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靑, 웜비어 사망에 대외전략 고심…한미간 공조강화 주력

웜비어 가족에 조전 보내고 北인권에 강도 높은 비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서미선 기자 | 2017-06-20 14:59 송고 | 2017-06-20 17:18 최종수정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미국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2017.6.2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미국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2017.6.2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19일(현지시간) 끝내 사망하면서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으로 미국에 일정한 각을 세우는 한편, 남북 대화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망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청와대의 외교 전략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인 대학생인 웜비어는 지난해 1월 북한 관광 중 평양 양강도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북한은 같은 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의 노동 교화형을 선고했다.

북한 측은 17개월만인 지난 13일 혼수상태인 웜비어를 석방하면서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려 수면제를 복용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지만, 웜비어가 입원했던 미국 신시내티주립대병원 의료진은 "심각한 뇌신경 손상을 입었다.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렸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당장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 지도층 내 반(反)북한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정권을 “잔인한 정권”이라고 규정, "법이나 규칙을 존중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심도 없는 그런 정권의 손에서 빚어지는 비극을 막겠다"고 밝혔다.

미국 상원의원들은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북한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고, 미국내 아시아 전문가들조차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적 협상보단 군사적 강경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선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대화 추진에 대한 미측의 지지나 동의를 이끌어내야 했지만, 현재 분위기로선 쉽지 않은 양상으로 흘러갈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이었던 지난 15일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 언급은 '추가도발 중단'으로 북한과의 대화 조건을 낮추며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지만, 웜비어 사망사건을 계기로 강경해진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제동을 걸 경우 우리 정부로선 독자적인 대화 채널을 가동하는 게 녹록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이날 웜비어 가족을 위로하는 조전을 보내고, 19일과 20일 잇달아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등 등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강조하고 상호간 신뢰를 구축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조전에서 "유족에게 심심한 조의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북한이 인류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신속하게 조전을 발송한 것은 물론, 외교부가 아닌 청와대가 웜비어의 사망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것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특히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낸 것은 사드 배치 문제와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발언 등으로 한미 관계가 난기류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조기에 차단하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 지금 이것을 잡음이라고 저희가 인정할 수 없고, 그것과 별개로 대통령의 진심을 담아 하는 것이 맞는 사안이라 판단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웜비어 문제와 북한과의 압박 및 제재, 대화를 병행하는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라고도 했다.


gayunlov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