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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청와대 앞길 밤 산책 나선 시민들…"감격스러워"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한 청와대 산책
"닫혀있던 공간…대통령과 가까워진 느낌"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2017-06-26 22:43 송고 | 2017-06-27 09:57 최종수정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6일 저녁 50년 만에 24시간 전면 개방된 청와대 앞 길을 시민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2017.6.26/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6일 저녁 50년 만에 24시간 전면 개방된 청와대 앞 길을 시민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2017.6.26/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델타 하강. 안전조치 해제. 겹철문 개방. 이상 무!"

26일 오후 8시 정각, 청와대 내부 경비를 담당하는 101경비단 소속 경찰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박수와 환호 속에 청와대 철문이 열렸다.
전날만 해도 오후 8시면 굳게 닫혔던 철문은 이날 이 시각부로 24시간 완전히 열리게 됐다.

26일 어둑어둑한 저녁 비에 젖은 청와대 앞길은 '50년 만의 밤 산책'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동서로 탁 트인 청와대 앞길을 걸으며 시민들은 "대통령과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머니와 함께 밤마실을 나온 인근 주민 김세연씨(37·여)는 "청와대에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올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며 "당연히 닫혀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깼다는 의미에서 정말 큰 변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장귀석씨(68)도 "낮에도 검문소가 있길래 못 들어가는 줄로만 알았다"며 "국민이 밟을 수 있는 땅이라니 그동안 왜 못 와봤을까 싶고 감격스러워 기절할 정도"라며 웃었다.
문재인 정부는 '열린 청와대'를 구현하고 시민 편의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이날부터 청와대와 경복궁 사이를 동서로 잇는 약 900m  거리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개방하기로 했다. 또 청와대 주변 5개 검문소에서 이뤄지던 평시 검문을 중단, 검문소를 교통 안내초소로 바꾸고 청와대 내 사진 촬영 제한도 없애기로 했다.

1968년 북한 특수요원 31명이 청와대 기습을 시도했던 '김신조 사건'을 계기로 폐쇄됐던 이 길은 전날까지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만 제한적으로 개방됐다.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 사진은 청와대 정문과 신무문 앞에서만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8시쯤 청와대 앞길에서는 삼엄한 경비도 부담스러운 검문도 권위적인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발걸음을 옮기며 곳곳에서 청와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김민지씨(19·여)와 그 친구는 서울시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를 타고 청와대 앞길을 누볐다. 김씨는 "별다른 제한은 없었고 인도로 다니지만 말라고 들었다"며 "자전거를 타고 청와대를 누비니 한강공원에 온 것 같다"며 웃었다.

첫 개방을 기념해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하는 밤 산책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전신청을 거쳐 추첨이 된 시민 50명은 김 여사와 나란히 걸었다. 200여명의 시민도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함께했다.

30여분간의 산책은 청와대 본관 맞은편 신무문 앞에서 끝났다. 김 여사는 "작은 변화이지만 권력이 막아섰던 국민의 길, 광장의 길을 다시 국민께 돌려드리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한 뒤 시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숙소로 돌아갔다.

시민들 역시 문 대통령의 소통 행보를 높이 평가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데이트 삼아 청와대를 찾은 김모씨(31)는 "국민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여자친구 박모씨(31·여)도 "검문이 있어 지나갈 때면 괜히 부담스러웠는데 이제 그런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사는 이우식씨(53)는 딸을 보러 서울에 왔다가 청와대를 찾았다. 이씨는 "지금 자연스럽게 걷는 길을 어제만 해도 못 갔다는 게 어색하다"며 "대통령이 소통 행보를 보일 때마다 매번 감회가 새롭고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청와대 24시간 개방을 반겼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사는 한 여성(55)은 "퇴근 후 항상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데 앞으로 이 청와대 앞길로 올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그는 "아들이 경복고에 다닐 때 청와대 앞길로 오면 10분이면 될 것을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날이면 30분씩 돌아서 오곤 했다. 지금 경복고 학생들도 아주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24시간 개방이 처음으로 이뤄진 이날에도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는 청와대 100m 앞 사랑채 측면 인도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갔다. 공투위는 지난 21일부터 정리해고 철폐와 해고자 복직, 노동3권 쟁취 등을 주장하며 농성을 벌여왔다.

지난 며칠간 그늘막 설치를 놓고 종로구청과 실랑이를 벌여왔던 공투위는 이날 오후 8시45분쯤 비를 가리기 위한 비닐막을 설치하려다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d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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