운전하고 싶어서 왔어요.”

27일 오전 11시 제주웰컴센터에는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들로 북적였다.
제주도가 대중교통체계 전면 개편 시행을 앞두고 공영버스와 준공영제로 버스운송체계를 바꾸면서 제주도버스운송사업조합이 운전원 채용에 나섰기 때문이다.

기존 487대에서 738대(민영 652대·공영 86대)로 버스가 증차되면서 대수별로 2명 수준에 맞추기 위해 필요한 인력만 1476명. 현재 재직 운전원 653명을 제외한 823명(공영 73명·민영 750명)에 대한 채용이 이뤄지자 대거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이날 진행된 면접은 민영업체 운전원 일괄 채용을 위한 것이었다. 이미 업체 자체별로 선발한 100여명을 제외하고 650명 선발에 나서자 621명이 지원했다.

지원자들은 40대가 282명으로 가장 많고 50대가 207명, 30대가 104명, 20대가 17명, 60대가 11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운전경력 미흡과 사고전력 등으로 인해 109명이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면서 최종 418명이 면접에 응시했다.
27일 제주도 민영버스 운전원 면접이 이뤄지고 있는 제주웰컴센터. 2017.06.27/뉴스1 © News1
27일 제주도 민영버스 운전원 면접이 이뤄지고 있는 제주웰컴센터. 2017.06.27/뉴스1 © News1

면접 현장을 지휘하던 이권용 제주도버스운송사업조합 부장은 “20대는 운전경력이 부족해서, 60대는 정년에 걸려서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며 “주로 40~50대인데 특이한 점은 지원자의 절반 이상이 외지 사람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면접 현장 곳곳에서는 여행용 트렁크나 큰 가방을 가지고 온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시내버스 경력 3년차인 박일기씨(42·전남 목포)는 “제주가 준공영제로 바뀌면서 연봉도 4200만원 수준으로 오르고 복지도 훨씬 좋다고 해서 지원하게 됐다”며 “학자금 지원도 있어서 자녀들과 모두 이주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제주 풍경을 보며 운전을 할 생각을 하니 설렌다”고 말했다.

들뜬 표정으로 면접 차례를 기다리던 천성옥씨(55·서울) 역시 “공기 좋은 제주에서 살고 싶어서 친구들과 함께 지원하러 왔다”면서 “지원자들이 제주사람보다 외지사람들이 더 많아서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김종욱씨(59·대구)는 “대구에서 관광버스를 운영하는데 안정적인 수입원이 없다. 다른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마침 제주에서 대규모로 버스기사를 채용한다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면접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최민제씨(30·경남 진주)는 “화물차를 몰다가 시내버스를 몬 지 1년 정도 됐는데 근무 환경이 좋지 않아서 한 달 내내 일을 한 적도 있다”며 “급여와 복지수준이 좋으니 제주에서 꼭 채용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고향 제주로 돌아오려는 청년도 눈에 띄었다.

김해에서 시내버스 운전을 하고 있다는 김동희씨(33·경남 김해)는 “대우가 좋은 부산쪽으로 가고 싶어도 아는 사람들끼리 알게 모르게 자리를 꿰차니까 진입이 어려웠다”며 “마침 고향인 제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다시 내려올 생각으로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전세버스업계에서 지원한 이들도 있었다.

고경덕씨(43·제주)는 “관광버스쪽이 어려워지고 있어서 업종을 전환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준공영제로 전환된다고 해서 지원하게 됐다”며 “주변 동료들도 많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9시30분부터 총 6개 민영업체별로 나눠 진행된 면접은 오후까지 이어졌다. 추첨을 통해 채용 업체를 선택한 지원자들은 면접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눴다.

27일 제주웰컴센터 웰컴홀에서 제주도 민영버스 운전원 지원자들이 추첨을 통해 면접을 볼 업체를 선택하고 있다.  2017.06.27/뉴스1 © News1
27일 제주웰컴센터 웰컴홀에서 제주도 민영버스 운전원 지원자들이 추첨을 통해 면접을 볼 업체를 선택하고 있다.  2017.06.27/뉴스1 © News1

곁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듣던 민영업체 관계자는 “육지(외지) 사람들이 많아서 걱정스럽다. 왔다가 떠나버리면 공백을 빨리 메꾸지 못해 다른 운전기사들이 더 힘들게 된다”며 “제주에 정착할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가 선정 기준이 될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권용 제주도버스운송사업조합 부장은 “다른 시·도에서도 준공영제를 실시한 경우가 있는데 체계만 개편됐을 뿐 버스가 대규모로 증차된 적은 없었다. 오히려 감차돼서 일자리를 잃은 경우도 있었다”며 “대규모 버스기사 채용이 이뤄지는 건 이례적이다 보니 전국에서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오후 5시까지 면접을 진행한 뒤 최종 합격자를 선발, 기본 및 안전교육을 거쳐 개편 일정에 맞춰 노선에 투입 운행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공영버스 운전원은 도내 거주자를 우선으로 앞서 이미 면접이 진행됐으며, 민영버스 운전원의 경우 모자란 인력은 대중교통체제개편이 이뤄지는 8월 전까지 업체별로 자체 채용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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