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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AS기사 살해범, 피해망상 시달리다 범행

주식투자 실패 “컴퓨터에 칩을 심어 느려진 인터넷 속도 탓”
승아양 암매장 사건 친모 “딸이 남편을 꼬시려한다”

(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 | 2017-06-21 14:13 송고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며 AS기사를 흉기로 살해한 A씨(55)의 현장검증이 20일 오후 2시 충북 충주시 칠금동 한 원룸에서 진행됐다.© News1

인터넷 AS기사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50대는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망상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적대감을 쌓아오다 끔찍한 범행까지 저질렀다.

‘망상’은 정신병의 하나로 가장 흔한 것이 ‘피해망상’이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시달리고 있거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굳게 믿으면서 예기치 않은 위험을 낳기도 한다.
남이 자기를 미행한다거나 죽이기 위해 음식에 독을 탔다, 또는 남이 자기를 감시하고 있다거나 특수한 기계를 이용해 자신의 능력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등의 피해의식이 그 예다.

인터넷 AS기사를 살해한 A씨(55)도 이런 피해망상을 겪고 있었다. 자신이 주식투자에 번번이 실패하는 것이 느린 인터넷 속도 탓이며, 업체가 일부러 속도를 느리게 했다고 굳게 믿은 것이다.

경찰이 지난 19일 진행한 범죄심리분석(프로파일링·profiling)에서도 A씨는 이런 피해망상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인터넷 속도가 느려 ‘단타치기’(주식시장 투자방식의 하나로 특정 종목에 투자한 뒤 짧은 시간에 되팔아 수익을 내는 것)를 제대로 못해 손해를 봤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계속된 손해를 느린 인터넷 속도 탓으로 돌렸고, 업체가 자신의 컴퓨터에 칩을 심어 악의적으로 인터넷 속도를 느리게 하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런 망상은 업체에 대한 반감과 적개심으로 연결됐고, ‘언젠가 손을 봐 줘야겠다’는 생각까지 품게 해 아무런 상관도 없는 AS기사를 살해하는 끔찍한 범죄를 이어졌다.

A씨와 같은 피해망상은 자각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조현병(정신분열)이나 조울증, 우울증으로 악화돼 겉으로 드러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불러오기도 한다.

2016년 공분을 샀던 ‘승아양 암매장’ 사건의 친모 B씨(2016년 3월18일 사망·당시 36세) 역시 자신의 딸이 재혼한 남편을 꼬시려한다는 망상 끝에 친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당시 B씨는 일기에 ‘저 ○○○(자신의 딸을 지칭하는 비속어·2011년 숨진 당시 4세)이 우리 남편을 꼬시려고 하나. 불안한데. 어떻게 하지. 나는. 우리 가정은’라고 적을 정도로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B씨의 피해망상은 고스란히 행동으로 표출돼 딸이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핑계로 한겨울 추운 베란다에 가두거나 끼니를 굶기고 폭행까지 서슴지 않아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게 했다.

원구연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피해망상은 본인이 자각하기 매우 어렵다”며 “조현병과 같은 증상으로 악화되면 다른 사람에게 위해나 위험을 끼칠 수 있는 행동이 수반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증상을 알기 어려운 만큼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의심스러운 행동이 보이면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했다.


sedam_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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