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7.6.2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세력에 대해 사실상 전쟁을 선포했다. 투기규제를 위해선 더 강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의지가 피력됐다는 평가다.

김현미 장관은 이와 관련 23일 오전 세종정부청사 대강당에서 가진 취임식을 통해 "주택시장이 과열됐던 지난해와 올해 5월 무주택자나 1주택자들이 집을 산비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5주택 이상의 보유자의 구매비율은 강남4구에서만 53%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남4구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주택거래량이 가장 두드러지게 증가한 세대는 29세 이하"라며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세대가 투자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만 유독 높은 거래량을 보였다는 것은 편법거래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이 부동산 투기세력에 기인한다고 판단해서다.

김 장관은 이날 역대 장관 취임식 중 처음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띄워놓고 지난달 집값 급등의 배경을 설명하는 열의를 보였다. 김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달 무주택자의 전국 주택거래량은 전년동월대비 6% 줄었다. 반면 3주택 소유자는 6.2%, 4주택 소유자의 거래량은 4.4% 증가했다. 5주택 이상 소유자의 주택거래량은 7.5%나 급증했다.

서초·송파 등 강남4구에서 3주택 소유자와 4주택 소유자의 주택거래량은 47.8%와 41.9%로 급증세를 보였다. 5주택 이상 소유자의 경우 전년동월대비 53.1% 늘어난 주택거래량을 기록했다. 특히 송파의 경우 5주택 이상 소유자의 주택거래량이 전년동월대비 88.9%나 늘었다.  

국토부 안팎에선 김 장관이 부처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부동산 시장의 투기세력을 거론한 것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투기세력에 대한 강한 경고의 의미뿐만 아니라 앞으로 부동산 정책을 시장활성화가 아닌 투기규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일종의 주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 (6·19)부동산 대책은 그러한 분들에게 보내는 1차 메세지"라며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달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11·3 대책의 확장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6·19 대책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8월 정부종합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등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대책을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김 장관은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와 같은 제도 도입으로 세입자와 집주인 간의 권리에 균형점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혀 그동안 검토 단계에 머물렀던 전월세 보완제도에 대한 조기추진 가능성도 시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취임사는 국토부 직원들이 초안을 만들어 제공했지만 세부 내용은 김 장관이 수차 수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만큼 김 장관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투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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