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부메랑이 된 책'…탁현민 책 속 '여성비하' 뜯어보니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7-06-25 12:03 송고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실 행정관 © News1

10년전 쓴 여성비하적인 내용의 책 때문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실 행정관에 대한 사퇴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게 된 데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차별 문제는 외면하면서 외쳤던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왜곡된 저자의 관점을 바로잡아줄 서평 기능의 실종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것이다. 

탁 행정관은 2007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남자마음설명서'에 이어, 또 다른 책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탁 행정관은 '남자마음설명서'에 대한 비난이 일어나자 지난 5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10년 전 당시 저의 부적절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같은 해 출간된 책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의 여성비하적인 내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사퇴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출판계에 따르면 정계와 학계 인사들이 자서전 등 저서를 발표하는 것은 일종의 통과의례와 같다. 책의 판매 자체에 신경을 쓰기 보다 이름을 알리거나 업적 삼아 저서를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남자란 무엇인가', 홍준표 전 19대 대선 후보자의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와 탁 행정관 경우 모두 과거에 쓴 여성비하적인 내용의 책이 부메랑처럼 날아와 중요한 시기에 이미지를 흐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탁현민 "글쎄. 그땐 그냥 그런 시절이었어" 

'남자마음설명서'에는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일 때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등의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해 탁 행정관을 포함해 문화계 인사 4명의 대화를 담아 출간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는 자신의 성적 판타지, 연애 상대의 외모 등을 이야기했다. '대놓고 나쁜 남자'라는 닉네임으로 대화한 탁 행정관은 “남자들이 가장 열광하는 대상은 모델 같이 잘 빠지고 예쁜 여자들이 아니다. (중략) 심지어는 임신한 선생님들도 섹시했다”면서 임신한 선생님에 대해 성적 판타지를 가졌음을 밝혔다. 임신을 하려면 섹스를 해야한다는 연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어 첫경험 상대에 대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짓을 해도 별 상관없었다. 얼굴이 좀 아니어도 신경 안 썼다. 그 애는 단지 섹스의 대상이니까"라고 밝혔다. "그 친구한테는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드냐”는 대화상대의 물음에 “글쎄. 그땐 그냥 그런 시절이었어”라고 대답했다.

◇잘못된 관점 바로잡을 책 비평의 실종도 문제

탁 행정관의 글 내용이 추가로 알려지자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은 탁 행정관의 즉각적인 해임을 요구했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의원들도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성학자들도 자신들의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버텨라'와 '사퇴하라'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SNS에서 ‘#그래서_탁현민은?’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며 탁 행정관의 거취를 주시하고 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젠더(성) 정의를 외면하거나 사소한 것으로 여겨온 '봉건남성아재문화'의 당사자들이 주장했던 자유민주주의에 결여되었던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바로 젠더평등"이라면서 성차별에 대한 고민없이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었던 탁 행정관이 속한 구세대를 비판했다.   

여성주의 문학평론가인 양경언씨는 "(정부에서) 중요 업무를 하는 당사자가 '젠더 감수성'이 높지 않다면 그가 바라보는 시민이나, 국민의 범위가 (여성을 소외시킨) 한정적이라는 의미"라면서 "사람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또 "탁 행정관의 생각은 물론, 그리고 그런 수다를 책으로 낸다는 것 자체가 성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성찰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지금이라도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책에 대한 비평 기능의 실종을 반성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저자들의 왜곡된 관점을 지적하는 서평이 없었기에 탁 행정관처럼 여성혐오 발언이 담긴 책을 아무 반성없이 연달아 낼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책의 저자들인 지식인들이 '책에 담는 내 생각은 공정하고 공평한 것'이라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면이 있다"며 "출판평론이 책 속의 잘못된 관점을 지적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왔다. 이번 사태는 칭찬 일색의 뒤처진 국내 서평문화의 산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 News1
© News1

 


ungaungae@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