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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딜레마, 삼성 합병 '찬성해도, 반대해도 욕먹는 상황'

홍완선 "찬성하면 재벌 편들어줬다 욕먹고, 반대하면 매국노라 비난 여론 스트레스"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7-06-22 07:00 송고 | 2017-06-22 09:24 최종수정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삼성합병 개입' 관련 결심 공판에 증인보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5.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삼성합병 개입' 관련 결심 공판에 증인보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5.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합병 찬성하면 삼성 봐줬다고 비난, 합병 반대하면 외국 헤지펀드 손들어준 매국노라고 욕먹는 상황이었다."

지난 8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홍완선 국민연금관리공단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21일 이재용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증언했다.
홍 전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법정구속 이후 반팔 수의를 입고 증언대에 오른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놓고 여론에 신경쓰느라 고민이 깊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홍 전 본부장은 "당시 삼성 합병에 찬성하면 삼성 편을 들어준다는 비난이 있을 것이고,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우리 공단까지 반대해 합병이 무산되면 '이완용'으로 (언론이) 몰아세울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당시는 언론들이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엘리엇'을 비판하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방향에 대해 매일같이 보도를 쏟아내던 상황이었다.

합병 찬반 결정에 따라 닥치게 될 재벌 편들어주기 혹은 매국노 비난을 상당히 의식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다. 홍 전 본부장은 "합병에 반대하면 국부 유출된다는 언론의 비판이 많을 것으로 생각해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투자위원회를 사흘 앞둔 7월7일 홍 전 본부장은 한정수 전 국민연금 주식운용실장, 채준규 리서치팀장, 정재영 책임투자팀장 등과 서초 삼성사옥에서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미래전략실 사장 등과 면담했다. 당시 면담은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주선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합병 시너지에 대해 주로 설명했다. 배당 확대 방침과 사외이사 역할 확대 등도 알렸다. 당시 엘리엇의 공격을 받고 있던 삼성은 소액주주부터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설득하던 상황이었다.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뿐 아니라 삼성물산 지분을 갖고 있었던 네덜란드 공적연금(APG) 등 해외 연기금들을 잇따라 면담했다.

이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는 2015년 7월10일 서울 강남 논현동 본사에서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에 대해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표결을 행사하는 투자위원회 위원 12명과 배석자 11명 등 총 23명이 참석해 8 대 4로 찬성 결의가 이뤄졌다.

특검은 홍 전 본부장이 2015년 7월10일 열린 투자위원회 당일 화장실에서 한정수 국민연금 전 주식운용실장을 만나 "잘 결정돼야 한다"고 말한 것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한 전 실장은 투자위원회 멤버로 당시 합병 찬성표를 던진 인물이다.

위 대화에 대해 홍 전 본부장은 "잘 결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지 꼭 합병에 찬성하라는 뜻은 아니었다"라며 "국민연금 입장에서 찬성하는 게 좋은지, 반대하는 게 좋은지 이야기를 나눈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홍 전 본부장 증언에 따르면 화장실에서 한 전 실장을 마주쳤고 한 전 실장이 먼저 '아이고 힘드시지요'라고 말을 건네와 '정말 힘들다, 이게 찬성이 되면 재벌 편들어줬다고 그럴거고 반대가 되면 대한민국 국부를 외국 헤지펀드에 팔아먹었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겠느냐'라고 난감함을 표했다는 것이다. 홍 전 본부장이 대화 끝에 한 전 실장에 '잘 결정돼야 할 텐데'라고 말을 했는데 이 말은 잘 검토하자는 취지였지, 찬성 쪽으로 유도하는 말은 아니었다는 것이 홍 전 본부장 주장이다.

홍 전 본부장이 투자위원회 개최 이틀 전인 7월8일 이경직 국민연금 해외증권실장을 불러 논의한 내용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전날인 7월7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과 합병 관련 면담을 하고 온 홍 전 본부장은 8일 자신의 사무실로 이 실장을 부른다. 이 실장이 특검에 진술한 바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이 실장에 '이재용을 만났는데 사람이 겸손하고 재벌 아들 같지 않더라'고 말을 꺼냈고 당시 이 실장은 본부장이 삼성을 만났고 찬성으로 결론 내린 것 같다는 톤을 느꼈다. 이 실장은 이후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표결에서 기권했다.

이에 대해 홍 전 본부장은 "이 실장이 해외증권실장이라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삼성물산 합병에 관해 어떠한 입장인지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 얘기를 나눴던 것일 뿐 그에게 찬성해 달라 얘기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다시 질문하자 홍 전 본부장은 "언론에 매일같이 보도되는 상황에서 찬성하는 것이 좋은지 반대하는 것이 좋은지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찬성 취지로 말한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이 참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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